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 포드와 9.6조 계약 해지...미국·EU 기조 변화 '전기차캐즘'장기화

김재훈 기자 / 2025-12-18 09:28:23
미국 전기차 세약공제 혜택 폐지, EU 2035년 이후에도 내연차 생산 허용
업계, 한국 정부 내연차 퇴출 프로그램 글로벌 추세에 전면 수정해야

[HBN뉴스 = 김재훈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와 맺은 무려 9조 6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을 해지한다고 지난 17일 공시했다. 미국에서 전기차 구매에 적용되던 세액공제 혜택 폐지 이후 포드가 전기차 사업 전략을 수정한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 전경. [사진=LG에너지솔루션]

 

지난해 10월 두 회사는 2032년까지 6년간 75GWh(기가와트시), 내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34GWh 규모의 배터리 장기 공급 계약을 맺었다.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에서 전부 생산돼, 유럽용 전기차에 탑재될 예정이었다. 2027~2032년 계약 건이 해지됐는데 그 금액이 약 9조 6030억원에 달한다. 이러한 막대한 규모의 장기 공급 계약이 해지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LG에너지솔루션은 공시에서 "2024년 10월 15일 공시한 당사와 포드 간의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에 대한 해지다. 포드의 일부 전기차(EV) 모델 생산 중단 결정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 인해 LG에너지솔루션 18일 주가는 장 시작 후 전일 대비 7%이상 빠진 장중 38만4000원을 찍었다. 

 

포드는 앞서 SK온과 미국 내 합작 관계도 정리하기로 했다. SK온은 지난 11일 포드와의 미국 배터리 생산 합작 법인 ‘블루오벌SK’ 생산 시설을 독립적으로 소유·운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SK온은 테네시 공장을, 포드는 켄터키 공장을 각자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포드는 최근 전기차 구매에 적용되던 세액공제 혜택이 폐지되자, 전기차에서 한발 물러서 비교적 수익성이 높은 하이브리드와 내연기관 차량에 무게를 두는 방향으로 사업 전략을 수정했다. 이에 따라 판매 부진이 컸던 대형 전기 픽업 F-150 라이트닝 생산을 중단하고, 저가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미국은 최근 내연차 중심으로 산업 정책을 재편하고 있어, 전기차 수요 정체 국면을 뜻하는 ‘배터리 캐즘’이 장기화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 더욱이 환경 규제를 강화해 온 유럽연합(EU)도 오는 2035년부터 시행하려던 ‘내연기관차 판매 전면 금지’ 정책을 사실상 철회에 나섰다. 

 

15일(현지 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EU 집행위원회가 2035년 이후에도 내연차 생산을 제한적 허용하는 법 개정안을 추진한다고 보도했다. 당초 EU는 2035년부터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신차 판매를 금지하려 했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면 2021년 배출량의 10% 수준까지 내연차 생산이 가능해진다. 

 

이러한 세계적인 추세와는 달리 한국 정부는 급격한 전기차 전환 목표를 확정해 자동차 업계 우려는 커지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은 "미국과 EU가 자국 자동차 산업 보호와 중국산 전기차 범람을 경계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라며"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업계 반발에도 10년 뒤 사실상 내연차 퇴출에 준하는 로드맵만 고수하고 있어 전략 수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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