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현대제철에 협력사 직원 1213명 '직접고용' 시정지시 앞 뒤
10개 협력업체 82개 생산공정, 불법파견 형태 운영 판단
시정지시 받은 날부터 25일내 직접 고용, 불이행시 과태료
홍세기 기자
seki417@daum.net | 2026-01-20 11:08:13
[HBN뉴스 = 홍세기 기자] 고용노동부가 현대제철에 당진공장 협력업체 직원 1213명의 직접고용을 명령했다. 협력업체 노동자들을 불법파견 형태로 운영한 것으로 판단한 데 따른 행정조치다.
20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노동부 천안지청은 지난 19일 현대제철 당진공장 협력업체 10개사 소속 노동자 1213명을 직접 고용하라는 시정지시를 내렸다. 노동부는 협력업체 10곳의 생산공정 62개에 대해 불법파견으로 판단했다.
현대제철은 시정지시를 받은 날부터 25일 이내에 해당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가 부과된다.
과태료 기준은 1차 위반 1인당 1000만원, 2차 위반 1인당 2000만원, 3차 위반 1인당 3000만원 등이며, 총 미이행시 최대 규모는 121억3000만원에 달한다.
이번 시정지시는 2021년부터 시작된 현대제철 불법파견 의혹과 관련한 조사의 결과다. 천안지청은 불법파견 의혹에 대해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고 현장조사를 진행한 후 2024년 6월 27일 1213명에 대한 불법파견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검찰은 이후 보강수사를 거쳐 2025년 12월 같은 혐의로 현대제철을 법원에 기소했다. 천안지청은 이번 시정지시가 형사절차와 별도의 행정조치라고 설명했다.
◆ 5년 전 첫 시정지시도 불이행
현대제철의 불법파견 문제는 이번이 처음 적발된 것이 아니다. 2021년 2월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은 당진공장 사내협력사 5곳을 대상으로 근로감독을 실시해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 749명에 대해 파견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하고 직접 고용하라고 시정지시했다.
그러나 현대제철은 시정기한 내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대신 2021년 9월 자회사를 설립해 간접 형태의 '정규직화'를 추진했다. 현대아이티씨(ITC) 약 2700명, 현대산업기계(IMC) 약 900명, 현대산업서비스(ISC) 약 800명 등 총 4400여명이 자회사로 옮겨졌다.
2021년 시정지시 미이행으로 현대제철은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당진공장 73억3000만원, 순천공장 46억5000만원이다.
◆ 법원의 불법파견 판단
법원도 현대제철의 불법파견을 인정했다. 2022년 12월 인천지방법원은 당진공장 사내하청 노동자 923명(정년초과자 제외)이 현대제철을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서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다만 2025년 11월 항소심 재판부는 일부 수정 판단을 내렸다. 소송 대상 노동자 890명 중 공정시험·천장크레인·조업·롤샵 업무를 하던 566명에 대해서는 불법파견을 인정했지만, 중장비운용·정비·환경수처리 공정의 324명에 대해서는 불법파견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판단 이유를 설명하면서 "하청노동자들이 현대제철이 생산실행시스템(MES)에 입력한 작업 대상·내용·장소·위치·시간 등 구체적인 공정계획을 전달받아 업무를 수행했고, 현대제철의 통제·관리 안에서 일했다"고 적시했다.
◆ 노동자들의 집단고소 및 교섭 요구
현대제철 당진공장 비정규직 노동자 1892명은 2025년 8월 현대제철을 상대로 불법파견과 부당노동행위로 검찰에 집단고소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는 원청과의 직접교섭을 요구했으나 현대제철은 응하지 않았다.
지회는 이번 노동부 시정지시에 대해 "너무 늦었지만 환영한다"면서도 "그간 현대제철 불법파견은 여러 차례 사법적 판단을 받았는데도 원청은 지금까지 범죄행위를 멈추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대제철 측은 "행정처분 관련해 내부적으로 파악 중이며 시정지시에 대해 면밀히 파악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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