K게임, 종이호랑이 전락...위메이드 매각에서 드러난 한중 역전
2024년 게임 수출 85억달러·세계시장 점유율 4위
중국 수출 비중 29.7%...현지 게임사 개발력 급상승
이동훈 기자
rockrage@naver.com | 2026-09-16 15:15:02
[HBN뉴스 = 이동훈 기자] 한국 게임산업을 둘러싸고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00년대 초 ‘미르의 전설2’를 앞세워 중국 온라인게임 시장을 공략했던 위메이드가 중국계 자본이 참여한 컨소시엄으로 최대주주 변경을 앞둔 가운데, 중국 게임사들의 개발 경쟁력과 국내 게임업계에 대한 자본 영향력도 확대되고 있어서다.
16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최근 위메이드와 네오펄스는 중국 게임사 킹넷 등이 참여한 투자자 컨소시엄이 위메이드 최대주주 변경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공식 밝혔다. 거래가 마무리되면 네오펄스는 기존 보유분 0.92%를 더해 위메이드 지분 40.25%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된다.
킹넷은 홍콩 자회사를 통해 네오펄스를 간접 지배하는 네오스피어 지분 49%를 확보하고 약 4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네오스피어의 나머지 51%는 홍콩 국적 목푸이밍이 100% 보유한 넥스펄스가 갖는다.
이번 거래는 지난 6월 30일 박관호 위메이드 의장이 보유 지분 39.33%를 네오펄스에 약 9200억원에 매각하기로 하면서 시작됐다. 잔금 지급과 당국 승인 등 거래 종결 절차는 오는 10월 30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킹넷의 참여는 위메이드와의 과거 관계 때문에 더욱 주목받고 있다.
위메이드가 2001년 중국에 진출시킨 미르의 전설2는 현지에서 크게 흥행하며 위메이드를 1세대 게임 한류의 대표 기업으로 성장시킨 핵심 지식재산권(IP)이 됐다.
중국 시장에서 성공한 뒤에는 IP 사용과 로열티 등을 둘러싼 분쟁이 장기간 이어졌다. 킹넷 역시 미르 IP를 놓고 위메이드와 중국 법원과 국제중재에서 다퉜던 업체다. 양측은 지난 4월 킹넷이 위메이드에 화해금 약 430억원을 지급하면서 10년 가까이 이어진 분쟁을 마무리했다. 이후 킹넷은 위메이드 최대주주 변경 거래에 약 4000억원을 투자하는 투자자로 돌아왔다.
20여 년 전 한국 게임을 중국에 수출했던 위메이드가 과거 IP 분쟁 상대였던 중국 게임사와 자본 관계로 연결되는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한국 게임산업의 외형은 여전히 견조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3월 발간한 ‘2025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24년 국내 게임산업 매출은 23조8515억원으로 전년보다 3.9% 증가했다. 수출은 85억346만달러를 기록했으며, 세계 게임시장 점유율은 중국·미국·일본에 이어 4위를 유지했다.
한국 게임산업에서 중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도 크다. 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24년 국내 게임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9.7%로 주요 국가 가운데 가장 높았다.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등 국내 주요 IP도 중국 현지 기업과 협력해 사업을 전개해왔다.
중국 자본의 국내 게임사 투자도 확대돼 있다. 일례로 시프트업의 경우 텐센트 계열이 30%가 넘는 지분을 보유한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중국 게임의 글로벌 경쟁력도 높아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중국 센추리게임즈의 ‘화이트아웃 서바이벌’은 지난 6월 전 세계 모바일게임 매출 1위를 기록했다. 7월에는 텐센트의 ‘왕자영요’가 1위에 올랐으며 8월에도 선두를 유지했다.
게임업계에서는 한국 게임산업이 여전히 세계 상위권의 시장 규모와 수출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중국이 주요 수출시장을 넘어 개발과 자본 양쪽에서 영향력을 높이면서 한중 게임산업의 관계도 달라지고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위메이드의 최대주주 변경만으로 국내 게임산업의 경쟁력 약화를 단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과거 중국 시장을 개척했던 국내 대표 게임사가 중국 자본과 결합한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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