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열린 결말에 자동차·철강·반도체 관세 등 현안 복지부동 논란

자동차 관세 인하 시점 불분명, 폭탄 맞은 철강 파생 품목 모호, 반도체까지
정상회담,공동 발표·합의문 없이 마무리..국내 기업 5000억 달러 투자 카드만

장익창 기자

sanbada09@naver.com | 2025-08-27 13:11:28

[HBN뉴스 = 장익창 대기자]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이 공동 발표나 성명, 합의문 없이 마무리 됐다. 

 

특히 지난 7월 말 관세 협상 타결 이후 경제 분야에서 자동차 관세 인하 시점, 철강 관세 폭탄과 관련 품목 모호, 반도체 관세 폭탄 예고, 미국의 반도체 기업 지분 인수 논란 등 여러 쟁점들과 관련해 어떠한 논의나 합의점도 도출하지 못한 열린 결말을 맞았다. 결국 양국 간 줄다리기와 진통은 상당 기간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며 미소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선 미국의 자동차 관세 인하 시점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양국은 지난달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율을 기존 25%에서 15%로 인하하기로 합의했지만 아직 25% 관세율이 적용 중이다. 이번 회담에서도 관세 인하 발효 시점에 대한 뚜렷한 결론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직후 "그들(한국)은 몇 가지 문제를 제기했지만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과거 합의대로 거래를 마칠 것"이라고 밝혀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15% 관세 합의를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되지만 관세 인하에 대해 행정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아울러 지난 7월 OBBBA 법안이 의회 의결 절차를 모두 통과하면서 자동차 업계는 셈법이 더 복잡해졌다. 법안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전기차 구매에 주어졌던 모든 세액공제를 조기 폐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혜택은 당초 2032년까지 유지될 전망이었는데, 이번 법안 통과로 올해 9월 30일로 종료 기한이 앞당겨진 상태다. 

 

이번 회담에서 철강 관세폭탄과 관련 문제에 대한 논의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은 한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상호관세 15% 외에 50% 품목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달 18일 0시(현지시각)부터 미국을 통관하는 407개 품목(미국 수입품 품목 코드 기준)에도 철강·알루미늄 파생 상품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기계류 및 부품, 자동차 부품, 전자기기 및 부품 등으로 미국 HS코드(품목번호) 기준으로 8∼10단위가 혼재돼 있어 구체적인 적용 품목은 확인이 모호해 산업계의 불안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미국 정부는 반도체에 대해서도 100%란 고율 관세 부과를 예고한 상태이지만 논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백악관에서 열린 애플의 대미 시설투자 계획 발표 행사에서 "우리는 반도체에 약 10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다.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집적회로와 반도체가 부과 대상"이라며"만약 미국에 (반도체 제조 공장을) 건설한다면 부과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욱이 미국 정부가 국내 반도체 기업의 지분을 취득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도 전해진다. 대통령실이 “사실무근”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내놨지만 미국 정부가 CHIPS 보조금 지급 조건으로 ‘지분형 보조’를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정황이 잇따라 일부 외신들을 중심으로 보도되면서, 업계의 긴장감은 여전하다. 

 

결국 한국 산업계의 굵직한 현안들과 관련해 이번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논의나 결론이 없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양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의 공동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이유에 대해 "굳이 필요 없을 정도로 회담이 잘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강유정 대변인은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프레스센터 내 중앙기자실에서 한미정상회담 및 방미 일정 관련 브리핑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을 향해 ‘당신은 전사다’ ‘당신은 미국으로부터 완전한 지원을 받게 될 것이다’ 등 말로 여러 사람 앞에서 여러 차례 친밀감을 강조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나 이번 회담과 관련해 한국 기업들은 추가로 1500억 달러(약 210조원)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밝혔다. 이미 지난 7월 관세협상에서 3500억 달러 투자 펀드 조성까지 감안하면 무려 5000억 달러(약 700조원)에 달한다. 

 

한국경제인협회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이같은 계획을 공식화했다. 이 중에는 대한항공이 498억9000만 달러(약 70조원), 현대차그룹이 260억 달러(36조3000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제시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시 파운드리 공장과 연구개발 시설에 370억 달러(51조7000억원),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패키징 공장 등에 130억 달러(18조1000억원),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합작 공장 등에 200억 달러(28조원) 투자를 약속한 상태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25일(현지 시각) 워싱턴DC의 한 호텔의 한국프레스센터 브리핑에서 "오늘 발표한 기업들의 (1500억 달러) 투자는 미국에 대한 직접 투자”라며"그건 (관세 협상 때 합의한) 3500억 달러 투자 펀드와는 별개"라고 밝혔다. 

 

이밖에 쌀과 소고기 등 농축산물 시장 개방 문제는 정상회담 테이블에선 아예 거론되지 않았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하지만 러트닉 미 상무 장관은 정상회담 직후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행사에서 “우리(미국) 농민과 제조업자, 혁신가를 위해 시장을 계속해서 개척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개방 압박을 계속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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