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비엔=송현섭 기자] 정부의 요청에 따라 은행권이 금융시장 안정화에 협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말 자금수요 집중으로 은행채 발행재개를 고심하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1월 시중은행 채권발행액은 7년여 전인 2015년 1월 500억원에 이어 사상 최저치인 1000억원에 그쳤다. 전북은행에서 지난달 4일 발행한 1000억원의 은행채를 제외하고 채권을 발행한 시중은행은 한 곳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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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국민은행 신관 전경. [사진=KB국민은행] |
하지만 올 연말 자금수요를 포함해 시중은행의 자금조달 부족분까지 고려하면 조만간 은행채 발행재개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팽배하고 있다. 실제로 12월 만기인 시중은행 채권은 5조3600억원대이고, 내년 1분기 19조6800억원, 2분기 27조98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5대 시중은행은 앞서 지난 10월 단기 자금·채권시장이 불안해지자 쏠림현상을 막으려는 당국의 요청으로 은행채 발행을 중단한 바 있다. 정부 요청이 있기 직전인 지난 9월 25조원대를 넘었던 상황에서 급반전된 것이다.
각 은행별 자금수요에 따라 당초 잡혀있던 은행채 발행일정도 지연되면서 시중은행들은 고심에 빠졌다. 최근 은행권에서 은행채 발행중단에 따른 애로를 밝히자, 금융당국은 사모사채 형식으로 은행채 발행을 허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첫 사례는 KB국민은행이 사모 은행채를 발행하고 신한은행에서 이를 인수해 ‘품앗이’처럼 은행간 채권을 인수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은행은 지난 1일 이사회를 열어 은행채 발행재개를 위한 내규 개정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발행시기와 규모는 정해지진 않았지만, 사실상 중단됐던 은행채 발행의 물꼬가 트이는 만큼 일정 부분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국은행 역시 은행채를 적격담보증권에 포함시켜 은행들의 유동성 공급력 확대를 측면 지원할 방침이다.
문제는 이번 은행간 사모사채 발행 및 인수 시도가 시범사례에 불과하고 제도정비를 거쳐 활성화된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효과를 낼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점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은행마다 유동성 상황이 다르다”며 “유동성이 부족한 은행에게는 당장 사모사채 발행이 도움이 될 수는 있으나 전체적인 유동성 경색이 우려될 경우 미봉책에 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긴급한 자금수요가 아니면 은행간 인수를 전제로 발행하는 사모사채만으로는 힘든 상황이 올 수 있다”며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정부의 단기 조치가 일단 올 연말로 끝나는 만큼 내년부터 은행채 발행이 러시를 이룰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이는 당장 은행의 사모사채 발행이 허용되더라도 은행권 전체적으로 필요한 자금을 늘리는 방식이 아닌 유동성 여력이 충분한 은행이 인수해 도와주는 방식의 한계를 지적한 것이다.
따라서 금융당국 입장에서도 금융시장 안정화를 위해 무작정 시중은행들의 은행채 발행을 막아 불이익을 줄 수는 없어 대안 모색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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