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엔지니어링, 고척4구역 시공사 승기 잡아...대우건설, 매각 리스크에 '휘청'
10년 넘게 지연된 고척4 재개발…조합원 “안정적인 사업추진 최우선”
임종현
| 2019-06-27 17:08:38
현대엔지니어링이 고척4구역 재개발 시공사 선정의 승기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 총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우건설은 매각이 가시화되자 조합원들의 마음이 현대엔지니어링으로 이동하며 휘청하고 있는 모양새다.
대우건설의 매각이 진행될 경우 우량기업이 아닌 소규모 기업에서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만약 이주비, 운영비 등 적잖은 비용이 투입되는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자금줄인 시공사의 규모가 작을수록 자금 조달에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
자금 운용에 대한 부담은 사업장 옥석 가리기로 이어지는데 정비사업의 경우 돈 되는 수익성 높은 구역을 위주로 재편하고, 나머지 구역은 잠정적으로 사업을 중단하거나 시공권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시공사가 사업을 포기하게 될 경우 피해는 조합원들에게 돌아가는데 시공사는 그동안 조합에 대여해준 비용을 회수하려고 조합원들의 재산에 가압류를 걸기도 하고, 이 과정에서 시공사와 조합원간 법적공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조합은 그동안 지출한 거액의 사업비를 물어줘야 하는 만큼 시공사 교체도 쉽지 않고, 이에 따라 사업은 장기간 표류할 수 있다.
실제로 공사비 1800억원대 고척4구역은 대형건설사들에게 결코 큰 사업장이라고 할 수 없고, 지역도 강남구가 아닌 구로구이다. 대우건설이 작은 기업에 매각돼 옥석 가리기에 돌입할 경우 고척4구역은 버림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2004년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돼 추진위원회를 구성한 고척4구역은 재개발사업이 장기간 지연되오다 2016년 조합을 설립하고 지난해 8월 비로소 사업시행인가 승인을 받아 시공사 선정 절차에 돌입했다.
고척4구역 조합원들은 오랜 기다림 끝에 사업추진에 탄력이 붙은 만큼 안정적인 시공사를 최우선적으로 희망하고 있다. 매각 리스크가 큰 대우건설보다 재무안정성 측면에서 두각을 나타낸 현대엔지니어링 쪽으로 무게 추가 쏠리는 이유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신용등급은 ‘AA-’로 5년 연속 업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부채비율은 84.8%로 양호하다. 반면 대우건설의 신용등급은 ‘A-’에 그치며 부채비율은 269.6%에 달한다. 아울러 현대엔지니어링은 약 2조 1000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확보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고척4구역 조합원들에게 이주비를 직접 대여할 방침이다. 자체자금을 통한 이주비 직접 대여는 재개발사업의 리스크를 최소화시킬 수 있다.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거주할 집을 찾아야만 하는 조합원들에게 천정부지로 치솟은 전월세 가격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재무건전성이 우수한 시공사의 지원이 필수다. 특히 정부가 지난해 8·2부동산대책을 통해 이주비 대출 한도인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종전 60%에서 40%로 축소하면서 이른 바 ‘이주비 대출 대란’까지 촉발됐다.
잠실 미성크로바아파트 재건축의 경우 시공사인 롯데건설이 추가 이주비 대출 약속을 지키지 못하며 당초 지난 9월 예정된 이주 시기를 내년 1월께로 연기했고, 방배 5·6구역 재건축도 투자은행과 증권사 등을 통한 이주비 대출이 무산되며 이주 및 철거가 지연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5월 수주한 서울 송파구 문정동 136번지 재건축 조합원들에게 자체자금을 통한 추가이주비 20% 직접 대여를 제안하고, 했고 조합과 계약서 날인까지 마친 바 있다.
고척4구역 한 조합원은 “고척4구역 재개발사업의 성공을 위해 조합원들의 원활한 이주가 필수다. 탄탄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사업추진이 가능한 현대엔지니어링으로 대다수 조합원들의 마음이 쏠리고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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