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추가 대화 불발...정부, 관망 넘어 실질적 개입 할까?

이동훈 기자 / 2026-05-15 15:35:59
삼성전자 파업, '국가 경제 리스크'로 확산 우려
삼성전자 경영진 "무거운 책임" 대국민 사과
노조 "헌법상 권리 행사", 정부 신중론도 제기

[HBN뉴스 = 이동훈 기자] 삼성전자 사측이 노동조합에 조건 없는 추가 대화를 재차 제안했지만, 노조가 파업 이후 협의 입장을 밝히면서 노사간 대화가 교착 상태에 빠졌다. 반도체 생산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의 긴급조정권 검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지만, 긴급조정권은 헌법상 보장된 쟁의권을 제한하는 예외적 조치인 만큼 실제 발동 여부를 두고는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5일 삼성전자 사장단은 대국민 사과문을 내고 “삼성전자의 노사 문제로 국민들과 정부에 큰 부담과 심려를 끼쳐드렸다”며 고개를 숙였다. 사장단은 “성취가 커질수록 우리 사회가 삼성에 거는 기대가 더 엄격하고 커지고 있는데 이를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서초 사옥. [사진=삼성전자]

 

사장단은 이어 “지금은 매순간마다 글로벌 경영환경이 급변하는 무한경쟁의 시대”라며 “회사 내부 문제로 시간을 허비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노조를 한 가족이자 운명 공동체라고 생각하고 조건 없이 열린 자세로 대화에 임할 것”이라며 노조 측에 조속한 대화 재개를 요청했다.

이번 사과문은 사측이 노조에 핵심 쟁점에 대한 입장을 담은 공문을 보내 추가 대화를 제안했음에도, 노조가 파업 이후인 6월 7일 이후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대화 재개가 불발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노조 측에 보낸 공문에서 기존 OPI, 즉 초과이익성과급 제도를 유지하되 상한이 없는 특별보상 제도를 신설하는 등 유연한 제도화 방안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사측은 “협상 타결을 바라는 임직원과 주주, 국민의 바람에 부응해 조건 없이 다시 만나 대화할 것을 거듭 제안한다”며 열린 자세로 협의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노조는 사측의 제안이 기존 입장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보고 파업 절차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최승호 삼성전자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기자들의 질의에 “우리에게 보낸 공문이라고 여겨지지 않는다”며 “교섭은 언제든지 할 수 있으니 파업이 끝난 뒤인 6월에 하면 된다”고 답했다.

이처럼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추가 대화 불발로 다시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측이 조건 없는 대화를 재차 제안했음에도 노조가 파업 이후 협의 입장을 고수하면서, 이번 사태가 개별 기업의 임금협상을 넘어 반도체 공급망과 국민경제 전반의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사장단이 공개 사과문까지 내고 노조를 “한 가족이자 운명 공동체”로 표현하며 조건 없는 대화를 요청한 상황에서 추가 협의가 다시 무산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이 국내 수출과 협력사 생태계, 글로벌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파업 장기화에 따른 부담이 개별 기업 차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노조 측은 이번 파업이 헌법상 보장된 권리 행사라는 입장이다. 최 위원장은 파업 예고와 관련해 “헌법이 보장한 권리를 잘 이행할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긴급조정권이 노동자의 쟁의권을 일정 기간 제한하는 강력한 행정 조치인 만큼, 발동 요건과 필요성을 엄격하게 따져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노조는 사측의 추가 대화 제안에 대해서도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수준에 그쳤다고 반박하고 있다. 사측이 제시한 ‘유연한 제도화 방안’이 기존 OPI 제도 유지와 특별보상 신설 등 앞서 공개된 안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 위원장이 “우리에게 보낸 공문이라고 여겨지지 않는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노조 측은 무조건적인 강경 대응만 고수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도 내놓고 있다. 사후조정 과정에서 성과급 재원 기준을 기존 요구안인 영업이익의 15%에서 13%로 낮추고, 제도 유지 기간도 10년에서 5년으로 줄이는 양보안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또 위법 쟁의행위 논란과 관련해서는 생산 시설이 아닌 사무실 점거를 예정하고 있으며, 협박이나 폭행 등 위법 행위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긴급조정권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76조에 규정된 예외적 조정 수단이다. 쟁의행위가 국민 생활을 위협하거나 국민경제에 중대한 손실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동할 수 있다. 긴급조정이 결정되면 해당 쟁의행위는 30일 동안 중단되며, 이 기간 중앙노동위원회를 통한 조정·중재 절차가 진행된다. 조정 기간에도 노사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직권으로 중재에 회부할 수 있다.

실제 정부도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 가능성을 국가경제 리스크로 보고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SNS를 통해 “이번 사안의 중대성과 파급 효과를 고려할 때 어떠한 경우에도 파업은 막아야 한다”며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긴급조정도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노사 자율 교섭 원칙을 존중하면서도 국민경제 피해 가능성을 최소화해야 하는 정부의 조정 능력과 위기관리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 HBN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