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 교섭 요구 이어질라...업계 전반 노무관리 방식 근본적 변화 시험대
[HBN뉴스 = 이필선 기자] 삼성그룹 금융계열사 자회사 노동조합들의 원청 교섭 요구가 금융권 위탁구조를 흔드는 변수로 부상했다. 매출 대부분을 모회사 위탁계약에 의존하는 구조가 원청 사용자성 판단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고객센터와 손해사정 등 금융권 위탁업무 전반으로 파장이 확산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카드고객서비스, 삼성생명서비스,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 삼성화재서비스손해사정 등 삼성 금융계열사 자회사 4곳의 노동조합은 공동교섭단을 구성하고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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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 로고가 부착된 건물 출입구 앞을 관계자들이 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노조는 자회사 임금과 복리후생, 인력 운영 등에 모회사가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삼성카드,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원청의 직접 교섭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공동교섭단은 이달 16일까지 집중교섭을 진행한 뒤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21일 집회와 기자회견을 열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안이 주목받는 이유는 삼성 금융계열사 자회사의 매출 구조 때문이다. 삼성카드고객서비스는 고객센터 운영과 카드론, 오토론 등 대출 상담 업무를 맡고 있으며 지난해 영업수익 전액이 삼성카드와의 위수탁 계약에서 발생했다.
삼성생명서비스 역시 손해사정 업무를 수행하는 자회사로, 지난해 영업수익 전액이 삼성생명에서 나왔다.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과 삼성화재서비스손해사정도 매출 대부분을 삼성화재에 의존하고 있다.
노조는 이 같은 구조에서 자회사가 독자적으로 임금 수준이나 성과급 재원을 결정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원청과의 위탁계약 규모와 단가가 자회사의 수익과 인건비 여력을 좌우하는 만큼, 모회사가 사실상 근로조건 결정에 관여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초과이익성과급(OPI) 등 성과급과 복리후생 격차도 원청 교섭 요구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개정 노동조합법은 근로계약의 직접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하거나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사업주를 사용자로 인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원청이 자회사 근로자의 임금, 근무시간, 인력 배치, 업무 방식 등에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했는지가 핵심 판단 요소가 될 전망이다.
법적 판단에서는 고용노동부 해석지침이 제시한 '구조적 통제' 여부가 중요하게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 단순 위탁계약을 넘어 원청이 인건비 단가, 투입 인력, 근무시간, 업무 기준 등을 통해 자회사의 근로조건 결정 재량을 제한했는지가 쟁점이 될 수 있다. 다만 매출 의존도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원청 사용자성이 곧바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삼성금융 사례가 자회사와 위탁업체를 활용하는 업계 전반의 노무관리 방식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회사는 고객센터, 채권관리, 보험금 심사, 손해사정, 전산 운영, 시설관리 등 다양한 업무를 자회사나 외부 업체에 맡기고 있다. 특히 고객센터와 손해사정 업무는 원청 금융회사의 영업과 민원 처리, 보험금 지급 과정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이 때문에 삼성 금융계열사 자회사 노조의 교섭 요구가 받아들여지거나 사용자성 판단이 확대될 경우, 다른 금융회사 자회사와 위탁업체 노조도 유사한 요구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사측 입장에서는 원청 교섭 요구가 확대될 경우 교섭 구조가 복잡해질 수 있다. 복수의 자회사 노조가 동시에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면 교섭창구 단일화, 교섭 의제 범위, 비용 분담 등을 둘러싼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원청이 교섭을 거부할 경우 부당노동행위 여부를 둘러싼 법적 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관측이 일부에서 제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업은 고객 응대와 심사, 전산 등 핵심 업무와 지원 업무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원청이 자회사 업무 방식과 인력 운영에 어느 정도 관여했는지가 앞으로 중요한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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