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들 안전장비 제대로 못 갖춰
[HBN뉴스 = 홍세기 기자]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5일 오전 유해 가스가 누출되어 하청 근로자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치는 중대 산업재해가 발생했다.
특히 사고 발생 후 1시간 30분이 지난 뒤에야 신고되고, 피해 근로자들이 안전 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나 안전 관리 부실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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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코 포항제철소 [사진=연합뉴스] |
5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이날 오전 8시50분경 포스코 포항제철소 스테인리스 압연부 소둔산세공장에서 성분이 파악되지 않은 유해 물질이 누출됐다. 포스코DX의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 4명이 기기 수리 사전 작업을 진행하던 중 유해 가스에 노출된 것.
사고 현장에서 노동자들은 호흡 곤란과 흉부 통증을 호소했다. 포스코 측은 현장에서 자체 응급 조치를 한 뒤 사설 구급차를 통해 피해자들을 병원으로 이송했다. 그러나 회사는 경찰이나 소방에 별도의 신고를 하지 않았다.
경찰은 오전 10시19분경 병원 응급실 관계자로부터 "변사자가 발생했다"는 신고를 받으면서 뒤늦게 사고 사실을 인지했고 이는 사고 발생 약 1시간 30분이 경과한 시점이었다.
이후 경찰이 오전 11시14분경이 돼서야 소방당국에 유해 물질 공동 대응을 요청했다. 포스코 측도 이 시점에서 소방에 처음 신고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포스코DX 하청업체 소속 A씨(54)는 이송 도중 숨졌다.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A씨가 얼굴 쪽에 유해 물질을 직접 뒤집어쓰면서 변을 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나머지 3명의 피해자는 모두 30대 근로자들이었다. B씨는 손에 1도~2도 화상을 입어 병원 치료를 받고 있었고, 다른 2명도 신체 일부에 화상을 입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2명은 병원으로 이송된 후 큰 이상이 없어 퇴원했다.
◆ 안전 장비 미착용 드러나, 기본 안전 원칙 부재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피해 근로자들의 안전 장비 상태다. 경찰 관계자와 고용노동부는 현장에 있던 근로자들이 안전모 이외에 별다른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했다.
유해 화학 물질 작업 현장에서 필수적인 호흡 보호구, 보안경, 화학용 장갑 등이 착용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는 유해 물질 취급 현장의 기본적인 안전 규칙을 지키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소방당국은 공장의 분리된 배관에서 누출된 화학 물질의 성분이 불산(Hydrofluoric acid) 또는 질산(Nitric acid)일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 초기에는 염산 흄(HCI fume) 또는 질산 가스로 알려졌다.
119특수대응단과 포항남부구조대 등 소방관 30명과 차량 11대가 출동해 현장에 도입했다. 소방관들은 흡착포(Absorbent foam)를 활용해 유해 물질을 모두 제거했으며, 오후 12시48분경 잔류 가스가 완전히 제거되었음을 확인했다.
경찰과 포스코 측은 정확한 화학 물질 성분을 파악하기 위해 추가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 노동당국, 해당 라인 작업 중지 명령 발령
고용부는 사고 발생 직후 해당 공장 라인에 작업 중지 명령을 내렸다.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현재 사고 당시 작업 환경, 보호구 착용 여부, 안전 조치 이행 여부 등을 중점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특히 수사팀은 포스코와 포스코DX가 유해 물질 작업 현장에서 어떤 안전 절차를 지시했는지, 근로자들에게 어떤 안전 교육을 제공했는지, 왜 기본적인 보호구 착용을 강제하지 않았는지 등을 핵심 수사 항목으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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