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 vs 호반, 경영권 분쟁 일촉즉발 앞과 뒤

이동훈 기자 / 2025-09-11 10:57:18
호반·하림 연대설, LS 지분 매집 가속화
LS, 교환사채·LIG 협력으로 방어망 구축

[HBN뉴스 = 이동훈 기자] LS가 대규모 자사주 소각을 단행하며 경영권 방어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러한 조치는 올해 상반기부터 LS 지분 매입을 가속화하며 ‘경영권 흔들기’에 나선 호반그룹 공세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호반그룹은 올해 초 대한전선을 계열사로 둔 상황에서 LS전선의 모회사인 ㈜LS의 지분을 매입하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호반 측은 단순 투자라고 해명했으나, 업계 일각에서는 경영권 개입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시각이 팽배하다. 

 

 LS그룹 사옥(왼쪽)과 호반그룹 사옥. [사진=LS그룹, 호반그룹]

아직 보유 지분은 공시 의무 기준인 5% 미만이지만, 3% 이상 확보할 경우 장부 열람 청구권과 이사의 위법 행위 유지 청구권 등 강력한 주주 권한을 행사할 수 있어 ㈜LS에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업계는 이번 호반의 LS 지분 매집을 대한전선과 LS전선 간 오랜 대립 구도와 무관하지 않다고 해석하고 있다.

국내 전선 업계 1위 LS전선은 범용 전선부터 초고압 전력선, 해저케이블까지 사업을 확장하며 수직 계열화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왔다. 그러나 대한전선이 호반그룹 편입 이후 해저케이블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면서, 경쟁은 그룹 차원으로 확대되고 있다.

양사 갈등은 단순 시장 경쟁을 넘어 법적 분쟁으로 비화했다. 대한전선이 LS전선의 해저케이블 공장 설계 노하우를 유출했다는 의혹으로 다투고 있다. 이보다 앞서 양사는 버스덕트 조인트 관련 특허를 놓고 법정 공방을 펼쳤고, 올해 4월 LS전선이 승소했다.

또한 LS전선과 대한전선은 국내 최대 11조 원 규모의 ‘에너지 고속도로’(서해안 HVDC 케이블) 사업 등 ‘에너지 고속도로’ 수주전에서도 그룹 차원의 전면전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지난 5월 하림그룹 계열사인 팬오션이 ㈜LS 지분 0.24%를 약 122억 원에 매입하자, 재계에서는 호반과 하림 간 전략적 연대 가능성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로써 양 사 간 전선업계에서 벌어진 경쟁은 어느새 재계 전반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모습이다.

LS그룹 입장에서는 위기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LS 오너 일가와 특수관계인 약 40명이 보유한 지분은 총 32.1% 수준으로 과반에 미치지 못하며, 구자은 LS그룹 회장의 개인 지분도 3.63%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호반이 하림 등 우호 세력과 손을 잡을 경우, LS의 지배구조상 취약점을 공략해 압박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에 지난 10일 LS는 1차분 50만주의 자사주 소각을 완료했다. 시장에서는 LS가 향후 추가 소각 및 지분 방어 전략을 병행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번 조치는 지난달 발표한 총 100만주 소각 계획의 첫 단계로, 발행주식 총수는 3220만주에서 3170만주로 감소했다. 액면가 기준 25억원 규모지만, 실질 시장가치는 약 754억원에 달한다. 이번 조치로 오너일가의 지분율은 기존 32.1%에서 32.6%로 소폭 상승했다.

LS그룹은 또한 대한항공을 대상으로 약 650억 원 규모의 교환사채를 발행하고, LIG그룹과의 사업 협력을 추진하는 등 방어막 구축에 나섰다. 전선업계에서 시작된 갈등은 결국 호반-하림 연대와 LS-한진-LIG 연대의 구도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전선업계에서 비롯된 LS와 호반 간 경쟁이 이제는 단순한 산업 내 시장 점유율 싸움을 넘어, 지배구조와 경영권을 둘러싼 총력전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향후 M&A와 우호 지분 확보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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