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장 "오만했고 안일했다"..최후진술
[HBN뉴스 = 이동훈 기자]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이 항소심에서 감형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일부 범행에 대한 책임은 엄중히 인정하면서도, 범행 경위와 경영 판단의 성격, 그리고 피고인의 반성 태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형량을 낮췄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백강진 부장판사)는 22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된 조 회장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지난 5월 1심에서 선고된 징역 3년에 비해 감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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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고등법원과 조현범 회장 [사진=연합뉴스, 한국타이어] |
재판부는 조 회장이 2020년 배임수재죄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기 이전과 이후의 범행을 구분해 판단했다. 판결 확정 이전에 이뤄진 일부 배임 혐의에 대해서는 1심과 동일하게 징역 6개월을 유지했지만, 이후 이뤄진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2년 6개월에서 1년 6개월로 감형했다.
이는 동일한 범죄라도 시기와 인식 가능성에 따라 책임의 무게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재판부가 명확히 한 대목으로 해석된다.
이번 항소심의 핵심 쟁점은 계열사 한국프리시전웍스(MKT)와의 거래 구조였다. 검찰은 한국타이어가 MKT로부터 타이어 몰드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고가 매입을 통해 계열사를 부당 지원했고, 그 이익이 총수 일가에 귀속됐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른 회사 손해액은 약 131억 원으로 추산됐다.
반면 조 회장 측은 해당 거래가 사익 편취가 아니라 품질 안정성과 공급망 유지를 위한 경영상 판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률적인 단가 인하가 오히려 협력업체 간 형평성을 해치고 품질 저하를 초래할 수 있었으며, 단가 체계 조정은 공정거래 리스크를 줄이고 장기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선택이었다는 논리다.
법조계에서는 “최고경영자가 실무진의 판단을 넘어 회사 전체의 이익을 고려해 재량을 행사한 부분까지 형사 책임으로 확대하는 데는 신중함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항소심이 이 논리를 일정 부분 받아들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논란이 됐던 리한에 대한 50억 원 대여 역시 항소심에서는 새로운 각도에서 검토됐다. 조 회장 측은 해당 대여가 단순한 친분 관계에 따른 지원이 아니라, 화성공장 우선매수권이라는 실질적 담보를 전제로 한 의사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해당 공장의 감정평가액은 2022년 기준 205억 원, 2023년에는 239억 원으로 평가돼 대여금 규모를 크게 상회했다. 여기에 리한이 당시 현대차 1차 협력사로서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갖추고 있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항소심 재판부가 이를 ‘리스크 관리 실패’가 아닌 투자 판단의 영역으로 본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감형의 배경에는 조 회장의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반성도 적잖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은 항소심 과정에서 법인 자산의 일부 사적 사용 사실을 인정하며, 업무상 필요와의 경계에서 발생한 자신의 과오를 소상히 설명했다.
최후진술에서 조 회장은 “저의 불찰로 회사의 브랜드 이미지를 실추시킨 점에 대해 주주와 이사회, 직원들께 깊이 사죄드린다”며 “사업하는 것이 무슨 벼슬인 것처럼 안일하게 생각했던 점을 통렬히 반성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부모를 잘 만나고, 운이 좋아 잘된 것을 모두 제 능력인 양 오만해졌다”며 “앞으로는 책임감을 가지고 다시는 배신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경영 판단 원칙이 형사 재판에서 고려되기 위해서는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과 객관적 자료, 그리고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 태도가 중요하다”며 “조 회장은 항소심에서 이 세 가지 요소를 비교적 충실히 소명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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