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도 '시성비' 따진다"…법정 싸움 대신 '조정' 택하는 부부들

협의이혼의 불안함과 소송의 피로감 사이 '제3의 길' 각광
법무법인 여름 '뚝딱이혼', 데이터 기반 조정 전략으로 주목

정동환 기자

otp0564@gmail.com | 2026-03-03 11:07:10

  배선경·이자영(왼쪽) 변호사 (제공=법무법인 여름)

 

[HBN뉴스 = 정동환 기자] "1년 넘게 법정에서 싸우느라 아이도 직장도 다 놓쳤어요. 그때 조정이혼을 알았다면 몇 달 만에 깔끔하게 정리했을 텐데요."


지난해 이혼 소송을 마친 40대 직장인 김모씨의 후회 섞인 고백이다. 최근 이혼을 고민하는 부부들 사이에서는 더 이상 '가성비'가 아닌 '시성비(시간 대비 성능)'가 핵심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극단적인 대립을 불사하는 소송보다 현실적 합의로 빠르고 확실하게 관계를 정리하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조정이혼을 선택하는 부부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배우자와의 대면을 피하면서도 법적 효력은 확실히 챙길 수 있는 조정이혼에 대한 선호도가 전 연령층에서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조정이혼이 부상하는 배경에는 기존 이혼 방식의 한계가 자리한다. 가장 일반적인 협의이혼은 부부끼리 합의 후 법원에 신고하는 방식으로 간편하지만, 양육비나 재산분할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다시 소송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사적으로 작성한 재산분할 합의서는 강제집행력이 없기 때문이다.

반면 소송이혼은 재판을 통해 판결을 받아 법적 구속력이 확실하지만 평균 6개월에서 1년 이상의 긴 시간과 막대한 비용, 감정 소모가 발생한다. 무엇보다 법정에서 배우자와 직접 대면해야 하는 심리적 부담이 크다.

조정이혼은 양측 변호사가 판사 중재하에 합의안을 만드는 방식이다. 판결문과 똑같은 법적 효력이 있어 안전하며, 소송보다 훨씬 빠르고 조용하게 마무리된다. 조정 성립 시 작성되는 '조정조서'는 확정판결과 동일한 강제집행력을 갖는다. 상대방이 약속을 어길 경우 별도 소송 없이 바로 강제집행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국내 주요 법무법인들도 이혼 시장의 뉴노멀로 거론되는 이러한 트렌드에 발맞춰 조정이혼 전문 서비스를 독자적으로 선보이기 시작했다. 서울 서초동 법무법인 여름의 '뚝딱이혼'이 대표적이다. 착수금 99만원(기본형)으로 15년 이상 경력의 여성 변호사 2명(사법연수원 38기 배선경 대표변호사, 39기 이자영 변호사)이 초기 상담부터 조정기일까지 직접 나선다. 배우자와 직접 마주치지 않고 변호사가 모든 절차를 대행하는 비대면 프로세스가 특징이다.

배선경 대표변호사는 "예전처럼 어떻게든 이겨보자는 소송보다 적당한 선에서 빨리 끝내고 싶다는 의뢰인 정서가 분명히 강해졌다"며 "뚝딱이혼은 불필요한 소송 절차를 생략해 비용을 낮춘 것이지, 제공되는 법률 서비스의 밀도는 일반 소송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의뢰인이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데 필요한 종잣돈을 변호사 비용으로 낭비하지 않게 하려는 취지로 선보인 서비스"라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여름은 그간 처리한 수천 건의 가사 사건 데이터를 바탕으로 각 가정법원 재판부의 판단 경향과 최신 판결 흐름을 분석해 조정안 작성에 반영하고 있다. 조정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쟁점을 사전에 정리하고, 의뢰인에게 현실적으로 수용 가능한 합의 범위를 선제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조정 과정에서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데 집중해 왔다. 이를 통해 뚝딱이혼의 효용성을 높이고 의뢰인의 목적 달성에 최적화된 효율적 구조를 정립했다는 설명이다.

이자영 변호사는 "조정이혼은 단순한 타협이 아니라 법적 기준과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정교한 협상이 필요한 영역"이라며 "의뢰인의 감정 소모는 최소화하면서도, 놓칠 수 있는 권리는 끝까지 챙기는 것이 뚝딱이혼이 지향하는 조정의 방식"이라고 말했다.

조정이혼을 찾는 층은 생각보다 넓다. MZ세대는 '싸울 시간에 다시 자기 삶을 설계하겠다'는 태도가 강하고, 황혼이혼층은 복잡한 소송 절차 자체에 부담을 느낀다.

배선경 대표변호사는 "연령대를 막론하고 공통적으로 나오는 말이 '얼굴은 더 이상 보기 싫지만, 그렇다고 평생 원수처럼 싸우고 싶지도 않다'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빠르되 허술하지 않은 이혼', '싸우지 않되 손해 보지 않는 이혼'을 기준으로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젊은 세대부터 복잡한 절차에 부담을 느끼는 황혼이혼층까지 아우르는 조정이혼 서비스의 기준을 지속적으로 정립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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