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메리츠 대출 조건 따져 보니...후순위 담보 vs 연대보증 충돌
1000억 초단기 운영자금 놓고 '대주주 연대보증' 핵심 쟁점 부상
회생 기업 현실론 vs 금융권 리스크 관리…좁혀지지 않는 평행선
한주연 기자
dlarkdmf15@naver.com | 2026-05-18 15:01:37
[HBN뉴스 = 한주연 기자] 홈플러스가 메리츠금융그룹이 제시한 초단기 운영자금 대출 조건을 공개하면서 회생 절차 내 자금 지원 협상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홈플러스는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매각대금 유입 시 즉시 상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메리츠는 연 6% 이자와 대주주·경영진 연대보증 등 신용보강 장치를 요구하고 있어 양측의 입장 차가 이어지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메리츠가 제시한 약 1000억원 규모의 초단기 운영자금 대출 조건을 공개했다. 해당 대출은 법원 감독 아래 진행되는 회생 절차 내 DIP 금융 성격의 자금으로,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매각대금이 유입되면 즉시 조기 상환하는 조건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DIP 금융은 회생 절차에 들어간 기업이 영업을 유지하고 정상화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조달하는 운영자금이다. 회생기업의 기존 경영인이 법원 감독 아래 회사를 계속 관리하는 구조에서 이뤄지는 만큼, 신규 자금 지원 여부는 기업 계속가치와 회수 가능성, 채권자 간 형평성 등을 함께 따져 결정된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메리츠는 2~3개월 수준의 초단기 운영자금 대출 지원 가능성을 검토하면서 매각대금 유입 시 즉시 상환, 연 6% 이자, 대주주인 MBK파트너스 및 경영진의 개인 연대보증 등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홈플러스는 “대출 실행 시 실제 사용 기간은 한 달여에 불과할 것”이라며 “임금 체불과 상품 대금 미납 등 현안을 해결하지 않고는 회생을 이어가는 데 심각한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홈플러스는 개인 연대보증 대신 신탁 부동산 후순위 수익권에 대한 질권 설정을 담보로 제안했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홈플러스익스프레스 영업양수도 계약이 이미 체결돼 있고, 6월 말까지 대금 유입이 예정된 점 등을 고려하면 담보 대체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메리츠의 연대보증 요구를 회생기업 신규 자금 지원에 따른 정당한 리스크 관리 절차로 보는 시각도 있다. 메리츠가 이미 홈플러스 주요 점포를 담보로 보유하고 있고, 매각대금 역시 기존 채권 변제에 우선 사용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기존 담보와 별개로 신규 DIP 금융을 공급하려면 새로운 회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게 일반적인 여신 심사 논리다.
특히 회생 절차 내 DIP 금융은 일반 운영자금 대출보다 심사 부담이 크다. 자금 지원 이후 기업 정상화가 지연되거나 회수에 문제가 생길 경우 금융사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 채권자 간 형평성, 여신 심사 적정성 등을 함께 검토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대주주나 경영진의 책임 경영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보증 장치를 요구하는 것이 이례적이라고만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홈플러스는 매각대금 유입 시 즉시 상환하는 조건이 있는 만큼, 개인 연대보증 대신 후순위 수익권 질권으로도 충분한 담보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취지다. 그러나 금융권 여신 기준상 회생 절차 내 고위험 특별 대출에서 상대적으로 회수 안정성이 떨어지는 후순위 담보만으로 자금을 집행하기는 부담이 크다는 원칙론과 유동성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홈플러스의 현실론이 맞부딪히는 구조다.
협상이 장기화될 경우 홈플러스의 유동성 압박은 더 커질 수 있다. 현재 홈플러스는 전체 104개 매장 가운데 37곳의 영업을 잠정 중단한 상태이며, 운영 중인 점포는 67곳이다. 임금 지급과 납품 대금 문제도 불거진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메리츠가 주요 자산 대부분을 담보신탁 형태로 확보하고 있어 자체적인 운영자금 조달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긴급 자금 지원이 가능한 사실상 유일한 주체가 메리츠”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상이 단순한 대출 조건 논의를 넘어 홈플러스 회생 절차의 향방을 가르는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점포 영업 중단이 확대될 경우 소비자 이탈과 협력업체 피해가 동시에 커질 수 있고, 고용 불안과 지역 상권 위축으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 문제는 단순한 한 기업의 자금난을 넘어 협력업체, 입점 점주, 고용 문제까지 연결된 사안”이라며 “금융권과 대주주, 채권단 간 현실적인 절충이 필요한 국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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