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을 수 있을 때까지, 봉사는 멈추지 않는다”… 영화배우 한지일, 50년 선행의 기록

이필선 기자 / 2026-02-19 19:33:07
-엄유신·김옥주 등 후배 동참… 선행의 뜻, 세대를 넘어 이어지다
-국내 넘어 미주까지… 반세기 동안 국경 넘은 ‘조용한 헌신’

[HBN뉴스 = 이필선 기자]  화려한 조명 아래 박수 받던 배우의 삶보다, 이름 없이 스러져가는 이웃 곁에 서는 일을 더 오래 해온 사람이 있다. 영화배우 한지일 씨. 그는 반세기 넘는 세월 동안 쉼 없이 봉사 현장을 지켜온, 말 그대로 우리 시대 연예계를 대표하는 ‘최장수 봉사자’다.

 △사진=지난 17일 경기도 부천 송내 향기네무료급식소에서 봉사를 마무리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 17일 경기 부천 송내 향기네무료급식소에서 설 명절 날 전을 부치는 고소한 냄새와 떡국이 끓는 김이 공간을 가득 메웠다. 이곳에는 배우 엄유신, 김옥주, 유현철 씨 등 후배들이 함께했다. 이들이 준비한 명절 음식은 단순한 한 끼가 아니라, 외로운 어르신들에게 건네는 위로였다.

 

어르신들은 “떡국 좀 더 달라”며 손을 내밀었고, 봉사자들은 웃으며 달려갔다. 그 중심에는 늘 그렇듯 한지일 씨가 있었다. 그는 어르신들의 얼굴을 한 번이라도 더 바라보며 그릇을 건넨다. 그 표정에는 ‘나눔’이 아니라 ‘존경과 고마움’이 담겨 있다.

 

그러나 그의 봉사의 길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3년 전부터 원인 모를 허리와 목 디스크로 제대로 걷기조차 힘든 상황에 놓였다. 봉사 현장에서 쓰러진 적도 여러 번이었다. 50년 넘게 이어온 봉사의 여정이 여기서 멈추는 것 아닌가 하는 두려움도 엄습했다. 그때 그의 손을 다시 붙잡은 것은 후배들이었다.

 △사진=지난 17일 경기도 부천 송내의 향기네무료급식소에서 봉사를 하고 있다.

 

 한지일 씨의 봉사는 한국 연예계 봉사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연예인 최초로 양로원 봉사를 시작해 서울 거여동 청암양로원, 제주 이시돌양로원, 청운양로원, 인천 행복원 등 전국 곳곳을 찾았다. 연탄 2000장, 3000장을 직접 날랐고, 김장 배추 수천 포기와 무 수백 단을 마련했다. 어르신들을 위해 방송 방청을 마련하고, 유람선 여행을 선물했으며, 부산·서울·대전·대구·광주 등 전국을 돌며 불우이웃돕기 모금 활동에도 앞장섰다고 젊은 날을 회상하기도 한다.

 △사진= 연예계 ‘최장수 봉사왕’ 영화배우 한지일

 

그의 선행은 국경도 넘었다. 미국 시카고, 필라델피아, 로스앤젤레스 등지를 오가며 한인 사회와 함께 봉사에 나섰고,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헌신했다. 봉사는 그에게 ‘특별한 행사’가 아니라 ‘일상의 의무’였다.

 

그는 말한다. “응원해주신 덕분에 올해도 따뜻한 설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이지만, 제가 걸을 수 있을 때까지 이를 악물고 봉사를 계속하겠습니다.”

 △사진=지난 17일 경기도 부천 송내의 향기네무료급식소에서 봉사를 하고 있다.

 오늘날 ‘봉사’라는 말이 때로는 보여주기식 행사로 소비되기도 한다. 그러나 한지일 씨의 봉사는 다르다. 그것은 유행이 아니라 생애였고, 이미지가 아니라 신념이었다고 배우 한지일은 말한다.

 △사진=지난 17일 경기도 부천 송내의 향기네무료급식소에서 봉사를 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종종 성공한 사람을 기억하지만, 누군가의 고통 곁에 오래 머문 사람은 쉽게 잊는다. 그러나 진정한 위대함은 높은 곳이 아니라 낮은 곳에서 증명된다.

 

반세기 동안 가장 낮은 자리에서 가장 오랜 동안 머문 배우 한지일 씨의 지금의 삶 속에 함께 걸어와 줬던 많은 연예계 동료들과 힘들고 어려운 가운데도 함께 손을 보태 준 수많은 연예계 후배들에게 그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많은 이들은 한 씨를 두고 우리가 진정 존경과 감사를 해야 할 사람으로 우리 주변에서 묵묵히 주위를 돌아보며 보이지 않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어루만지는 그의 조용한 발걸음을 바라보며 작지만 위대한 삶, 그저 주위를 돌아보며 끝까지 이웃과 함께 하는 삶 이라고 말하는 그를 바라보는 우리는 뜨거운 가슴으로 마지 하기도 한다. 

 

 

 

[ⓒ HBN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