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7만 국민 실종...캄보디아 사태로 본 '한국인 사냥시대' 파문

이동훈 기자 / 2025-10-17 15:29:51
'파이낸셜뉴스'의 태자그룹 단독 보도가 던진 경고
매년 한국에서 사라지는 성인 실종자 7만 명 넘어
상당수 자의적 가출로 분류돼 초기 대응조차 못해
이달희 의원, 성인 실종 법안 발의, 조속한 통과 필요

[HBN뉴스 = 이동훈 기자] 캄보디아에서 최소 10개의 사기 조직을 운영하며 인신매매·고문을 자행해 미국과 영국의 제재를 받은 ‘태자그룹(Prince Group)’이 한국인 대상 투자설명회를 연 사실이 드러났다. 태자그룹은 캄보디아 내에서 최소 10개의 사기 조직을 운영하며 인신매매와 고문 등을 자행해 미국과 영국의 전방위 제재 대상에 올랐고 회장인 중국인 출신 사업가 천즈가 현지에 117개 계열사를 운영 중이다. 

 

‘한국인 납치조직’으로 악명 높은 단체가 한국인을 직접 초청해 고수익을 미끼로 유인했다는 점에서, 외교·치안 시스템 전반의 공백이 도마 위에 오른다. 

 

17일 파이낸셜뉴스 보도에 따르면 태자그룹의 핵심 계열사 ‘진베이그룹’은 상반기 서울에서 투자자를 모집한 뒤,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한국인 약 20명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었다.

 

 캄보디아 범죄단죄 '망고단지' [사진=연합뉴스]


현지 참석자에 따르면 “한국인 대표가 나와 사업성과를 발표하고, 이후 관광 일정까지 포함된 일정이었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들이 미국과 영국의 제재 대상이자, 캄보디아 등 현지에서 납치·감금·폭행 등 조직범죄를 주도하는 세력이라는 점이다.

국제 제재를 받고도 여전히 영업 중이며, 한국 내에서도 한때 사무실을 두고 투자자 모집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 성인 실종, 수색 근거조차 없다. 무방비 한국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4년간(2020~2023년) 성인 실종 신고는 28만 건을 넘었다. 매년 평균 7만 명, 올해는 이미 8만 명을 돌파했다.

이 중 1000명 이상이 사고나 범죄로 사망했지만, 대부분의 실종 사건은 ‘자의적 가출’로 치부돼 초동 수사가 이뤄지지 않는다. 현행법상 경찰이 위치추적·CCTV 확보 등 강제 수사를 할 수 있는 대상은 18세 미만 아동·치매환자·지적장애인으로 한정된다.

성인의 경우 영장 없이는 수색조차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외로 유인된 ‘투자 피해자’나 ‘불법 고용 납치 피해자’에 대한 실종 수사는 사실상 손발이 묶인 상태다.

전문가들은 성인 실종 대응체계의 부재가 해외 납치조직의 먹잇감이 되는 구조적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현재는 '수사권이 없다'는 이유로 해외 사건에 대해 경찰이 적극적인 수사에 나서기 어렵고, 영사콜센터에 단순 소재 파악을 요청하는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전문 인력도 부족하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실종 초기에 범죄 가능성을 인지하고 즉각 수색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필요하다”며 “국외 실종의 경우 외교부와 경찰청 간 신속한 공조체계도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 제도 공백이 부른 ‘사람 사냥의 시대’

태자그룹 사건처럼 ‘투자설명회 → 납치·감금’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이미 동남아 각국에서 반복되고 있다.

한국인만 아니라 대만, 말레이시아, 베트남인 피해도 급증하고 있지만, 한국 정부의 대응은 여전히 사후 통보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는 21대 회기에서 ‘실종 성인의 소재 발견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논의했지만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폐기됐다.

22대 국회에서 이달희 국민의힘 의원이 성인 실종자에 대한 체계적이고 신속한 수색을 위한 ‘성인 실종 수색 및 발견에 관한 법률안’을 또 발의했지만, 논의가 지연되고 있다

태자그룹 사건은 이 법이 왜 필요한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매년 수만 명이 사라지는 나라에서, 지금 필요한 것은 공포가 아니라 시급한 대책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복수의 국민들은 "성인 실종을 개인 문제로 치부하는 순간, 국가는 국민을 잃는다. 이제는 ‘찾을 권리’를 법으로 보장해야 한다. 사라진 사람들”이 돌아올 수 있도록 신속한 제도적 장치와 실행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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