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계절에도 흔들림 없이, 마음은 평정하라
“이 여름, 고단한 이들의 마음에 시원한 자비의 바람이 불어오기를. 부처님의 지혜로 오늘 하루도 견딜 수 있는 힘을 얻으시길 진심으로 발원합니다.”
사랑하는 불자 여러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계절입니다.
올해 초여름은 특히 유난스럽습니다.
예전처럼 장맛비가 시원하게 내리던 계절은 지나간 듯, 비는 예고 없이 스치듯 지나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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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한불교 성불조계종 법담 종정 |
저녁이 되어도 더위는 식지 않고, 많은 이들이 지친 몸으로 누운 잠자리에서도 고단한 하루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숨 섞인 숨결이 창문 너머로 스며들고, 사람들 마음속엔 짜증과 무력감, 그리고 이유 모를 허탈함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불자 여러분,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더욱 부처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법구경'에서 말씀하셨습니다. “외적인 조건은 언제나 변한다. 그 변화에 따라 내 마음이 흔들린다면, 그 마음은 아직 머물 곳을 찾지 못한 것이다.”
지금 우리가 겪는 이 무더위와 불편함은 단지 날씨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사실은 우리의 마음이 이미 지쳐있고, 내면의 평온을 잃은 상태에서 외부의 자극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늘 말씀하셨습니다. “밖이 아무리 시끄러워도, 안이 고요하면 고요하다.”
세상이 뜨겁고 복잡하고 시끄러워도 내 마음만은 잔잔한 호수처럼 고요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가르치셨습니다.
사랑하는 도반 여러분, 세상은 언제나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기대하던 비는 오지 않고, 원치 않던 더위는 계속됩니다. 그러나 이 또한 무상(無常)입니다.
지금 이 순간의 고통과 불편함도 머지않아 사라질 것임을 아는 이가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그 지혜는 결코 멀리 있지 않습니다. “몸이 힘들 때일수록, 마음은 더 단단해져야 한다. 더위가 나를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내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는 것이다.” 이 말씀을 마음에 새기시기 바랍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내면의 쉼’을 가지십시오. 몸이 지칠수록, 마음은 더 가벼워져야 합니다. 외부의 열기를 끊어낼 수는 없지만, 마음의 번뇌는 잠시 멈출 수 있습니다.
'잡아함경'에는 이렇게 나옵니다. 뜨거운 날, 더위에 고생하는 제자에게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그대는 몸이 더운가? 그렇다면 마음을 물로 씻으라. 마음이 시원하면 몸은 따라오느니라.’ 이 말씀처럼 지금의 고통은 우리에게 마음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입니다.
우리가 지친 것은 단지 여름의 기온 때문이 아닙니다. 세속의 빠른 흐름, 과한 욕심, 멈출 줄 모르는 비교심, 이런 것들이 우리를 더욱 피로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멈춤’의 수행이 필요합니다. 잠시 눈을 감고 호흡을 고르십시오. 더위 속에서도 숨이 있다는 사실, 숨이 이어짐으로써 내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십시오.
“한 호흡 안에 천 가지의 번뇌를 태우고, 한 침묵 안에 천 년의 지혜를 심는다.” 제가 늘 말씀드리는 이 구절처럼, 침묵은 단지 말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자비와 평온이 피어나는 시작입니다.
불자 여러분, 오늘 이 도량에 오신 여러분의 마음에도 분명 이 여름의 무거움이 짙게 깔려 있을 줄 압니다. 하지만 기억하십시오.이 계절도 지나갑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도 우리는 수행하고, 참회하고, 깨달을 수 있습니다.
“무더위 속에 피어나는 연꽃처럼, 고통의 계절에도 자비는 꽃을 피운다.” 지금의 어려움이 여러분을 더욱 성숙하게 하기를, 부처님의 지혜가 여러분의 마음속 뜨거움을 식혀주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오늘 이 설법을 듣는 여러분 모두, 세상의 더위보다 더 견디기 힘든 마음의 열기를
부처님 앞에서 내려놓고, 고요하고 단단한 쉼을 얻어가시길 바랍니다.
합장합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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