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N뉴스 = 홍세기 기자] "쿠팡 없인 못 산다" 지난 몇 년간 유통업계에서 쿠팡의 지위는 이 한마디로 정리됐다. 압도적인 편의성을 무기로 소비자를 가두는 '락인(Lock-in) 효과'는 쿠팡의 기업가치를 떠받치는 핵심이었다. 그랬던 그 견고한 성벽에 균열이 가고 있다. 단순히 금이 간 수준이 아니다. 최근 나흘새 이용자(DAU) 200만명이 증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최근 쿠팡을 둘러싼 분위기에서 2013년 '남양유업 사태'의 기시감을 느낀다는 말이 나온다. 당시 남양유업은 우유 시장 강자였다. "남양 제품이 맛있고 유통망이 촘촘한데 소비자가 등을 돌리겠냐"는 오만이 있었다. 하지만 그 오만이 무너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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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쿠팡] |
지금 쿠팡이 딱 그 갈림길에 서 있다.
물론 10년 전과 양상은 다르다. 남양 사태의 발단이 욕설 녹취록이라는 원색적인 '갑질'이었다면, 지금 쿠팡을 향한 분노는 훨씬 복합적이다. ▲알고리즘 조작 의혹에 따른 1600억원대 과징금 ▲블랙리스트 논란 ▲잇따른 물류 현장의 과로사 이슈, 그리고 결정적으로 터진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까지. 악재가 쌓이고 쌓여 '임계점'을 건드린 것이다.
가장 뼈아픈 대목은 소비자들이 '학습'했다는 점이다. 남양 사태를 거치며 대중은 "내 돈을 써가며 비윤리적 기업을 배불릴 필요는 없다"는 효능감을 체득했다.
그동안 쿠팡의 방어막은 "그래도 로켓배송만큼 편한 게 없다"는 '대체 불가능성'이었다. 하지만 이번 '탈팡(쿠팡 탈퇴)' 러시는 그 믿음이 환상이었음을 숫자로 증명하고 있다. G마켓, 네이버, 11번가 등 경쟁사들의 지표가 반사이익으로 튀어 오르는 현상은 소비자들이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기꺼이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와우 멤버십 기습 인상 때만 해도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식의 배짱 영업이 통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소비자는 더 이상 기업의 인질이 아니다.
여의도 증권가의 시선도 싸늘하다. 쿠팡이 자랑하던 '계획된 적자'와 '압도적 점유율'의 서사가 흔들리면, 기업 가치 재평가는 불가피하다. 혁신의 아이콘이 '괴물'로 인식되는 순간, 시장의 주도권은 허무하게 넘어간다. 남양유업이 그랬던 것처럼.
쿠팡은 지금 덩치만 큰 '공룡'이 될 것인가, 진정한 '국민 플랫폼'으로 남을 것인가의 시험대에 올랐다. "우리가 배송을 멈추면 당신들이 불편할 것"이라는 식의 오만함을 버리지 않는다면, 제2의 남양유업 사태는 우려가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다. 시장은 생각보다 냉정하고, 소비자의 인내심은 바닥이 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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