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예산 편성보다 집행내역이 먼저”… 고흥군 업무추진비 투명성 논란
-수억원 규모 공적 재원… “얼마를 썼나보다 언제·어디서·왜 썼는지가 중요”
-고흥군의회는 업무추진비 내역 정기 공개… 본청도 공개 주기·범위 점검해야
신명철 기자
smc9193@hanmail.net | 2026-09-24 22:46:49
[HBN뉴스 = 신명철 기자] 명절을 앞두고 전남 고흥군의 업무추진비 공개를 둘러싼 군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단순하다. 군민의 세금으로 마련된 업무추진비가 실제 어디에서, 어떤 목적으로, 얼마가 집행됐는지를 주민들이 제대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고흥군 홈페이지에는 세입·세출예산과 결산, 지방재정공시 등 재정 관련 정보와 함께 ‘업무추진비’ 항목이 마련돼 있다. 그러나 군민들 사이에서는 군수와 부군수 등 주요 기관장의 업무추진비에 대해 예산 편성액을 넘어 구체적인 집행 내역을 지속적이고 일관되게 확인할 수 있는 공개 체계가 충분한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일부 군민들은 2024년 6월 이후 군수·부군수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이 어느 범위까지 공개됐는지, 공개되지 않은 기간이 있다면 그 이유와 근거는 무엇인지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다만 현재 공개되지 않은 자료가 실제로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인지, 별도의 정보공개 방식이나 다른 시스템을 통해 제공되고 있는지는 고흥군의 공식적인 확인이 선행돼야 한다.
업무추진비는 일반 주민에게 걷은 세금으로 편성되는 공적 재원이다. 그렇다면 군민이 궁금해하는 것은 거창한 숫자가 아니다. 언제, 어디서, 얼마를, 무슨 목적으로 사용했는가다.
예산서에 수억원이 편성됐다는 사실만으로는 실제 집행의 적정성을 판단하기 어렵다. 지출 일자와 장소, 금액, 사용 목적 등을 확인할 수 있어야 업무와의 관련성이나 집행 절차가 적절했는지 사후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특정 지출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 역시 막연한 의혹이 아니라 카드전표와 지출결의서 등 객관적 자료를 토대로 검증해야 한다.
더욱 눈여겨볼 대목은 고흥군의회다. 고흥군의회는 ‘회계집행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제고하고 군민 신뢰도를 향상하고자’ 업무추진비 정보를 공개한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 의장단 업무추진비 내역을 공개했고, 의회사무과 업무추진비 역시 분기별 자료를 게시하고 있다. 2026년 1분기 자료도 지난 3월 30일 공개됐다.
같은 지방자치단체 안에서 의회가 정기적인 업무추진비 공개를 통해 주민들의 확인을 돕고 있다면, 군 본청 역시 공개 주기와 범위, 자료 접근성을 놓고 주민 눈높이에서 점검할 필요가 있다.
고흥군이 행정의 투명성과 군민의 알 권리를 강조해 왔다면 업무추진비 역시 예외일 수 없다. 공개가 행정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신뢰를 만드는 가장 기본적인 장치라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더구나 고흥군이 예산서 기준으로 제시한 업무추진비 규모가 적지 않은 만큼, 군민들이 집행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장치를 갖추는 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행정의 책임과 관련된 사안이다. 원문에서 제시된 2022~2026년 관련 예산을 단순 합산하면 26억810만원 규모다. 이 숫자 자체가 부적정 집행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규모가 있는 공적 재원일수록 사후 검증이 가능한 공개가 필요하다는 점은 분명하다.
지방행정에서 ‘공개’는 보여주기식 구호가 되어서는 안 된다. 예산을 편성했다면 집행하고, 집행했다면 주민이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공개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면 그 이유와 법적 근거를 설명해야 하고, 공개가 가능한 자료라면 주민들이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정기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마땅하다.
결국 이번 논란의 핵심은 특정 공직자를 겨냥한 흠집내기가 아니다. 군민의 돈을 군민이 확인할 권리에 관한 문제다.
고흥군은 군수와 부군수의 업무추진비에 대해 현재 어떤 기준으로 공개하고 있는지, 2024년 6월 이후 공개 범위와 주기는 어떠한지, 공개되지 않은 자료가 있다면 그 사유와 근거는 무엇인지 군민들에게 명확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
세금은 주인이 따로 있는 돈이 아니다.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부담한 공적 재원이다. 지방행정의 신뢰는 ‘우리가 알아서 잘 썼다’는 설명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군민이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장부를 열어놓는 데서 시작된다.
고흥군이 진정으로 군민을 위한 행정을 표방한다면 업무추진비 공개 역시 그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투명한 지방행정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다. 국민의 세금이 어디에 쓰였는지를 국민 앞에 떳떳하게 밝히는 것, 바로 군민을 위한 행정의 시작일 것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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