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연대'인가 '압박'인가...삼성전자 노조의 '노란봉투법' 경계
파업 불참자 관리·신고 논란...노동권 보호 취지와 충돌 지적
HBM 경쟁 ‘골든타임’ 속 내부 갈등...성숙한 노사 문화 필요
이동훈 기자
rockrage@naver.com | 2026-03-09 14:08:29
[HBN뉴스 = 이동훈 기자]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지금 ‘소리 없는 전쟁터’다. 인공지능(AI) 대전환기를 맞아 1분 1초의 수율 싸움과 차세대 기술 선점이 기업의 존망을 가르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에서 주도권을 공고히 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 중차대한 ‘골든타임’을 지나고 있다.
그런데 이 치열한 전장의 후방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사뭇 당혹스럽다.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가 총파업 찬반투표에 돌입하며 내건 방식 때문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조 공동투쟁본부(공투본)는 18일까지 약 8만9000명으로 추산되는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 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한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유튜브 방송에서 “총파업 동안 모든 집행부는 평택 사무실을 점거해 집회를 진행할 계획이며 스태프를 모집해 평택사업장 모든 사무실에서 관리·감독할 것”이라며 “만약 회사를 위해 근무하는 자가 있다면 명단을 관리해 추후 조합과의 협의가 필요한 강제 전배나 해고에 이들을 우선적으로 안내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노조는 파업 기간 신고센터를 운영해 회사에 협조하는 직원을 신고할 경우 포상하는 제도도 운영하겠다고 했다.
이에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부당한 대우에 맞서기 위해 태동한 노동조합이, 도리어 개별 노동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생존권을 위협할 우려가 있는 선언을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헌법이 보장하는 단체행동권(파업)은 노동자가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쥘 수 있는 최후의 보루다. 그 정당성은 기본적으로 조합원들의 자발적인 ‘연대’에서 나온다.
하지만 현재 삼성전자 노조의 방식은 자발적 연대라기보다 압박으로 비칠 우려가 있다. 파업 불참을 이유로 동료에게 부담을 주거나 내부적인 견제를 부추기는 모습은 대중의 공감을 얻기 어려울 수 있다.
파업의 명분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번 노사 갈등의 핵심은 초과이익성과급(OPI) 상한선 폐지다. 삼성전자는 회사 실적이 목표를 초과할 경우 초과 이익의 20% 범위에서 연봉의 최대 50%까지 지급한다.
사측은 50% 상한을 유지하되, EVA(경제적 부가가치) 20%와 영업이익 10% 중 OPI 재원에 대한 선택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나아가 DS(반도체) 부문 한정으로 영업이익 100조원 달성 시 OPI 100%를 추가 지급하는 등의 특별보상 프로그램, 총 임금 인상률 6.2% 인상, 전 직원 대상 자사주 20주 지급 등을 제안했다.
사측이 제시한 조건은 글로벌 경제 침체 속에서 타 기업 노동자들은 상상조차 하기 힘든 수준이다.
그러나 노조가 성과급 상한 폐지안을 강력히 요구하면서 노사간 협상은 결렬됐다. 물론 노조가 주장하는 산정 기준의 모호성 개선과 경쟁사와의 형평성 그리고 투명한 보상 체계 요구는 기업이 귀담아들을 부분이 있다.
더 나은 보상을 요구할 권리는 존중받아야 마땅하지만, 목적을 이루기 위한 방식이 자칫 동료에 대한 강요로 비치거나 핵심 산업의 무리한 멈춤으로 이어진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내부 직원 일부는 각자의 사정에 맞게 일할 수 있는 선택권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기하는 실정이다.
10일부터 ‘노란봉투법’이 시행된다. 파업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가 엄격히 제한되는 만큼, 노동조합의 권한은 이전보다 훨씬 막강해졌다. 권한이 커진 만큼 그에 따르는 사회적 책임과 윤리적 무게도 무거워져야 한다. 제도가 노조의 단체행동권을 두텁게 보호해 준다고 해서, 그것이 맹목적인 실력 행사나 권한 남용을 용인하는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삼성전자 노조 집행부는 노동조합의 진정한 힘은 투명한 명분과 자발적 동의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자문해 보아야 한다. 지금 삼성전자에 필요한 것은 전례 없는 위기를 함께 돌파할 성숙한 노사 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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