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비엔뉴스 = 홍세기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사내교육 부정행위를 제보한 내부고발자의 신원이 임원에 의해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일었던 가운데, 회사 측이 관련 임직원들에 대한 징계를 완료했다고 27일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동조합은 회사 직원 A씨가 사내교육 이수 과정에서 일부 직원들이 부정행위를 저지른 정황을 알게 돼 임원 B씨에게 메일을 통해 제보했지만, 제보를 접수한 임원 B씨가 제보자의 실명 등을 부정행위 관련자들을 포함한 이들에게 그대로 언급해버려 A씨의 신원이 드러나게 됐다고 전했다.
임원 B씨에게 직접 제보한 이유에 대해 노조 관계자는 "회사에는 홈페이지, 메일, 노조 등 컴플라이언스 위반 사항에 대한 제보 루트가 여럿 있다. 하지만 이러한 루트를 직원들이 다소 불신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 |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 전경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
◆ 노조, 내용증명 발송하며 강력 대응 vs 사 측 "사실관계 파악 후 징계 완료"
노조는 해당 사안에 대한 진상조사와 사후조치, 특히 제보자 정보 유출 당사자인 B씨에 대한 징계 절차를 사측에 강력하게 요구했으나 회사 대응이 지지부진하자 B씨에게 직접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이를 두고 노조 관계자는 "그제야 사측이 내부조사, 시스템 확충에 나서는 모양새인데 체감상 많이 늦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직접적으로 신고자 신원이 유출되고, 회사에 신고자 보호 조치가 되지 않았다고 문제 제기했더니, 임원들도 공익신고자 보호법과 같은 그런 법이 있는 것조차 모르고 있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도 모르더라"며 "제보를 한 A씨에 대한 불이익이 발생하면 형사고소로 갈 것이다"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노조는 회사 측의 조치가 없을 경우 근로기준법 위반, 공익신고자 보호법 위반 등 총 2건의 형사 고소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초 회사 측은 '조사 중'이라며 미온적인 입장으로 대응해 논란이 확산됐다.
하지만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공익신고 내용은 물론 유출 관련 임직원들에 대한 대면 조사, 제보자 조사 등으로 사실관계를 파악했다"며 "사실관계 파악 및 징계위원회 결정에 시간이 소요되어, 최근 관련 임직원들에게는 절차에 따라 징계 등 인사조치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 컴플라이언스 체계의 한계 드러나
이에 앞서 노조는 cGMP(우수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 기반 바이오의약품 제조기업에서 컴플라이언스가 생명과도 같은데 내부 신고에 대해 회사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며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그러면서 현재까진 제보자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은 없지만 '내부 신고를 하면 신상이 드러난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는 점이 매우 심각하며, 익명성과 보호가 생명인 제보 시스템이 무력화된 셈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실제로 회사의 불이익이 두려워서 데이터 완전성(Data integrity) 위반 사항에 대해 회사가 아닌 노조에 제보하자 임원 및 간부가 익명 제보자를 찾기 위해 조사하다가 보직해임 및 자진 퇴사를 한 사례가 있었다고 노조 관계자는 밝혔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통합 컴플라이언스 솔루션 '컴플라이로(Complilaw)'를 도입하는 등 컴플라이언스 관리 강화에 나서고 있었다. 이 솔루션은 다양한 기업 법규에 대한 확인, 위험성 평가와 이슈 관리 연동 등 효과적인 컴플라이언스 관리를 위한 전문 솔루션이다.
또 회사는 지난해 ESG 보고서를 통해 '노동·인권 분야에서도 체계적인 운영 우수성을 인정받았다'고 강조하며, 상호 존중 문화 정착 실천 서약서, 6대악 신고센터 등 '인권 경영 원칙'을 밝힌 바 있어 이번 사건이 관심을 받고 있다.
앞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4년 조직문화 혁신을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 WAY'를 선포하며 사명감과 존중·소통·변화를 실천하여 글로벌한 조직문화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다짐했었다.
하지만 이번 내부고발자 신원유출 사건은 이러한 선언과 실제 현실 사이의 괴리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보인다.
특히 우리나라 내부고발자 보호 체계의 근본적 한계를 드러냈다는 진단이다. 내부고발은 기업의 부패를 방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함에도 기업은 내부고발자에 대해 파면, 징계해고와 같은 불이익조치를 가하거나 업무상 비밀 누설에 따른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등의 방법으로 보복조치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기업 내 내부고발자 보호 시스템의 실효성 확보와 컴플라이언스 체계 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 HBN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