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정우 "'이웃사촌' 이환경 감독, 가슴으로 연출하는 사람"

노이슬 / 2020-12-01 07:00:58

[하비엔=노이슬 기자] 대중에게 '응사'의 '쓰레기'로 더 알려진 배우 정우의 눈빛은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특히 그의 최근 필모그라피 <재심> <히말라야> <쎄시봉> 등만 하더라도 극 속 정우의 진정성이 담긴 눈빛은 오래도록 뇌리에 기억된다. 

 

이 때문에 소시민의 정의구현에 남다른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사기도 하지만 정우는 그저 시나리오와 인물의 감정에 집중할 뿐이다. 지난 25일 개봉한 영화 <이웃사촌> 역시 정우는 '대권'의 감정 변화에 집중했다.

 

 

<이웃사촌>은 좌천 위기의 도청팀이 자택 격리된 정치인 가족의 옆집으로 위장 이사를 오게 되어 낮이고 밤이고 감시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천만 관객을 울린 <7번방의 선물> 이환경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이 다시 뭉쳐 또 하나의 감동 스토리를 전하는 것.

 

정우 역시 이환경 감독에 대한 믿음이 컸다. "대권은 냉철하고 가부장적이고 투박한 인물이었다. 근데 이 인물이 이웃을 감시하면서 점차적으로 변화한다. 마지막에는 사람에 대해서 우정과 이해, 도의적인 모습에서 매력이 있었다. 냉철하지만 연민이 느껴졌던 것 같다. 매력적이라 느꼈다."

 

<이웃사촌>의 배경은 80년대 중반이며, 극 중 정치인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떠오르게 한다. 정치적인 상황과 민주화운동이 한창이던 시대이기에 정치적인 시선도 따른다. 이에 정우는 "정치적인 환경, 시대의 배경, 역사적인 이야기들은 그냥 영화 스토리 안에 있는 소재일 뿐"이라며 "그 이야기는 사람과 사람간의 우정, 사람냄새나는 모습들이 중심이지 않나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대권은 소시민이지만 결국 정의구현에 나서는 인물. 앞서 <재심>에 이어 또 한번 진정성이 담긴 연기로 관객들의 가슴을 뜨겁게 한다. 정우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소시민의 이야기에 끌리는 것 같다"고 했다.

 

"저런 일이 있을 수도 있겠다. 그러면 힘이 될 수 있겠다는 작품에. 무시무시한 힘이나 권력으로 움직이는 캐릭터보다는 힘없지만 소시민의 도의적인 행동으로 인한 변화 같은 것들에 더 끌리는 것 같다. 실제 나는 가만히 있는 스타일이다. 내 자신에 있어 가장 솔직하게 이야기할 때 부끄럽지 않다는 생각은 한다(미소)."

 

연기로 대리만족을 느끼냐는 물음을 덧붙이자 정우는 "표현이 쉽지 않다"며 속내를 털어놨다. "<이웃사촌> 캐릭터도 그렇고, 연기로 한 캐릭터를 표현할 때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눈물을 흐른다 소리 지른다가 아닌, 관객들이 느낄 수 있고 공감할 수 있게 연기하고 싶은게 배우들의 욕심이다. 테크닉으로 커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작품에 임하는 자세도 그렇고 연기할 때도 쉽지 않은 것 같다.

 

 

스토리에 맞게 장면마다 해내야 한다는 중압감이 있었다. 한 장면 한 장면 촬영할 때마다 허들을 뛰어넘는 느낌이었다. 대권이라는 캐릭터는 도청팀이다. 말로써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시선처리, 눈빛, 미세한 떨림 등 디테일한 표현이 필요한 캐릭터다. 딱 눈에 드러나지는 않는다. 냉철해보이지만 피 한방울 안 나올 것 같다. 그 속에 연민이 있어야 한다. 중간점을 찾아가는 것이 숙제였던 것 같다. "

 

그의 중압감과 부담감은 첫 촬영날 이 감독의 힘 있고 유쾌한 '오케이'로 조금은 해소됐단다. 반면 유난히 감정씬이 많았던 정우에게 이 감독의 섬세한 디렉션은 '빛'과도 같았다.

 

"대권의 감정씬들은 굉장히 무섭고 두려웠다. 테이크를 여러 번 가게 되면 내가 준비했던 감정들이 닳아서 없어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제로가 되는 것이다. 그 상태에서 연기하면 굉장히 속상하다. 그 순간 배우들은 억장이 무너진다. 

 

근데 이번 작품에서는 감독님이 큰 힘을 주셨다. 단순하게 대사 몇 마디 바꿔주셨을 뿐인데 정우라는 배우를 위해서 이렇게 다가와주는 편이 있다는 그 행위자체가 저한테는 큰 힘이 된다. 감독님은 진짜 가슴으로 연출을 하는 분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행스럽게 감정이 표현됐던 것 같다(미소)."

 

인터뷰 ②에서 계속...

 

사진=리틀빅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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