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미국 증시 성적 기록적 ...정부, 국내 비중 확대 압박 잡음 무성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561개 종목 투자 중, 평가액 1년새 294억 달러 급등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명분 해외 비중 축소, 포트폴리오 2030년까지 비공개
이필선 기자
press@hobbyen-news.com | 2026-02-11 15:34:13
[HBN뉴스 = 이필선 기자] 국민연금이 미국 증시 투자 성적과 관련해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561개 상장종목에 투자 중이며 이들 주식의 평가액 규모가 전년 대비 294억 달러(27.82%)나 늘어나는 등 고수익을 시현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가 국내 자본시장 활성화(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국민연금의 '안전판' 역할을 요구하며 국내 증시 비중 확대를 압박하고 있어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더욱이 국내 투자를 확대하기로 한 국민연금 기금의 포트폴리오 재검토 과정이 2030년에나 공개될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국민연금이 지난 10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13F 보고서(기관투자자 보유주식 현황)에는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미국 주식 평가액은 1350억7000만 달러로 1년 전인 2024년 말 1056억7000만 달러 대비 294억 달러(한화 약 42조8000억원) 많은 금액이다.
국민연금 미국주식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종목은 엔비디아(6.9%·93억4000만달러)였고, 이어 애플(6.1%·82억1000만달러), 알파벳(A주+C주 합산 기준·5.3%·71억6000만 달러), 아마존(3.4%·45억8000만달러) 등 순이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코스피 5000' 등 국내 증시 활성화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국민연금의 국내 증시 비중 확대에 압력을 넣고 있다. 이와 관련 국민연금은 지난 1월 26일 기금운용위원회를 열고 올해 해외주식 비중 목표치를 당초 계획했던 38.9%에서 37.2%로 1.7%p 낮추고, 국내주식 목표치는 14.4%에서 14.9%로 0.5%p 상향 조정키로 했다. 줄어든 해외주식 비중 가운데 1.2%p는 국내 채권으로 전환해 기존 23.7%에서 24.9%로 늘리기로 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기금위 당시 "지난해 국민연금 수익률은 오는 2월에 최종 확정되겠지만 역대 최고 수익률인 18.6%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기금 규모도 2024년 말보다 281조원이 늘어나 1454조원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1454조원을 기준으로 목표치 변경을 반영하면 국내주식 보유 여력은 당초 계획에 비해 약 7조 2700억원 늘어난다. 해외주식 투자 규모는 약 24조72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계된다. 국내 채권 투자 규모는 약 17조4500억원 늘어날 전망이다.
통상 국민연금 기금위는 회의 이듬해에 회의록을 공개한다. 그러나 기금운용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금융시장 안정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안건은 기금위 의결을 거쳐 4년 뒤 공개하도록 해 깜깜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복지부는 이번 포트폴리오 재검토 논의는 향후 국민연금 정책 방향성과, 기금운용본부의 투자전략을 노출시킬 수 있어 관련 논의를 비공개 처리하고 4년 뒤에 공개한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민연금법 제103조의2에 따라 비공개 안건은 4년 동안 공개하지 않도록 법에 정해져 있다"고 설명했다.
복수의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증시 비중 확대라는 정치적 요구와 해외 시장의 높은 수익률 사이에서 국민연금의 운용 묘수가 절실한 시점"이라며"국민연금이 수익률 방어를 위해 보유 중인 미국 우량주(빅테크)를 쉽게 매도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신 신규 유입되는 자금을 국내 증시에 우선 배정하는 방식으로 정부 가이드라인을 맞출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국민연금이 국내 투자 비중을 올리기로 한 결정에 대해 야권이 반발이 거세다. 국민연금 기금 운용에 대한 정부의 개입에 대해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대통령의 마름이 아니다"라는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야당 간사이자 연금개혁특위 간사이기도 한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SNS 계정에 ‘국민연금이 정권의 쌈짓돈입니까’라는 제목의 글에서 "달러 부족을 이유로 해외주식 비중을 축소한 것은, 국민의 노후 자금을 외환 시장 개입의 도구로 활용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며 환율 방어용 의구심을 제기하며"국내 투자 확대가 수익률 제고로 이어진다는 객관적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연금 고갈이 예견된 상황에서, 수익성보다 정치적 요구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것은 기금을 권력의 쌈짓돈으로 여기는 위험한 발상”이라며 기금운용 독립성 침해를 우려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도 국민연금이 올해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확대하면서 포트폴리오 재검토 과정을 4년간 비공개 처리한 데 대해 “세계 어느 유수의 연기금이 대통령 말 한마디에 자산 배분을 뜯어고치고 회의록을 봉인하나"라고 주장했다. 라며 회의록 즉시 공개를 촉구했다.
나 의원은 "이재명 정부 임기까지만 국민 돈으로 환율을 방어하고, 증시를 떠받치고, 임기 끝나고 책임질 사람들 다 사라진 뒤에 열어보라는 것"이라고 지적하며"당장 4년 비공개 결정을 철회하고 회의록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그리고 기금운용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 국민 노후자금을 환율 방어나 증시 부양 등 정책 수단으로 활용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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