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는 투자자에게...'비공개 이익' 뒤로 방치된 시장 신뢰
[하비엔뉴스 = 이동훈 기자]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검찰·경찰·금융감독원의 동시 압수수색과 수사 대상에 오르며, 투자자 신뢰와 시장 투명성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기업 내부의 일탈을 넘어, 한국 자본시장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도전이라는 시각도 있다.
5일 금융감독원과 수사당국에 따르면, 방시혁 의장은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기업공개(IPO) 계획이 없다”고 알리면서도, 실제로는 상장 준비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방 의장은 지인이 설립한 사모펀드(PEF)와 지분 매각 차익의 30%를 공유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상장 이후 약 4000억원의 이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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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시혁 하이브 의장 [사진=연합뉴스] |
문제는 이 계약이 증권신고서에 전혀 기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자본시장법상 명백한 사기적 부정거래 및 공시의무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지난 달 29일 검찰은 하이브 전직 직원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수억원대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하이브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해당 직원은 2021년 하이브(당시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YG플러스에 투자할 예정이라는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YG플러스 주식을 매입, 약 2억4000만원의 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같은 해 1월 하이브의 전신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YG플러스에 700억 원대 투자를 결정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 하이브 측은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퇴사한 직원의 행위에 대한 자료 제공 요청에 협조한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2023년 5월에도 자회사 임직원들이 방탄소년단(BTS)이 단체활동을 잠정 중단한다는 악재성 정보를 직무상 지득하고, 보유주식을 매도해 총 2억3000만원의 손실을 회피했다는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수사 소식이 전해진 직후 한때 하이브 주가는 9% 넘게 급락하며,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를 크게 확산시켰다. 아직 법적 최종 결론이 내려진 것은 아니나, 이번 사태가 한국 자본시장 신뢰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사건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IPO(기업공개) 과정에서의 정보 비대칭과 불투명한 내부 거래, 그리고 주요 계약의 비공개가 사실이라면 자본시장의 기본 원칙을 훼손하는 중대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한 투자자는 “상장기업 경영진이 투자자를 기만하고, 내부자만 이익을 독점하는 구조가 용인된다면, 시장 전체의 신뢰와 공정성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며 “금융당국과 사법당국이 이번 사건을 엄정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다른 투자자는 “수사당국이 메리츠증권와 이화전기 건에 대해서도 수사 결론을 내지 않고 몇 년째 시간을 끌고 있으니 같은 사건이 반복되고 있다”며 “금융당국과 수사당국이 기업에 더 이상 ‘성장’만을 이유로 면죄부를 줄 수 없다는 메세지를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비엔뉴스는 이번 사태와 관련한 하이브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하이브 측은 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거래는 법률 검토를 거쳐 합법적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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