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운-紙說] 번뇌를 놓아야 비로소 새로운 계절을 맞을 수 있습니다

-마음의 번뇌를 내려놓고 지혜와 감사의 계절을 맞자
-처서의 바람처럼 번뇌를 내려놓고, 자비의 길로 나아가라

편집국

widecvrg@gmail.com | 2026-08-23 11:20:05

 불자 여러분, 전국을 뜨겁게 달구었던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폭염이 조금씩 한풀 꺾이고, 어느덧 늦여름의 더위가 물러가기 시작한다는 처서(處暑)를 맞았습니다.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바람에서 계절의 변화가 느껴지고, 무성했던 들녘에도 서서히 가을의 기운이 깃들고 있습니다. 자연은 이렇듯 때가 되면 스스로 내려놓을 줄 압니다. 

 

찌는 듯한 태양 아래 뜨거운 여름도 언젠가는 물러가고, 무성했던 잎도 계절을 따라 빛을

 △사진=세계불교세심종(개운정사) 개운대사 바꿉니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은 그렇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지나간 분노를 붙잡고, 이미 떠난 인연을 붙잡으며, 채워지지 않는 욕심을 끝없이 움켜쥐고 살아갑니다.

 

부처님께서는 우리에게 바로 이 ‘놓음’의 지혜를 가르쳐 주셨습니다. '법구경'에서는 “모든 것은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가르칩니다. 

 

마음이 욕심에 머물면 세상은 부족하게 보이고, 마음이 원망에 머물면 세상은 온통 불편하게 보입니다. 반대로 마음에 자비와 지혜를 품으면 같은 세상에서도 감사와 희망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불자 여러분, 처서는 단순히 더위가 물러가는 절기가 아닙니다. 우리에게도 마음의 계절을 바꾸라는 자연의 법문과 같습니다. 이제는 뜨거웠던 마음의 열기를 내려놓고, 지나간 일에 대한 집착과 미움을 털어내며 새로운 마음으로 삶을 돌아보아야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금강경'에서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 而生其心)”, 곧 “어디에도 머무르지 않는 마음을 내라”​고 가르치셨습니다.

 

우리는 너무 많은 것에 마음을 붙잡아 놓고 살아갑니다. 나를 인정해 주기를 바라고, 내가 옳다는 것을 증명하려 하며, 다른 사람의 허물을 마음속에 오래 간직합니다. 하지만 집착은 마음을 무겁게 하고, 용서는 마음을 자유롭게 합니다.

 

그러므로 수행자는 무엇을 더 많이 가지는 사람이라기보다 무엇을 내려놓아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불자 여러분, 오늘날 우리 사회에도 많은 갈등과 반목이 있습니다. 서로 다른 생각을 인정하기보다 상대를 틀렸다고 단정하고, 작은 차이를 이유로 마음의 문을 닫기도 합니다. 

 

그러나 부처님의 가르침은 우리에게 대립보다 화합을, 분노보다 자비를, 비난보다 성찰을 먼저 가르칩니다.

 

'법구경'에는 “미움은 미움으로써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오직 미워하지 않는 마음으로써 사라진다”​는 가르침이 있습니다. 이것은 약한 사람이 택하는 길이 아닙니다.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고 상대를 용서할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진정 강한 사람입니다. 

 

세상이 거칠어질수록 불자는 더욱 부드러워야 하며, 세상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수행자는 자신의 마음을 더욱 깊이 살펴야 합니다.

 

그러나 불자의 수행은 마음속 다짐만으로 끝나서는 안 됩니다. 행동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가족에게 따뜻한 말을 먼저 건네고, 외로운 이웃의 안부를 살피며, 어려움에 처한 사람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나누어야 합니다. 내 주변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것, 그것이 곧 자비이며 살아 있는 불법입니다.

 

불자 여러분, 처서의 바람은 우리에게 말없이 가르침을 전합니다. 때가 되면 내려놓아야 새로운 계절을 맞을 수 있습니다.

 

우리도 이제 마음속에 쌓아둔 미움과 원망, 지나친 욕심과 집착을 조금씩 내려놓읍시다. 그리고 그 자리에 자비와 지혜, 감사와 화합의 마음을 채워 갑시다.

 

부디 8월 넷째 주말, 처서의 서늘한 바람 속에서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는 귀한 시간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말로만 부처님을 따르는 불자가 아니라, 행동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보여주는 불자가 되십시오.

 

한 사람의 맑은 마음이 가정을 밝히고, 한 사람의 자비로운 행동이 이웃을 살리며, 한 사람의 바른 삶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처서의 바람처럼 우리의 번뇌도 지나가게 하고, 가을의 첫빛처럼 맑은 지혜를 마음에 품읍시다. 그리하여 모든 불자 여러분의 삶이 자비의 향기를 전하는 한 송이 연꽃이 되기를 간절히 발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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