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고난 앞에 더 빛나는 불자의 정진과 회향의 길
'무더위 속에서도 마음의 시원함을 찾아서'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 특보가 내려지고, 땡볕 아래 삶의 리듬마저 휘청이는 시절입니다. 기온은 38도를 오르내리고, 온열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이들이 늘며, 축생들조차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는 현실 앞에 우리는 다시 한 번 되묻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무엇을 붙잡아야 할 것인가.’
부처님께서는 법구경(法句經)에서 이르시길, “불 가운데도 맑은 샘이 있고, 고통 속에도
![]() |
△사진=대한불교 성불조계종 법담 종정 |
자연의 격변 앞에서 인간은 나약하고 미약한 존재이지만, 동시에 그 안에서 수행하고 깨어 있는 자는 어떠한 고통 속에서도 자비와 정진의 지혜를 피워낼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 앞에 놓인 폭염은 단지 날씨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의 마음을 조이고, 인내심을 시험하며, 자비심마저 메말라 가게 만드는 ‘현대의 고난’입니다. 타인에 대한 배려보다는 에어컨 바람 하나 더 차지하기 위한 이기심이 번지고, 연약한 생명들은 어느 구석에서 든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날일수록 불자는 더 깊은 숨을 쉬고, 더 멀리 바라보아야 합니다.
이 무더위 속에도 변함없이 이 세상을 비추는 태양이 존재하듯, 중생의 삶에도 그늘을 이겨낸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시원한 광명이 있다는 것을 부처님은 가르쳐 주십니다.
지금의 이 뜨거움은 결국 지나갈 것입니다. 계절처럼, 업 도 인연 따라 머무는 것이지 영원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지금의 힘겨움 속에서도 불자여, 무너지지 말고, 포기하지 말고, 주위를 살피며 더 큰 자비를 발휘해야 할 때임을 아십시오.
'숫타니파타'에서는 이렇게 설하고 있습니다. “큰 비구는 폭풍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산처럼 마음을 다스리니, 그는 세상에서 가장 자유로운 이라.” 그러하니, 우리도 지금의 뜨거운 날들 속에서 마음을 더 굳게 다지고, 말과 행동을 더 단정히 하며, 내 주위의 노약자와 축생들, 가난하고 연약한 이웃에게 작은 물 한 모금의 자비라도 베풀 줄 아는 불자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무더위는 누군가에게 병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생존의 위협이 됩니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그 무더위 속에서 ‘참회와 나눔, 그리고 정진’을 배워가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법담은 지난 법문에서 “비와 바람은 가고 또 오지만, 고요한 마음은 언제나 스스로 안에 있다”고 하셨습니다. 이제 우리는 이 뜨거운 나날들 속에서도, 그 고요한 마음의 우물을 길어 올릴 수 있어야 합니다.
법당의 향 한 줌, 찬물 한 잔, 나직한 염불 한마디조차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고, 또 다른 이를 살릴 수 있는 공덕의 시작이 됨을 믿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화엄경'의 구절을 나누며 법을 마치고자 합니다. “일체중생 병상, 내가 병하니, 병이 나은 뒤에야 성불하리라.” 불자는 중생의 고통을 나의 고통으로 여겨야 합니다.
그 마음이 있을 때, 이 폭염도 결국 성숙과 자비의 불씨로 바뀌게 될 것입니다.
이 뜨거운 세상 속에서도 부처님의 자비와 광명이 그대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적셔 주시기를 발원합니다.
나무석가모니불.
[ⓒ HBN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