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진료·수술 시간 체크 등 기본적인 사실관계 확인도 안해
[하비엔뉴스 = 이필선 기자] 지난해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된 ‘의사 혼자서 1년에 4천여 건의 수술’을 했다는 의사와 병원에 대한 실태조사가 이뤄졌지만 보건복지부가 형식적인 봐주기 조사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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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의혹을 제기한 제보자에 따르면 조사를 총괄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은 지난 1월 둘째 주에 이 사안을 ‘문제없음’으로 종결 처리하고 수사 의뢰 또한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조사 절차와 과정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관계 기관이 보여주기식으로 봐주기 조사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심평원의 조사 배경에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큰 논란이 됐던 ‘혼자서 1년에 3천 건 이상 수술을 한 의사’의 불법의료행위 의혹으로부터 진행됐던 사안으로 알려졌으며 당시 더불어민주당 박희승 의원은 심평원으로부터 자료를 제공받아 “특정 의사 1명이 인공관절 수술 등을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매년 평균 혼자서 3천여 건, 2024년 상반기에만 1,384건을 수술한 것으로 보험료를 청구했다며 불법적 의료행위가 의심된다”며 국정감사자리에서 폭로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의료계 안팎에서 또한 ‘상식적으로 도저히 불가능한 수술 건수’라며 대리·유령수술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기도 했으며 이를 두고 시민단체도 나서 관계 당국의 철저한 조사와 처벌을 촉구해왔다.
각종 포털 등에서 공개된 해당 업계의 ‘진료, 수술비’ 조사는 공개된 자료를 기초로 예상 매출을 추산한 결과 의사 혼자 5년간 무려 약 1천300억 원에 달하는 수익을 챙겼을 것이라는 시민단체의 분석도 나왔다.
이같은 대리·유령수술 의혹과 논란이 커지자 당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강중구 심평원장은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사례가 비정상적인 것임을 인정하고 해당 병원에 대해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내 놓기도 했다. 이후 복수의 언론 보도를 통해 해당 병원이 서울 서초구의 한 관절전문병원으로 알려졌던 Y병원의 병원장인 것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당시 해당 병원의 병원장을 비롯한 의사 및 간호조무사, 의료기 회사 영업사원 등 10명은 해당 병원은 이미 ‘대리·유령수술 등 의료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었던 중이라 더 충격을 주기도 했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해당 병원의 이 같은 각종 의혹에 대해 실체 파악을 위해 보건복지부의 현장 행정조사는 지난해 12월 9일부터 14일까지 진행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실태조사 시작 단계부터 부실 조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으며, 실제 조사가 완료된 후 당시 조사에 심각한 문제가 있어 보인다는 내부자의 제보가 접수돼기도 했다.
해당 제보에 따르면 이번 조사에는 심평원 인력을 주축으로 한 조사팀 7~8명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적으로는 5명의 조사 인력이 참여하지만 7~8명이 투입됐기 때문에 얼핏 보면 철저한 조사를 할 것 같은 모양새를 취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고 제보자는 지적했다.
우선 조사 범위 자체부터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실태조사의 핵심은 국감에서 드러난 대로 과연 의사 혼자서 1년에 평균 3천 건의 수술을 실제로 했는지와 그에 따른 요양급여 청구가 적법한지, 그 과정에서 대리·유령수술 등 불법행위가 없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주된 조사 내용이 될 것으로 알았으나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 제보자의 주장이다.
제보자에 따르면 “상식적으로 볼 때, 문제가 된 2019년부터 2024년 상반기 동안 해당 의사가 수술했다고 심평원에 청구한 내역과 해당 의료진의 실제 진료시간을 비교해 보면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또 각 병원에서 이뤄지는 처방과 수술 등은 실시간으로 심평원에 전산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간단하게 확인이 가능할텐데, 그런데 가장 기본적이라 할 수 있는 이 부분에 대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여진다”고 제보자는 주장했다.
해당 병원은 현재 진행 중인 대리·유령수술 재판의 공소장에도 2021년 6월 28일부터 8월 2일까지 35일간 총 152건의 수술을 진행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본인이 수술을 집도하지 않았음에도 마치 본인이 한 것처럼 수술기록지 및 마취기록지를 허위 작성한 혐의도 함께 받고있으며 재판이 진행중에 있기도 하다. 이렇한 문제점이 노출되었는데도 심평원 조사팀은 이 같은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도 파악하지 않았던 것 같다는 제보자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어진 제보자에 주장에 따르면 조사팀은 단순히 현재 병원에서 수술실에 투입되는 인력의 규모만으로 혼자서 1년에 평균 3천여 건의 수술이 가능했는지를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 취재를 종합해보면 Y병원에는 2021년 7~9월경 수술 보조가 가능한 남자 간호사는 3~4명에 불과했고 나머지 3~4명은 ‘비의료인’인 간호조무사, 응급구조사 등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비슷한 시기에 불법적인 수술 보조행위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의료기 영업사원에 따르면 회사 소속 직원 10여 명이 병원에 상주하며 수술에 참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토대로 분석해보면 2021년 7~9월경 Y병원에서 수술에 투입 가능한 인원은 총 20명 이내인 것이다. 원내에서 정상적으로 수술에 참여해 보조할 수 있는 간호사 3~4명만으로는 많은 수술 건수를 소화하기 힘들기 때문에 비의료인인 간호조무사, 응급구조사, 영업사원 등을 총동원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정황에도 불구하고 연간 3천여 건에 달하는 수술이 현재 인원수를 기준으로 대리·유령수술 의혹이 없이 정상적으로 진행됐다고 판단하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나아가 의료기관의 불법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관리·감독해야 할 보건복지부나 심평원이 그 역할을 수행하지 않은 것을 넘어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들게 하는 대목이다.
이런 총체적 부실로 이어진 실태조사는 이미 사전에 짜 맞춰졌던 것으로 추측된다. 제보자에 따르면 이번 현지 조사에 참여한 심평원 관계자가 ‘과거 자료를 세밀하게 조사하지 않고 현재 수술실 인원 중심으로 조사했다’는 식으로 말했다는 것이다.
또 이번 실태조사를 진행하며 이례적으로 보안 유지에 각별히 신경을 쓴 점도 봐주기, 깜깜이 조사 의혹을 키우고 있다. 제보자가 심평원 관계자에게 들은 전언에 따르면 총 조사 기간은 30일이었고, 이 중 현지조사는 12월 9일부터 14일까지 6일간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의 총괄 책임자로 알려진 심평원의 조○○ 부장은 조사 관련 직원들에게 현지조사에 대해 사전에 보안 유지를 지시했다. 또 조사 결과를 내부에 공유하던 일반적인 관례와는 달리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하고 ‘문제없음’으로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조사를 총괄하였던 심평원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심평원은 ‘요양급여’ 부분에 대해서만 조사를 마쳤으며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의사 혼자 년간 4천건의 수술에 과 관련하여 ‘불법대리 및 유령수술’은 서초구보건소에서 조사한 것이다라고 답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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