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담지설(誌說)] “분노는 불의 불씨, 자비는 빛의 불씨입니다” [기고]

"작고 사소한 불씨가 점점 내 마음을 태워"
"세상을 바꾸는 첫걸음은 언제나 ‘내 마음을 다스리는 것’"

편집국

widecvrg@gmail.com | 2025-05-25 06:17:50

사랑하는 불자 여러분,

 

부처님오신날이 지나고 일상으로 돌아온 우리의 삶은 또다시 번뇌와 마주합니다. 절집의 등불은 꺼졌지만, 우리 마음속의 등불은 여전히 밝혀져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가장 먼저 이 등불을 꺼뜨리는 바람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분노’라는 이름의 뜨거운 돌풍입니다.

 △사진=대한불교 성불조계종회 법담 종정스님

 

『법구경(法句經)』 제1품 쌍요품(雙要品)에는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세상에 미움을 미움으로 없앨 수 없다. 오직 사랑과 자비로써 미움은 없앨 수 있다. 이것은 영원한 진리이다.”

 

분노는 분노를 낳고, 그 분노는 또 다른 분노를 불러 이 세상을 상처투성이로 만듭니다. 그러나 자비는 분노의 불씨를 끄고, 상처받은 마음을 어루만지며, 미움의 사슬을 끊는 단 하나의 길이 됩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언제나 분노에 노출돼 있습니다.

교통체증, 말 한마디, 가족 간의 갈등, 직장에서의 불합리함... 작고 사소한 불씨가 점점 내 마음을 태워 갑니다. 분노는 타인을 상하게 하기 전에 먼저 나를 태우는 불길입니다. 

 

『잡아함경』에 이르기를, “성냄은 칼보다 날카롭고, 불보다 뜨겁고, 독보다 치명적이니라.”

 

그렇다면 우리는 이 분노를 어떻게 다스릴 수 있을까요?

 

첫째, 멈추는 수행이 필요합니다.

숨을 깊게 들이쉬고, “나는 지금 분노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해 보십시오. 그 한순간의 멈춤이, 무너질 뻔한 마음을 되살리는 출발이 됩니다.

 

둘째, 이해하려는 마음입니다.

『유마힐소설경(維摩詰所說經)』에서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이렇게 전합니다.

“진정한 자비는 남의 고통을 나의 고통으로 여기는 데 있다.”

상대의 고통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분노가 아닌 연민을 품을 수 있습니다. 분노의 칼을 내려놓고, 자비의 손을 내미는 이 한 걸음이 진정한 불자의 걸음입니다.

 

셋째, 자신을 돌아보는 참회입니다.

분노는 때로 내가 가진 ‘집착’에서 비롯됩니다. 내 방식대로 되어야 한다는 욕망, 내 말이 옳아야 한다는 고집, 내 감정이 우선이어야 한다는 교만… 이 모든 것이 분노의 뿌리입니다. 

 

부처님께서도 『법구경』에서 “집착이 있는 한 괴로움은 그치지 않는다.”고 설 하셨습니다.

 

불자 여러분,

세상을 바꾸는 첫걸음은 언제나 ‘내 마음을 다스리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오늘 하루, 분노에 끌리는 마음을 멈추고, 자비의 말 한마디를 실천해 보십시오.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순간은, 누군가의 따뜻한 이해입니다.

그 말이 상처를 덮고, 어둠을 걷으며, 다시 웃음을 피워냅니다.

 

불자가 된다는 것은 곧 세상 앞에 자비로운 존재로 살아가겠다는 서원입니다.

그 서원을 실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분노를 참아내고, 자비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이 하루, 그대의 말 한마디, 표정 하나, 침묵 속 기도 하나가 세상을 살리는 등불이 될 수 있습니다.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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