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국민 반대 목소리 큰 '보완수사권' 폐지...민주당, 왜 서두르나
장윤기 사건 이후 폐지 반대 여론 확산
법무부도 피해자 보호 공백 우려 제기
이동훈 기자
rockrage@naver.com | 2026-07-23 13:54:29
[HBN뉴스 = 이동훈 기자]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둘러싼 국민들의 반대와 불안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장윤기 사건에서 경찰 수사 단계에서 놓쳤던 중대 범죄 혐의가 검찰의 보완수사를 통해 드러나면서다. 경찰 수사가 잘못되거나 미진할 경우 이를 누가 다시 확인할 것인지에 대한 현실적인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여론도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에 부정적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에서는 폐지 반대가 55.3%로 찬성 27.4%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보완수사권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61%로 폐지 의견 23%를 크게 앞섰다. 민주당 지지층과 진보층에서도 유지 의견이 폐지 의견보다 높게 나타났다.
국민이 검찰의 권한을 무조건 지켜주자는 것은 아닐 것이다. 과거 검찰의 별건수사와 표적수사, 권한 남용에 대한 비판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나 검찰에 대한 불신과 경찰 수사의 오류를 다시 확인할 제도의 필요성은 구분해야 한다. 검찰을 견제한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보호할 장치까지 없애서는 안 된다.
최근 MBN 단독보도에 따르면 주무 부처인 법무부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과정에서 보완수사권이 폐지될 경우 피해자 보호 약화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했다. 정부의 폐지 방침을 전제로 하더라도 충분한 보완 제도가 마련되지 않으면 현실적인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며 “일도양단으로 말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한 여당 의원은 법무부에 정부의 공식 입장을 따르라는 취지로 질타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가 폐지 이후 예상되는 문제를 설명한 것이 정부 방침과 다른 의견을 내는 것으로 받아들여진 셈이다. 형사사법제도 변경에 따른 부작용을 국회에 전달하는 것 역시 주무 부처의 역할 가운데 하나로 볼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대신 경찰에 대한 보완수사 요구권을 강화하고, 경찰이 요구에 따르지 않으면 교체나 징계를 요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가수사인권보호관과 수사심의위원회를 설치하고 피해자의 수사기록 열람권도 확대할 계획이다.
필요한 대책이지만 검사가 사건의 의문점을 직접 확인하는 것과 경찰에 다시 조사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같지 않다. 경찰이 기존 판단을 되풀이하거나 수사가 늦어지면 사건은 수사기관 사이를 오갈 수 있다. 경찰관 징계도 부실수사의 책임을 묻는 절차일 뿐, 사라진 증거와 놓친 범죄 혐의를 되찾는 수단은 아니다.
특히 성폭력과 아동·청소년 대상 범죄, 스토킹처럼 피해자 진술과 초기 증거 확보가 중요한 사건은 시간이 흐를수록 실체를 밝히기 어려워진다. 수사기관의 권한 배분보다 피해자가 제대로 수사받을 권리가 우선돼야 한다.
그런데도 여당은 8월 전당대회와 10월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출범 일정에 맞춰 법안 처리를 서두르고 있다. 형사사법제도는 정치 일정에 맞춰 결론을 낼 사안이 아니다. 국민 다수가 반대하고 법무부마저 피해자 보호 공백을 걱정한다면 멈춰서 살펴보는 것이 순서다.
검찰개혁의 목적은 검찰의 권한을 빼앗는 데 있지 않다. 수사기관의 권한 남용을 막고 범죄 피해자를 제대로 보호하는 데 있어야 한다. 정치권은 개혁의 속도보다 국민이 감당해야 할 결과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국민이 묻고 있다. 누구를 위한 개혁이며, 왜 이렇게 서둘러야 하는가.
[ⓒ HBN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