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동않는 통제장치, 금품에 취약한 선거제도 들통...총체적 제도개혁 필요
[HBN뉴스 = 김혜연 기자] 정부가 농협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 강호동 농협중앙회장과 핵심 간부들이 선거 관련 금품 제공 등 각종 비위 의혹에 연루된 것으로 보고 사안이 엄중한 14건에 대해 정식 수사 의뢰하고 96건에 대해 제도개선 처분하기로 해 향후 파장이 주목된다.
정부는 농협 비위 근절을 위해 국무조정실, 농림축산식품부, 감사원, 공공기관,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정부합동 특별감사반을 구성해 지난 1월 26일부터 농협중앙회·자회사·회원조합 등에 대한 특별감사 실시 결과를 9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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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협중앙회. [사진=농협중앙회] |
감사 결과를 보면 강호동 회장은 지난 2024년과 지난해 농협재단 사업비를 유용해 중앙회장 선거에 도움을 준 조합장 등에게 제공할 선물과 답례품을 조달한 혐의가 있다. 답례품 등으로 지출한 비용은 4억9000만원이다. 강 회장은 지난해 2월 조합장들로부터 취임 1주년 기념 명목의 황금열쇠 10돈(당시 580만원 상당)을 받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도 제기됐다.
정부는 이사회의 조직개편 의결 미이행 자의적 포상금 집행, 재단자금 운용 불투명 등 중앙회장의 독단적 조합 운영 사례를 확인했다.
특히 농협중앙회장 등으로부터 무분별하게 직원들에게 지급되는 포상금의 일종인 '직상금 집행'도 문제로 지적됐다. 직상금은 객관적 성과 평가 없이 특정 회원조합과 부서에 선심성으로 무분별하게 지급됐고 5년간 지급액 75억원 중 중앙회장이 지급한 금액이 약 4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회사 인사 개입도 이번 감사에서 지적됐다. 중앙회 전무(부회장) 등은 인사권이 없음에도 농협은행 등의 직원과 인사 상담하고 인사총무부는 상담 결과를 농협은행 등에 전달했다.
이 밖에도 중앙회장 퇴임 공로금이 전 회장 기준 3억2000만원으로 많고 현 중앙회장의 사택이 전용 면적 기준(60㎡)을 위반한 84.98㎡에 전세 보증금도 12억원으로 상한선(5억원)을 넘은 사실도 감사 결과에서 드러났다.
아울러 중앙회와 회원조합에서는 각종 수당과 기념품, 전별금 등을 지급하는 등 방만한 예산 집행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은 비상임이사에게 취임 시 태블릿PC를 지급하고 연봉과 별도로 5000만∼6000만원의 활동 수당을 지급했으며, 이사회를 열 때마다 50만원의 심의 수당을 제공했다.
지난 2022년 대의원대회에서는 참석 조합장 1100명에게 204만원 상당 스마트폰을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앙회 임원에게는 퇴직 시 공로금 1000만원과 500만원 상당 여행상품권, 순금 10돈 등이 전별금 명목으로 제공됐다.
조합운영협의회 기금이 워크숍과 송년회, 상품권 구입 등 사적 용도로 사용된 사례도 확인됐다.
해외 연수도 부실하게 운영됐다. 한 자회사는 조합장 등을 대상으로 고가 해외 연수를 진행해 2024년 호주 연수의 경우 1인당 지원액이 1000만원에 달했고, 일부 회원조합에서는 배우자 동반 해외 견학이나 외유성 연수도 실시됐다.
정부 특별감사반은 중앙회의 예산 관리와 내부 통제도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지출 항목을 사전에 정하지 않은 예산이 전체의 60%에 달했고, 2024년에는 포상비·복리후생비 등 7개 항목에서 222억원이 초과 집행됐다.
계열사 이사회 구성에서 전·현직 조합장과 농협 계열사 출신 비중이 높아 이해충돌 우려도 제기됐다. 중앙회와 경제지주 산하 17개 계열사 비상임이사 195명 가운데 조합장 출신은 159명(81.5%)이었고 외부 전문가는 10명(5.1%)에 그쳤다.
회원조합의 비리와 부실 관리도 확인됐다. 한 조합은 연체 대출 금리를 소급 인하하고 대손충당금을 과소 설정해 분식회계로 재정 부실을 숨긴 뒤 당기순손실을 순이익 5억1000만원으로 허위 공시하고 4억4000만원을 배당했다.
이 밖에도 비상임이사 배우자 업체와 특혜성 부동산 계약을 체결하거나 대출 연장 과정에서 우대 금리를 적용하는 등 임원 권한 남용과 채용 청탁, 인사 규정 위반 사례도 드러났다.
특별감사반은 농협 내부통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준법감시인과 감사위원회가 내부 인사 중심으로 구성돼 핵심 간부의 비리나 특혜성 대출·계약, 방만한 예산 운영을 실질적으로 견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중앙회는 내부통제 기준 준수 여부를 점검하는 준법감시인을 두고 있지만 '중앙회·자회사 등에서 10년 이상 근무 경력'을 자격 요건으로 인정해 사실상 내부 인사 위주로 선임되는 구조다.
감사위원회도 5명 가운데 3명이 전·현직 조합장 출신이며 이 중 2명은 현직 조합장을 겸직하고 있어 독립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정부합동 특별감사반'은 이번 감사에서 농협 공금 유용, 특혜성 대출·계약, 분식회계 등 위법소지가 큰 14건에 대해 수사의뢰 하고 지적된 사항 96건(잠정)에 대해 농협이 상응하는 시정조치, 개선방안을 마련하도록 처분할 계획이다. 수사 의뢰 14건 중 강 회장과 핵심 간부 관련은 6건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특별감사와 '농협개혁추진단' 논의를 통해 근본적인 농협 개혁방안을 마련하고, 조속한 시일 내에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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