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코,상환 능력 없는 1.4조 원 규모 채권 일괄 소각 검토
[HBN뉴스 = 이필선 기자]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보유한 장기연체채권을 둘러싸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채무자 재기를 지원해야 할 공공 배드뱅크가 장기간 채권을 보유하며 추심을 이어왔다는 비판이 나오는 한편, 빌린 돈을 갚는 원칙과 성실상환자와의 형평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10일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서울신문 등에 따르면 캠코가 보유한 개인 무담보채권 원리금은 지난해 4월 기준 8조9000억원 규모로 파악됐다. 대상 채무자는 45만5000명이다. 이 가운데 5000만원 이하 채무자는 41만9000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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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캠코 한국자산관리공사 서울사옥 [사진=연합뉴스] |
무담보채권은 부동산이나 자동차 등 별도 담보 없이 신용을 바탕으로 빌린 돈에서 발생한 채권이다. 채무자가 장기간 변제하지 못할 경우 연체이자와 비용 등이 붙으면서 원리금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논란의 핵심은 공공기관의 장기채권 관리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금융회사 대출채권의 소멸시효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완성될 수 있지만, 소송과 시효 연장 절차가 반복되면 채무자가 오랜 기간 채무 부담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특히 고령자, 저소득층,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의 경우 장기 추심이 경제적 재기를 막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단체와 일부 정치권에서는 캠코가 공공 배드뱅크라는 본래 역할에 맞게 회수 가능성이 낮은 장기연체채권을 적극적으로 정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생계형 자산까지 압류 대상이 될 경우 채무자가 최소한의 생활 기반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반면 채무 감면을 둘러싼 반대 여론도 적지 않다. 온라인상에서는 “돈을 빌렸으면 갚아야 한다”, “성실하게 빚을 갚아 온 사람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무분별한 채무 탕감이 도덕적 해이를 부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이번 사안은 단순히 채무를 탕감할지 말지를 넘어 공공기관이 장기연체채권을 어떤 기준으로 관리해야 하는지의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취약채무자의 재기 지원과 금융질서 유지, 성실상환자 보호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캠코는 보유 채권 전체를 일괄적으로 추심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캠코에 따르면 보유 중인 채권 8조9000억원 가운데 2조6000억원은 채무조정 약정을 체결해 정상적으로 상환이 진행 중이다. 나머지 6조3000억원에 대해서는 연체기간과 상환능력 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정리할 계획이다.
20년 이상 장기연체된 1조4000억원 규모 채권은 상환능력 심사를 거쳐 채무자의 상환능력이 없다고 판단될 경우 일괄 소각을 추진한다. 나머지 4조9000억원 규모 채권도 상환능력에 따라 채무탕감이나 채무조정 절차를 적용할 예정이다.
캠코가 장기채권을 일괄적으로 정리하지 못한 데에는 현실적 제약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장기연체채권을 소각하거나 감면하려면 채무자의 은닉자산 여부와 실제 상환능력을 확인해야 하지만, 캠코가 활용할 수 있는 정보는 공공 데이터 중심으로 제한돼 있다. 이 때문에 채무자의 상환 여력을 정밀하게 판단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캠코 관계자는 “금융위원회 주재 회의를 통해 캠코를 비롯한 공공기관 보유 장기연체채권 전반에 대한 현황을 점검하고 추가 제도 개선사항도 검토하고 있다”며 “공공 배드뱅크의 역할에 맞게 차별화된 시효관리와 민간보다 포용적인 채무조정을 지속 추진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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