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절반 월 300만원 미만"...삼성전자 성과급 논쟁에 커지는 박탈감

이동훈 기자 / 2026-05-18 12:23:22
정부 지원과 혈세, 협력사의 땀방울..."호황의 결실, 정규직만의 몫인가"
삼성전자 노사 타결 이후 충격파, '성과급 논쟁' 산업 전반에 퍼져나갈 듯

[HBN뉴스 = 이동훈 기자] 삼성전자 노사 갈등 과정에서 불거진 성과급 제도 개편 논란이 한 기업의 임금 협상을 넘어 국민 정서와 임금 양극화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일반 직장인들이 체감하는 소득 현실에 대한 위화감만 깊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이날 중앙노동위원회 사후조정 절차를 다시 진행한다. 노조는 협상이 결렬될 경우 오는 21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총 18일간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정부도 파업 장기화에 따른 국민경제 피해 가능성을 언급하며 긴급조정권 검토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지난 4월23일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의 투쟁 결의대회 모습 [사진=연합뉴스]

쟁점의 핵심은 성과급 제도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고정하고, 기존 초과이익성과금 상한을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사측은 기존 성과급 체계를 유지하되 일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특별포상 형태로 보상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논란이 더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일반 직장인 다수가 체감하는 임금 수준과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의 2024년 귀속 근로소득 신고 자료에 따르면 국내 직장인 1인당 평균 급여는 약 4500만원, 월 기준 375만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전체 근로자를 소득순으로 줄 세웠을 때 가운데에 해당하는 중위 연봉은 3417만원, 월 285만원에 그쳤다.

평균과 중위값 사이에는 1083만원의 차이가 있다. 고소득자가 평균을 끌어올리면서 통계상 직장인 평균 연봉은 높아 보이지만, 실제 다수 근로자의 체감 소득은 그보다 낮다는 의미다. 세전 기준으로 직장인 절반가량은 월 3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급여를 받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 노조 요구안대로 성과급이 지급될 경우 일반 직장인들이 느끼는 괴리는 더 커질 수 있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노조 요구 방식으로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반영할 경우 삼성전자 DS부문 메모리 소속 직원은 2026년부터 2028년까지 3년간 1인당 평균 26억1210만원의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는 추산도 나왔다.

다만 이 수치는 증권사들의 향후 DS부문 영업이익 전망치와 노조 요구 방식을 토대로 계산한 추정치다. 실제 지급 규모는 반도체 업황, 영업이익 변동, 사업부별 배분 방식, 최종 노사 합의 내용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특히 해당 추산은 반도체 초호황이 일정 기간 지속된다는 가정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확정적 금액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이 같은 추정치는 성과급 논쟁이 왜 일반 직장인들에게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지를 보여준다. 직장인 절반가량이 세전 월 300만원 미만의 급여를 받는 현실에서 수년간 수십억원대 성과급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상대적 박탈감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노조의 요구는 반도체 부문 실적 회복에 기여한 임직원에게 성과를 투명하게 배분하자는 취지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성과급 자체를 기대하기 어려운 중소·중견기업 근로자나 협력업체 종사자 입장에서는 이번 논쟁이 한국 노동시장 격차를 보여주는 장면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반도체 산업이 특정 기업의 노력만으로 성장한 산업이 아니라는 점도 논쟁의 폭을 넓히고 있다. 정부의 세제 지원, 국가 차원의 인력 양성, 협력업체와 장비·소재 기업의 공급망, 연구개발 생태계가 함께 맞물려 형성된 산업이라는 점에서 초과 성과를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나눌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질문이 제기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삼성전자 정규직 직원뿐 아니라 사내하청, 협력업체, 공급업체 역시 반도체 생태계의 위험과 부담을 함께 지고 있는 만큼 이들을 배제한 성과 배분 구조는 설득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도체 호황의 과실이 일부 대기업 정규직에게 집중될 경우 산업 생태계 내부의 격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주주들의 시선도 엇갈린다.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는 삼성전자 주주 회원을 대상으로 긴급 투표를 실시한 결과, 참여 주주의 다수가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제도화에 반대했다고 밝혔다. 주주들은 성과급 지급 자체보다 매년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고정하는 방식이 회사의 이익 배분 구조와 주주 환원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 같은 사회적 우려와 비판에 대해 노조 측은 성과급 제도 개편이 무리한 요구가 아닌, 노동의 가치를 투명하게 인정받기 위한 정당한 권리 주장이라는 입장이다.

노조는 사측이 고수해 온 기존 EVA(경제적부가가치) 기준이 산정 방식이 복잡해 현장 근로자들에게 ‘깜깜이’나 다름없었다고 지적한다. 영업이익은 기업의 공시를 통해 누구나 명확히 확인할 수 있는 지표이며, 직원들이 밤낮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해 거둔 ‘본업의 성과’가 가장 정직하게 반영되는 수치라는 논리다. 실적 회복의 주역인 임직원들에게 과실을 투명하게 배분하는 기준으로서 영업이익 연동제가 가장 합리적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아울러 업계 일각에서 제기하는 ‘과도한 요구’라는 프레임에도 선을 긋고 있다. 이미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고정해 10년간 제도화한 선례가 있는 만큼, 글로벌 초일류 기업을 지향하는 삼성전자가 시장 표준에 부합하는 보상 체계를 갖추는 것은 인재 유출을 막고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이라는 게 노조 측의 주장이다.

중소기업 한 근로자는 “삼성전자는 국내 제조업과 자본시장에서 갖는 상징성이 큰 기업인 만큼, 이번 협상 결과가 삼성전자 내부 문제로만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대기업 성과급 제도 전반은 물론 산업별 임금 격차 논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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