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안보, 워싱턴의 손바닥 위에 올려둘 것인가?
[하비엔뉴스 = 이동훈 기자] 2025년, 도널드 트럼프의 귀환과 함께 세계 질서는 다시 격랑 속으로 빠져들었다. 과거 미국이 주도한 ‘팍스 아메리카나’는 무너졌고, 미국은 동맹보다 이익을 우선하는 거래적 동맹주의로 선회했다.
최근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반도체 보조금 지급 조건으로 삼성전자·TSMC 등 글로벌 기업들의 지분 인수를 요구한 사건은 단순한 산업 정책이 아니다. 이는 “미국과의 협력 = 미국의 이익 보장”이라는 트럼프식 사고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삼성과 TSMC는 수십조 원을 투입해 이미 미국 공장을 짓고 있음에도, 트럼프는 약속한 보조금 지급을 사실상 무력화하고 새 조건을 강요했다. 동맹이라는 이름 아래 진행되는 협력이라기보다, 힘의 논리를 앞세운 강압적인 요구라고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 2기 시대를 논할 때 우크라이나 전쟁은 또 다른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싸울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로 미국과 나토의 지원을 신뢰했기 때문이다. 블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나토 가입을 추진하며 미국과 서방의 ‘철통 방어 약속’을 믿었고, 그 결과 러시아의 강경한 반발을 초래해 전면전으로 비화했다.
3년 6개월 동안 수십만 명의 사상자를 내면서까지 지키려했던 동부 돈바스 전 지역을 러시아에 넘겨주는 평화안까지 검토 중이다.
이 두 사건은 단순한 무역 분쟁을 넘어, 안보·경제·기술 패권이 모두 거래의 대상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변화는 한국에게 매우 불편한 질문 하나를 던진다.
“미국의 핵우산(Nuclear Umbrella), 과연 믿을 수 있는가?”
한국은 수십 년간 미국의 핵우산에 안보를 의존해왔다. 북한이 핵을 발사하면, 미국이 자동으로 보복할 것이라는 전제가 억제 전략의 근간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2기 시대의 냉혹한 현실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북한이 서울을 향해 핵을 발사하면, 미국은 과연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를 위험에 빠뜨리며 보복할까? 북한과 중국은 미국의 보복 약속을 실제 억제력으로 받아들일까, 아니면 ‘블러핑’으로 볼까?
이 질문의 답은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미국의 핵우산을 절대적 보장으로 신뢰하는 전략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다. 주목할 점은 우크라이나 역시 구(舊) 소련연방에서 독립할 당시 세계 3위의 핵 보유국이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과 러시아, 서방의 약속을 믿고 스스로 핵무장을 해제했고 결과는 러시아와의 반복된 분쟁과 참혹한 전쟁이었다. 안보를 남에게 전가한 국가가 맞게 되는 결말을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의 안보를 미국의 손바닥 위에만 맡길 것인가. 스스로 방패를 들 것인가. 선택의 시간은 많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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