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매수청구권 가격 시장가보다 낮게 책정, 귀추 주목
[하비엔뉴스 = 홍세기 기자] 동원그룹이 국내에서 40년 넘게 참치캔 1위 자리를 지켜온 코스피 상장회사인 동원F&B의 상장폐지를 추진 중이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그룹 차원의 전략적 결정이라지만 소액주주들의 희생이 불가피한 것인지를 두고 뒷말이 무성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동원산업은 지난 11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동원F&B를 100% 자회사로 편입하는 포괄적 주식교환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7월 14일을 기준으로 동원F&B는 상장폐지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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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원그룹 본사 전경. [사진=동원그룹] |
주식교환 비율은 동원F&B 1주당 동원산업 0.9150232주로 결정됐다. 이는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따라 산정된 것으로 발표됐다.
동원그룹은 김남정 회장이 이미 그룹 전반을 안정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통상적인 승계구조 재편과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 동원그룹 전략적 목표와 기대효과...글로벌 식품 디비전 구축
동원그룹은 이번 통합을 통해 동원F&B, 동원홈푸드, 미국 스타키스트, 세네갈 스카사 등 국내외 식품 계열사 4곳을 '글로벌 식품 디비전'으로 묶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그룹의 식품사업 해외 매출 비중을 현재 22%에서 2030년까지 40%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에 각 계열사에 흩어져 있던 R&D 조직을 '글로벌 R&D센터'로 통합하고,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을 현재 0.3%에서 2030년까지 1%대로 3배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신제품 개발에 주력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동원F&B 단독으로는 자금력 부족 등으로 어려웠던 글로벌 대형 M&A가 동원산업 주도로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자회사 스타키스트의 광범위한 유통망을 활용해 북미 및 중남미 시장 판로 개척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 시장의 긍정적 반응과 기대감
구조조정 발표 직후 동원산업 주가는 10.83% 급등하며 52주 신고가를 기록했고, 동원F&B도 8% 상승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구조 개편을 글로벌 진출의 교두보로 평가하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당시 하나증권은 "동원산업이 미국 내 참치캔 점유율 45%를 차지하는 스타키스트를 보유하고 있지만 그간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가 제한적이었다"며 "이번 결정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 확대와 함께 적극적인 M&A 추진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동원그룹은 모회사와 자회사의 중복상장을 해소해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이고 주주가치 제고 효과를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중복상장은 한국 증시 저평가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어 왔다.
◆ 소액주주들 반발과 우려...낮은 주식매수청구권 가격
동원F&B 소액주주들의 가장 큰 불만은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이 시장가보다 낮게 책정된 점이다. 주식매수청구 가격은 동원산업 3만5024원, 동원F&B 3만2131원으로 결정됐지만, 당시 종가는 각각 3만6000원, 3만4100원이었다.
동원F&B는 과거 주당 4만~6만원을 기록했던 시절도 있어 당시 주식을 매입했던 주주들은 이번 상장폐지로 강제 손해를 보게 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11일 종가 기준 동원산업 주가는 4만8700원, 동원F&B는 4만2750원에 거래돼 매수청구 가격과의 차이가 더욱 벌어졌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격이 현재 주가보다 낮아 매수청구권을 통한 이탈은 실익이 없는 상황이다. 사실상 동원F&B 소액주주들은 상장폐지를 수용하고 신주를 받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없는 셈이다.
또 동원F&B 주주 뿐만 아니라 동원산업 주주들도 신주 발행에 따른 지분율 희석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번 거래로 동원산업은 452만주의 대규모 신주를 발행하게 되며, 기존 주주의 지분율은 소폭 하락하게 된다.
현재 동원산업의 발행주식수는 3602만주로 주식수는 12.6% 증가해 희석율은 11.2% 수준이다.
한화투자증권은 "기존 동원산업 주주 입장에선 신주 발행에 따른 희석율과 지배순이익 증가에 따른 이익 증가율이 유사하며, 동원F&B 주주 입장에서도 뜻하지 않은 동원산업 주식을 보유하게 된다"며 "양측 주주 모두 현재의 상황을 납득할 만한 이유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 과거 합병비율 논란의 전례
동원그룹은 2022년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 합병 당시에도 합병비율이 총수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정해졌다는 비판을 받고 결국 합병비율을 조정한 바 있다. 당시에도 대주주 일가의 승계 목적으로 합병비율을 왜곡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경제개혁연대는 당시 동원산업의 합병가액을 자산가치로 할 경우 김남정 부회장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하게 될 합병 후 동원산업의 지분율이 71%에서 63%로 낮아진다고 지적하며 불공정성을 문제 삼은 바 있다.
◆ 회사 측 주주가치 제고 방안
이에 대해 동원그룹은 기존 동원F&B 소액주주들이 상대적으로 배당 수준이 높은 동원산업 주주로 편입되는 혜택을 강조하고 있다. 2024년 기준 동원F&B 배당금은 주당 800원인 반면 동원산업은 1100원으로 더 높다.
또 이번 신주 발행으로 동원산업의 소액주주 지분율이 12.1%에서 21.1%로 늘어날 예정이며, 유통주식수 증가에 따른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는 점을 언급했다.
증권가에서는 동원그룹의 M&A에 대한 성과가 단기간 시현될 수 없어 주주들에게 추가적인 주주환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아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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