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사 담보 대출을 기관·개인 투자자에 재판매…고객 손실 적잖아
[HBN뉴스 = 홍세기 기자] SK증권이 비상장사 주식을 담보로 무궁화신탁 오너인 오창석 회장에게 1500억원 규모의 거액 대출을 주선한 뒤 5개월 만에 기한이익상실(EOD, End of Day)을 맞이하면서 내부통제 부실과 리스크 관리 미흡 논란이 일고 있다.
2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SK증권은 2023년 6월 무궁화신탁 주식을 담보로 오 회장에게 1500억원 규모의 대출을 주선하면서 869억원을 직접 집행했다. 이 중 일부는 비상장사 담보 대출을 구조화해 기관 및 개인 고객에게 약 440억원가량을 셀다운(재판매) 방식으로 판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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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의도 SK증권 본사 전경 [사진=SK증권] |
대출의 담보는 오 회장이 보유한 무궁화신탁 경영권 지분 50%+1주였다. 그러나 대출 집행 5개월 만인 같은 해 11월 무궁화신탁이 영업용순자본비율(NCR)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기한이익상실 상태에 빠졌다.
비상장사 주식은 시장에서의 유동성이 부족해 반대매매(강제 매도) 등의 채권 회수 절차를 진행할 수 없었다. 이에 따라 원금을 상환받지 못한 투자자들이 발생했고, SK증권은 피해 고객에 대해 투자금의 30%인 132억원을 가지급금(임시로 지급하는 자금) 형태로 지급했다.
무궁화신탁은 2024년 11월 금융위원회로부터 경영개선명령을 받았다. 이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로 신탁사의 건전성이 악화한 결과였다.
SK증권은 2024년 말 현재 대출금의 80% 이상을 충당금으로 적립했으며, 현재 경영권 매각을 통한 회수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흥미로운 점은 SK증권이 원래 비상장사 주식 담보 대출을 내부 규정으로 금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관련 규정에는 "신용거래를 할 수 있는 증권은 증권시장에 상장된 주식 및 상장지수펀드(ETF)에 한한다"고 명시돼 있었다.
그러나 2019년 7월 SK증권은 집행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대출금 회수가 가능하다고 집행위원회가 심의·의결한 비상장 주식에 대해서는 신용거래가 가능하다"고 규정을 개정했다.
당시 상장폐지 회사 관련 대출로 손실을 본 경험 이후 규정을 강화해야 했으나, 오히려 역으로 제한을 해제한 것이었다.
문제의 심각성은 대출 규모에서도 드러난다. 오 회장에 대한 신용공여 규모는 2023년 기준 SK증권의 자기자본(5780억원)의 23%에 달했다. 일반적으로 웬만한 대형 상장사도 자기자본의 1%를 초과하는 단일 대주주 대출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비상장사를 담보로 한 20% 이상의 대출은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더욱 문제가 되는 점은 1000억원이 넘는 주식담보대출 자금을 집행하면서 이사회 의결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업계 통상 관행상 1000억원을 초과하는 대출은 대표이사가 참석한 이사회 결의가 필수적이다.
오 회장에 대한 대출은 단계적으로 확대됐다. 2021년 6월에는 기존 차입금 상환과 이자 지급을 명목으로 1150억원까지 늘어났으며, 2023년 6월 대출은 기존 자금을 갚기 위한 리파이낸싱(재조달) 성격이었다.
당시 2022년 9월 레고랜드 사태로 부동산 시장이 급속히 침체되면서 신탁사 업계 전반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에도 불구하고 SK증권은 오 회장에 대한 대출을 1500억원으로 확대했으며, 2년간 받을 이자 335억원을 함께 포함했다.
SK증권 측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무궁화신탁 대상으로 이뤄진 대출은 법규와 내규를 준수한 적법한 절차였으며, 우량한 재무 상태와 외부 평가를 근거로 한 정상적인 리스크 관리 하에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담보 가치 산정도 자체 평가가 아닌 국내 대형 회계법인과 평가기관을 통해 보수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덧붙였다.
전우종 SK증권 사장은 "당시 부동산 경기 호황을 토대로 신탁사 실적이 괜찮았으며, 비상장사지만 경영권을 매각해 충분히 대출금을 회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SK증권은 현재 대출금 회수를 위해 무궁화신탁 경영권 매각을 추진 중이나, 아직까지 명확한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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