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4천만명 정보 이전 제재 여파...투자자 신뢰 회복 변수로
[HBN뉴스 = 이동훈 기자]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가 3연임에 성공했지만, 이사회 규모 축소를 강행하며 지배구조 논란에 휩싸였다.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안건이 통과되면서 소수주주 권리 약화와 집중투표제 취지 훼손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한편, 개인정보 이전 사태로 흔들린 신뢰 회복 과제도 함께 부각되고 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페이는 최근 제9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 대표 재선임 안건과 함께 ‘이사 수를 3명 이상 7명 이하로 제한’하는 정관 변경안을 원안대로 가결했다. 기존 ‘3명 이상’ 규정에 상한선을 신설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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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왼쪽)와 김성주 국민연금 이사장 [사진=카카오페이, 국민연금 / 재구성=구글 제미나이] |
카카오페이는 “이사회 출석률과 의사진행 효율성을 높이기 위함”이라고 개정 목적을 설명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번 정관 변경이 향후 도입될 집중투표제의 실효성을 낮추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집중투표제는 이사 선임 시 주주에게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해 소수주주의 이사회 진입을 돕는 제도로, 선임 이사 수가 많을수록 소액주주에게 유리하다. 이사 수 상한이 설정될 경우 제도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분 약 5%를 보유한 2대 주주 국민연금이 “일반주주의 주주제안 및 집중투표제 청구 가능성을 약화시킨다”며 명시적으로 반대표를 던진 것도 이 지점을 꼬집은 것이다.
최근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 원칙)'를 적극적으로 행사하며 정부의 '기업 밸류업' 기조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상법 개정 취지를 훼손하거나 지배주주의 입맛에 맞춘 안건들에 잇따라 제동을 거는 상황이다. 카카오페이가 이러한 자본시장의 체질 개선 흐름에 정면으로 역행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최근 불거진 ‘알리페이 개인신용정보 무단 이전’ 사태로 보안 신뢰도가 크게 훼손된 상황에서 이뤄진 결정이라는 점에서 비판의 강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대규모 내부통제 실패가 확인된 직후, 경영진을 감시해야 할 이사회 문턱마저 높이는 것은 시장의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카카오페이는 2018년부터 2024년까지 약 6년간 총 4045만 명에 달하는 이용자의 개인신용정보 542억 건을 별도 동의 없이 중국 알리페이 측에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정보는 결제 내역 등 민감한 데이터가 포함된 것으로, 일부는 글로벌 결제 시스템의 부정거래 방지 체계 구축 과정에 활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카카오페이 측은 “애플 앱스토어 결제수단을 제공하기 위한 정상적인 업무 위수탁이며, 철저한 비식별 조치(암호화)를 거쳤기에 다른 목적으로 활용될 수 없다”고 반박했으나 금융당국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2025년 1월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59억 68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으며, 2026년 2월 금융감독원은 추가로 129억 7600만 원의 과징금과 48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기관경고’ 조치를 내렸다.
아울러 관련 임직원에 대해서도 경고·감봉 등 징계가 병행됐다. 이는 국내 금융권 개인정보 보호 위반 사례 가운데 최대 수준의 제재로 평가된다.
이처럼 고객 데이터 보호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지배구조 이슈까지 겹치면서 투자자 신뢰 회복이 과제로 남았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안건 통과가 단기적으로는 경영권 안정성 확보에 기여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가치와 주주 신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법적 절차를 따랐다 하더라도 주주 권리 축소로 인식될 경우 시장 평가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고객 데이터 유출로 대외적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내부 견제 장치마저 약화시키는 것은 시장의 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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