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비엔뉴스 = 홍세기 기자] 한국중부발전이 추진 중인 전북 익산 ㈜상공에너지 매각을 둘러싸고 '헐값 매각'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직원들은 매각가격이 기업가치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으며, 노조 설립을 통한 대응에도 나서는 상황이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번에 중부발전이 매각 하려는 상공에너지는 2007년 익산상공회의소 회원사 등 지역 상공업계가 공동 출자해 설립한 집단에너지 발전사다. 성형고체연료(RDF) 등 신재생에너지를 주 연료로 전기와 증기를 생산해 익산 1, 2산업단지에 공급하는 역할을 담당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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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
중부발전은 2010년과 2018년 유상증자를 통해 지분 85%를 확보한 뒤 실질적인 경영을 맡아왔으며, 지난 5월 재무적 투자자(FI) 지분 14.37%까지 인수해 99.37%의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문제는 매각가격이다. 상공에너지 직원들에 따르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사모펀드의 입찰액은 66억원에 불과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상공에너지의 보통주자본금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788억원으로, 입찰액이 주식가액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중부발전이 지난 5월 재무적 투자자 지분 14.37%를 인수하는데 250억원을 들인 점을 고려하면, 불과 한달 만에 지분 99.37%의 입찰액이 66억원이 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 사모펀드 특혜 의혹까지 제기
직원들의 반발은 단순히 매각가격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우선협상대상자인 사모펀드가 직원 고용보장을 3년으로만 제시했을 뿐만 아니라, 수익성이 좋은 정비사업소 2곳(세종·원주)에 대한 장기 수의계약 보장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발전본부와 원주그린열병합발전소는 모두 중부발전이 운영하는 발전소로, 상공에너지가 정비사업을 담당해왔다. 5년 이상의 장기 수의계약 보장 요구는 전례 없는 특혜가 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 직원들의 주장이다.
◆ 적자 지속 vs 헐값 매각 공방
중부발전 측은 상공에너지의 장기 적자 지속을 매각 이유로 들고 있다. 중부발전에 따르면 상공에너지의 2022~2024년 연평균 단기순손실은 40억~50억원에 달한다.
중부발전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이스라엘 분쟁 등으로 발전 연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적자 폭이 커지고 장기화하고 있다"며 "공익적 측면과 경쟁 업체 등의 문제로 산단에 공급하는 증기 가격을 올릴 수 없는 상황이 반복돼 지분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헐값 매각 논란에 대해서는 "매각 대상 주식가액과 우선협상대상자 입찰액은 비밀유지 의무가 있어 밝힐 수 없다"면서 "직원들이 주장하는 입찰액 66억원은 잘못된 정보"라고 반박했다.
◆ 노조 설립 움직임과 부당노동행위 의혹
갈등이 심화되면서 상공에너지 직원들은 노조 설립을 통한 대응에 나섰다. 그런데 30일 상공에너지 부장급 이상 간부회의에서 노조 설립 주동자와 가입 의사가 있는 직원들을 파악하라는 지시가 내려진 것으로 알려져 새로운 논란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와 인터뷰한 익명의 상공에너지 관계자는 "대표가 주재한 부장단 회의에서 사측이 노조 가입 의사자 등 직원 동향과 노조 설립 주동자가 누구인지 파악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중부발전 측은 "노조 설립과 관련해서는 우리가 직접적인 노사관계를 형성하고 있지도 않고, 노조 설립 동향 파악이 부당노동행위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에 절대로 그런 지시를 내리지 않는다"며 입장을 내놨다.
◆ 지역사회 우려와 향후 전망
상공에너지는 2012년 준공 이후 익산 제2산업단지에 저렴한 집단에너지를 공급해왔다. 관련업계는 "상공에너지가 특정 사모펀드에 매각될 경우 익산지역의 집단에너지 비용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등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영조 중부발전 사장은 지난해 9월 취임 후 상공에너지 매각을 추진해왔다. 중부발전은 이번 주부터 한달간 협상을 진행해 8월 초 지분 매각액이 확정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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