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17 원칙 준수 강조…"더 이상 시간 끌지 않겠다"
[HBN뉴스 = 홍세기 기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일 보험업계 최고경영자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삼성생명의 회계처리 논란에 대해 "국제회계기준에 맞춰 정상화하는 방향으로 금감원 입장을 정리 중이다"라고 공식적으로 발언했다.
이는 지난 2022년부터 허용해왔던 '계약자 지분조정' 방식의 예외 적용을 중단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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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뉴스] |
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이 원장은 이날 "더 이상 시간을 끌지 않고 저희 입장을 정리하기로 했다"며 "이슈 처리를 미루거나 임시적으로 봉합하기보다는 이번 기회에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원칙에 충실한 방향이 될 것"이라며 더 이상의 예외 허용은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금감원은 2022년 IFRS17 도입 당시 생보업계의 재무제표 이용자 혼란 우려를 받아들여 기준서상 '일탈 조항'을 근거로 삼성생명의 기존 회계처리 방식을 허용해왔다.
하지만 최근 한국회계기준원과 시민단체, 정치권에서 "국제 회계 투명성 저하"를 이유로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왔다.
논란의 중심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화재 지분 15.43%에 대한 지분법 적용 여부다. 일반적으로 20% 미만이지만 보험업법상 자회사 편입과 '유의적 영향력' 행사를 근거로 지분법 적용을 요구받고 있다.
둘째,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 8.51%(시가 약 35조원)의 미실현이익 중 일부를 '계약자지분조정' 항목으로 분류하고 있는 8조9458억원 규모의 회계처리다. IFRS17 원칙대로라면 유배당 보험 계약자 몫을 보험계약 부채로 평가해야 한다.
앞서 한국회계기준원은 지난 7월 '생명보험사의 관계사 주식 회계처리' 세미나를 통해 삼성생명을 "회계의 블랙홀"이라며 공개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긴급토론회를 열어 압박을 가하고 있으며,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국회 입법으로 풀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이 원장이 과거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장 시절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회계 문제를 직접 제기했던 이력이 있어 업계에서는 삼성생명의 기존 회계처리 방식 변경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감원의 결정이 확정되면 삼성생명은 대규모 재무구조 조정에 직면한다. 계약자지분조정 방식 중단 시 약 30조원 규모의 삼성전자 지분 가치가 자본 항목으로 반영되고, 유배당 계약자에 대한 배당 의무도 확정될 전망이다.
삼성화재 지분에 지분법 적용 시 자본 축소로 인한 K-ICS 비율 하락과 배당 축소 압박도 예상된다. 국회에 계류 중인 '삼성생명법'까지 통과되면 보험사의 계열사 주식 보유를 총자산의 3% 이내로 제한하게 되어 20조원 이상의 삼성전자 지분 처분이 강제될 수 있다.
이 원장은 구체적 방법론에 대해 "감독 규정 관련으로 할지, 자료 회신 형식으로 할지는 정하지 않았다"며 "조만간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지만, 업계에서는 이미 사실상 결론이 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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