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구경'을 인용하며 “흐트러진 마음이야말로 번뇌의 시작”
불자 여러분, 소설(小雪)의 절기로 접어드는 11월의 끝자락은 바람 끝이 점점 차가워지고, 들녘과 산천에도 서리의 기운이 감도는 때입니다. 자연은 겉모양을 서서히 닫고 고요 속에 들어가며, 스스로를 다잡는 계절의 수행을 시작합니다. 이 고요한 계절의 흐름은 수행자와 불자들의 마음에도 깊은 깨우침을 주고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외부의 차가움이 네 마음을 흔들지 말게 하라. 마음속에 일어나는 번뇌의 바람
![]() |
| △사진=세계불교세심종(개운정사) 개운대사 |
소설은 많은 눈이 내리는 시기가 아닙니다. 첫눈을 맞을 준비를 하는, 작은 백설이 시작되는 절기입니다. 불가에서는 이런 ‘조용한 시작’을 중하게 여겼습니다. 하루하루 쌓이는 조금의 정진이 결국 큰 깨달음의 밑바탕이 되기 때문입니다. 수행이란 단번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미세한 변화가 겹겹이 쌓여 본래의 지혜를 드러내는 것입니다.
부처님 경전에서는 “작은 물방울이 항아리를 채우듯이, 사람도 작은 선행을 꾸준히 쌓으면 반드시 복을 이루느니라.” 하셨습니다. 오늘 우리가 실천한 작은 선(善), 작은 참회, 작은 자비심 하나가 내일의 지혜를 밝히고, 미래 생의 업장을 녹일 힘이 됩니다. 그러므로 불자 여러분, 추운 계절이 온다고 마음도 함께 얼어붙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밖은 추워도 마음은 따뜻하게, 밖은 고요해도 마음의 정진은 더 뜨겁게 이어가야 합니다.
소설의 시기는 또한 ‘나를 낮추는 시간’입니다. 들판은 한 해 풍년의 흔적을 거두고 텅 비어 있지만, 그 빈자리에는 내년의 씨앗이 숨 쉬고 있습니다. 수행자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음을 비우면 비울수록 새로운 지혜의 씨앗이 들어설 공간이 생깁니다. 마음이 가득 차 있으면 부처님의 가르침이 들어오지 못합니다.
부처님께서는 “항상 공(空)을 관하되 그 공함에 집착하지 말고, 공을 통해 지혜를 밝히라.” 하셨습니다. 비움은 버림이 아니라 채움을 위한 준비입니다. 이 계절에 불자들이 더욱 공을 관하여, 자신이 쥐고 있던 집착과 화, 걱정과 서운함을 조금씩 내려놓기를 바랍니다.
또한 소설은 공동체의 온기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때입니다. 차가운 바람 속에서도 불자는 자비의 온도를 잃어서는 안 됩니다. 누구에게나 말 한마디 온기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가족에게, 이웃에게, 직장 동료에게 전하는 작은 배려 하나가 추운 세상을 녹이는 법 등불이 될 수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모든 존재가 서로 의지하니, 한 사람의 따뜻함이 만인을 살린다.”고 하셨습니다. 겨울을 앞둔 지금, 여러분 각자의 마음 속 자비가 누군가의 삶을 지탱하는 귀한 힘이 되리라 믿습니다.
불자 여러분, 이제 남은 한 해도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이 시기는 한 해를 돌아보고 스스로를 점검하는 중요한 시간입니다. 지나간 일에 대한 미련을 내려놓고, 잘못된 부분은 참회하며, 선행은 더 다져가야 할 시기입니다. 오늘의 정진이 내일을 새롭게 만들고, 나의 수행이 내 주변을 따뜻하게 합니다.
소설의 고요함 속에서, 여러분의 마음에도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가 조용히 내려앉기를 축원합니다. 차갑게 식어가는 계절이 오히려 여러분의 마음을 더욱 밝히고, 수행을 더욱 견고하게 하는 축복의 시간이 되기를 발원합니다.
나무아미타불.
개운대사 합장.
[ⓒ HBN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