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N뉴스 = 정재진 기자]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대수장)이 16일 성명을 내고 정부의 사관학교 통합 추진과 관련해 마땅한 이유와 어떤 문제인지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수장은 정부의 사관학교 통합은 아직도 불분명하며 과거 검토 당시에도 위헌적 요소로 폐기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장성단은 전술훈련조차 제대로 지도하고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정치권이나 관료, 학자들이 무슨 근거로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인지 위험 천만한 발상이라고 질타했다.
대수장은 2019년 1월 출범해 현재 육·해·공군 및 해병대 출신 800여 예비역 장성들과 제독들을 정회원으로 하는 비정부 단체(NGO)다.
다음은 이날 대수장 성명 전문.
![]() |
|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 회원들. [사진=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 |
"사관학교는 특정 권력의 소유물이 아니다. 국민의 사관학교이다."
정부는 사관학교를 통합하겠다고 발표했다.
통합하겠다면 마땅히 그 이유가 있어야 하고 어떤 문제 때문인지를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어떤 문제 때문인지 아직도 불분명하다. 과거에도 검토한 적이 있다거나, 지금의 사관학교는 2차대전의 산물이라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궤변만 들려오고 있다.
과거에 검토했다고 하는 것은, 상부구조 개편을 전제로 한 것이고, 이는 우리 군의 상부 의사결정체계를 보다 단순화해서 유사시 효율을 높이자는데 주 목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 문제는 궁극적으로 위헌적 요소가 있다는 이유 등으로 더이상 논의가 되지 않았고 사실상 폐기되었다.
2차대전의 산물이고 새로운 전장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 역시 설득력이 없다. 지금도 전쟁을 치르는 미국의 경우는 어떠한가, 각군 사관학교의 전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지 않은가.
미국의 군은 명실공히 세계 최강의 군대이다. 전쟁을 한번도, 아니 간단한 전술훈련조차 제대로 지도하고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정치권이나 관료, 학자들이 무슨 근거로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인가, 위험 천만이다. 인구 절벽에 대비한다, 예산 절약 때문이다, 장교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다는 등등의 이유도 있다지만 그 어떤 것도 사관학교를 통합해야 할 만큼의 절실하고 시급한 이유가 되지 못한다.
이는 정치권이나 정부 스스로도 잘 알 것이다. 차제에 대수장은 다음 사항을 강력히 촉구한다.
첫째, 정부는 왜 사관학교를 통합하려 하는지 그 이유를 밝혀라.
공식적으로 알려진 바로는 합동성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통합군 시비를 피하려는 궁여지책에 불과하다. 군의 양성교육과 보수교육의 개념을 전혀 모르는 무지의 소치이며, 국민의 눈을 가려보겠다는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
합동성이라는 것은 양성교육의 목표나 영역이 아니다. 직무수행을 위한 보수교육의 영역이며, 최소한 중령급 이상 장교가 합참에 보직되면서 익혀 나가는 것이다. 사관생도들에게 무슨 합동성인가.
통합군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들 조차, 개별 군의 특성과 전문성을 존중하고 오히려 이를 더 심화하기 위해, 군별로, 양성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전 세계가 비웃을 일을 벌이겠다는 것 아닌가.
둘째, 군 경험이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라.
사관학교는 일반대학의 교육과정과 다르다. 생사의 현장을 다루는 장교를 양성하는 과정이다. 경험 이상의 논리가 없다. 국민들은 백면서생의 붓끝에서 이런 중차대한 문제가 좌우되고 있음을 크게 우려한다.
반드시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은 대안은 적법절차 위반으로 그 내용과 관계없이 정당성이 없다는 점을 엄중 경고한다.
세째, 문제가 있다면 운영의 묘를 살려 개선하라.
현재의 사관학교는 625전쟁이라는 뼈아픈 경험과 장교양성에 대한 절실한 요구에 따라 미국의 교육체계를 수용하여 발전시켜 온 것이다. 완벽할 수야 없겠지만 물리적으로 허물어야 할 그런 수준은 전혀 아니다. 어떤 문제라도 현재의 틀내에서 운영상의 묘를 살려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강국은 모두 그렇게 하고 있지 않은가.
한 나라의 간성을 길러내는 문제에 시행착오란 있을 수 없음을 명심하라.
네째, 국방부는 이 중차대한 문제로 인해 심각한 집단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 유의하라.
밀실에서 몇몇이 모여 다루다 보니 온갖 의혹들이 난무하고 있다. 교육을 받고 있는 사관생도는 물론 교직원, 학부모, 그리고 수험을 준비하는 예비생도들 모두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이들 모두 우리 국민이다. ‘정체불명의 통합’이라는 한건주의에 희생물이 되어서야 되겠는가. 이 점에 대한 법적 책임 또한 간과하면 안될 것이다.
다섯째, 사관학교는 정치적 통제의 대상이 아니다.
소위 문민통제라고 하는 것은 군에 대한 보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통제를 전제로 한다. 정치적 통제와는 결을 달리한다. 정치적 통제는 독재권력을 위한 것이다. 군의 전문성, 자율성, 중립성 의무를 모두 침해하는 것으로 민주주의 원리에 어긋난다.
사관생도들을 왜 정치적 소용돌이로 몰아 넣어려 하는가. 국제사회가 선진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사관학교 통합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겠는가. 안보의 한 축을 허무는 일이다. 국가의 먼 장래를 내다보며 신중에 신중을 기하라.
여섯째, 육사폐교음모론의 진상을 밝혀라.
사관학교 통합이라는 포장 속에는 육사폐교라는 음모가 있다는 말이 무성하다. 육사를 지방 모지역으로 축출한다고 하는, 듣기에도 민망한 소문이 그것이다.
지방 이전은 필연코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고 우수자원 확보라는 정책기조에 위배될 뿐만아니라 궁극적으로 육사폐교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위험성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현 정부는 장차전에서 육군이 없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계엄 때문이라고 한다. 계엄은 고도의 정치적 영역이다. 육사와 무슨 관계가 있는가. 개인과 제도에 대한 분별없는 징벌적 조치는 헌법에서 금하는 연좌제적 정치보복에 불과하다. 권력으로 생도들의 꿈을 짓밟으려 해서야 되겠는가.
또한 육사 교정은 625전쟁 당시 생도들의 피와 땀이 묻어있는 호국 현장이며, 대한민국 국군이 태동한 발상지로서 문화재적 가치를 지닌 곳이다. 당사자들과의 어떠한 합의도 없이 이곳의 구조물들을 함부로 훼손할 수 없다.
면면히 쌓아 온, ‘전통에서 우러 나오는 무형의 가치’를, 어디서 어떻게 살려내겠다는 말인가. 생도들은 물론 졸업생들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임을 덧붙인다.
우리는 이 모든 것이 의혹이고 기우이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렇지 않다면, 사관학교 통합이라는 것은, “국민의 사관학교가 아닌 특정 권력, 당의 사관학교를 만들겠다는 것이며, 나아가 국민의 군대가 아닌 특정 권력, 당의 군대를 만들겠다는 것, 이도 아니면 정치적 한풀이”외 아무 것도 아닐 것이다.
국민들이 어찌 이를 받아들이겠는가. 이것이 과연 이 정부의 자주국방 방식인가. 아니길 다시한번 촉구한다. 정녕 정치적 목적이 있다 하더라도 이제는 그 효과를 충분히 달성했다고 본다. 많은 법적 하자를 안고, 교각살우하는 우를, 더이상 멈추기를 국민의 이름으로 바란다.
2026년 6월 16일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 일동
[ⓒ HBN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