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N뉴스 = 홍세기 기자] 충남 천안 자동차 부품업체 우창코넥타가 모회사 모베이스(모베이스전자) 인수 6년 만에 파산하면서, 노동자·협력업체·지역사회에 막대한 피해를 남긴 채 “채무 탕감을 위한 기획파산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13일 민주노총 세종충남지역본부 등에 따르면, 노조와 해고 노동자들은 법원의 파산 선고에 즉시항고를 제기하며 “모베이스가 수년 전부터 영업폐지와 전원 해고를 계획하고 자산과 거래 구조를 설계한 뒤, 파산절차를 남용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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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우창코넥타 노동자들은 회사가 사실상 ‘야간기습’ 방식으로 파산을 통보했다고 증언한다. 지난달 22일 법원 파산 선고가 내려지자, 회사 측 대리인이 현장에 나와 “해고됐으니 1시간 내 모두 나가라”고 통보했다는 것이다.
우창코넥타 노동자 80여명은 평균 근속 10~30년에 40대 이상이 대부분으로, 생계 기반 자체가 붕괴될 상황에 놓이게 됐다. 회사는 퇴직금을 지급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지만, 파산절차에서 후순위 채권으로 밀리면서 상당 부분이 그대로 증발할 수 있는 상황이다.
법원 기록과 노조가 파악한 채권 현황을 보면, 우창코넥타 파산으로 정리되는 채권은 은행 차입금 68억원, 국세 등 2억7000만원, 공장 임차료 6억6000만원, 60여개 협력업체 물품 대금 44억원, 퇴직금 등 임금채권 48억원 등이다.
하지만 실제 현금화 가능한 자산은 약 60억원에 불과해, 근저당권을 잡은 산업은행과 일부 우선채권만 어느 정도 회수될 뿐, 협력업체와 노동자 몫은 크게 깎일 전망이다.
◆ “흑자 회사, 인수 6년 만에 부채율 5560%...핵심자산 매각·매출원가 106%”
노조와 해고 노동자들이 ‘기획파산’ 의혹을 제기하는 근거는 모베이스 인수 전후 재무구조 변화와 계열사 간 거래·자산이전 구조다.
민주노총 세종충남지부 자료에 따르면, 2018년까지 우창코넥타는 매년 흑자를 내던 중견 자동차 부품사였고, 인수 직전 부채율도 130% 수준이었다. 그러나 모베이스가 회사를 인수한 2019년 부채율은 270%로 급등했고, 2022년에는 5560%까지 치솟았으며 2023년부터는 완전 자본잠식에 빠졌다.
특히 모베이스가 회사를 인수한 이후 우창코넥타는 안정적 수익을 내던 핵심 자산 중 하나를 매각하면서 91억원 규모의 처분손실이 발생했다. 또 모베이스와 특정 납품처(A사)에 대한 공급에서 매출원가율이 최대 106%까지 올라,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가 됐다. 인수 전 매출원가율이 95% 수준에 머물렀던 것과 대조적이다.
즉, 모회사·계열사와의 거래구조 및 자산 매각 설계에 따라 우창코넥타에 손실과 부채가 집중되고, 모회사 측은 핵심 설비·금형 등 ‘알짜 자산’을 확보하면서 부실과 채무는 자회사에 남기는 전형적인 ‘위험 분리’ 구조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산업은행 근저당–자산 매각–파산신청까지 ‘일사천리’
파산 직전 수개월간의 움직임도 ‘기획’ 의혹을 키우는 대목이다. 노조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산업은행은 우창코넥타 공장 전체에 근저당을 설정했다. 이후 우창코넥타는 핵심 생산수단인 금형과 제조설비 등을 모회사 측에 매각했다.
이 같은 자산이전이 끝난 같은 해 12월 29일, 우창코넥타 이사회는 법원에 파산을 신청했고, 한 달도 안 된 올 1월 22일 법원은 파산을 선고했다.
노조는 “실제 현금화 가능한 금액은 약 60억원에 그치는데, 산업은행 근저당 29억원, 3년치 퇴직금 10억원, 국세 등 우선채권 10억원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10억원대에 불과하다”며 “부채의 상당 부분은 정리되지만, 노동자와 협력업체에는 사실상 폐업 통보만 남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①정책금융기관의 선순위 담보 확보 ②모회사로의 핵심 설비 이전 ③그 직후 파산신청 및 신속한 법원 선고라는 흐름은 법적으로 허용되는 범위를 넘어서 채무조정을 위해 자회사를 인위적으로 쓰러뜨린 것 아니냐는 강한 의심을 낳고 있다.
◆ 해고 노동자들 즉시항고...“허위 대출연장·사해행위, 파산절차 남용”
우창코넥타 해고 노동자 65명은 지난 5일 대전지법의 파산 선고에 불복해 즉시항고장을 제출했다. 항고장에서는 모회사 모베이스전자가 ‘수개월 전부터 영업폐지와 전원 해고를 계획했다’고 적시했다.
노동자들은 “그 계획하에 허위로 대출연장을 받고, 산업은행에만 공장 토지와 설비 전부를 담보로 제공해 다른 채권자들의 회수가 어려워지도록 한 사해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또 과거 체결했던 고용유지 관련 협약을 어기고, 어떤 사전 협의나 대책 논의 없이 파산절차를 기습적으로 진행했다며 “이 사건 채무자가 파산절차를 남용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파산 선고를 취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세종충남지부와 해고 노동자들은 “매년 흑자를 내던 우창코넥타의 경영 상황은 모베이스 인수 이후 급격히 악화됐다”면서 “모베이스 자본은 인수 당시부터 파산을 기획하고 6년에 걸쳐 자회사의 모든 것을 빼먹은 뒤, 채무 탕감을 위해 기획파산을 진행한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 모회사·산업은행·지자체 모두 ‘침묵’...감독 사각지대 드러나
노조와 노동자들은 수원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베이스 수원 공장에 대한 행정조사와 관리·감독 강화를 요구했다.
하지만 모베이스 측은 이에 대한 확인 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으며, 수원시와 경기도 역시 현재까지 구체적 조사계획이나 감독 강화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의 책임론도 피하기 어렵다. 우창코넥타 공장 전체에 대한 근저당을 단독으로 설정한 뒤 파산으로 들어가면서, 산업은행은 상대적으로 채권 회수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기타 민간채권자·협력업체·노동자 몫은 급격히 줄어드는 구조가 형성됐다.
채권보전 차원의 통상적 조치라고 해명할 수는 있겠지만, 이미 자본잠식 상태인 자회사에만 담보를 집중시키는 방식이 결과적으로 ‘모회사·대주주 살리기’와 ‘하청·노동자 희생’으로 귀결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모베이스가 우창코넥타 인수 이후 자산 매각·계열사 간 거래 구조를 어떻게 설계했는지, 산업은행은 담보 설정 당시 이런 구조를 얼마나 인지하고 있었는지, 수원시·경기도는 해당 공장과 고용 상황 악화를 사전에 포착하고도 손을 놓고 있었는지 등이 앞으로의 핵심 쟁점이 될 수밖에 없다.
◆ ‘법 테두리 안 기획파산’ 반복시키는 제도
이번 사안이 특히 문제적인 것은, 설령 현재 드러난 정황이 모두 사실이더라도, 현행 법체계 하에서는 상당 부분이 “법 테두리 안에서” 이뤄졌다고 주장될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자본잠식 상태 자회사에 부실과 채무를 몰아넣고, 핵심 설비·금형·거래처는 모회사나 다른 계열사로 이전한 뒤, 선순위 담보권자의 이해관계를 먼저 정리하고, 자회사 파산으로 인건비·퇴직금·협력업체 채무를 한꺼번에 털어내는 구조는 한국 재계에서 반복적으로 문제 제기돼 온 ‘먹튀식 인수 후 정리’ 패턴과 닮아 있다.
이런 형태의 구조조정은, 고의·불법성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는 한, 파산법·회사법·도산절차 내에서 일종의 ‘합법적 선택지’처럼 용인돼 왔다.
그러나 우창코넥타 사례에서 보듯, 실질적으로는 모회사와 대주주, 그리고 일부 금융기관이 손실을 최소화하는 동안, 그 비용은 노동자와 협력업체, 지역사회가 떠안는 ‘역진적 구조조정’이 반복되고 있다.
자본시장과 기업지배구조 측면에서 볼 때, 이는 명백한 도덕적 해이와 제도 설계 실패다.
파산 선고를 내린 법원 역시, 자회사 재무제표만이 아니라 모회사·계열사 전체의 거래·자산이전 내역을 보다 적극적으로 들여다보고, 파산절차 남용 여부를 따지는 시스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노동자들이 즉시항고를 통해 “파산절차 남용”과 “사해행위”를 정면으로 제기한 만큼, 향후 항고심에서는 모회사 책임과 기획파산 여부에 대한 보다 본격적인 사법적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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