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자(들), '역사 왜곡' 비판에 직면한 '표현의 자유' 논란
이필선 기자
press@hobbyen-news.com | 2026-09-28 16:23:12
[HBN뉴스 = 이필선 기자] 추석 연휴 극장가에서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표현의 자유'냐 '역사 왜곡'이냐에 대한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이 영화는 1974년 8월 15일 박정희 대통령의 영부인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당시 ‘한국 정부 측의 자작극’으로 암시해 몰아가는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영화적 표현의 자유 산물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한편, 실제 역사를 왜곡한 사자명예훼손물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8월의 크리스마스', '덕혜옹주' 등을 연출한 허진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중견 연기파 배우 유해진이 수사 담당 경찰을, 박해일과 이민호가 사건을 파헤치는 기자 역할을 맡았다. 실제 사건을 일으킨 재일교포 문세광(일본명 난조 세이코)을 모티브로 한 문태광 역은 젊은 연기파 배우로 주가를 올리는 박정민이 연기한다.
사회적 물의로 활동이 뜸했던 엄태웅과 배성우도 이 영화를 통해 오랜만에 스크린에 모습을 드러낸다. 그 외에도 정우성, 박해준, 박지환, 오정세, 엄지원, 심은경 등 굵직한 배우진이 대거 출연한다.
그 날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일본 오사카 태생의 재일교포 2세인 문세광은 조총련(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관계자들과 접촉하며 활동했던 인물로, 조총련 간부로부터 지령과 공작금을 받고 박정희 대통령 암살을 결심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오사카 경찰로부터 권총을 훔친 뒤 지인 명의를 도용해 위조 여권을 만들어 한국에 입국했다. 1974년 8월 15일 서울 국립중앙극장에서 열린 제29회 광복절 경축식 도중, 객석에 있던 문세광은 연단을 향해 권총을 쏘며 돌진했다. 박 대통령은 방탄 연단 아래로 신속히 대피해 화를 면했지만, 단상에 있던 영부인 육영수 여사가 머리에 총탄을 맞고 당일 저녁 타계했다. 이 과정에서 현장 경호원의 오발 사고로 행사 합창단원으로 참가했던 여고생이 목숨을 잃는 비극도 발생했다.
사건은 문세광의 단독 범행이자 북한과 조총련의 배후 조종으로 공식 종결됐다. 다만 총탄의 출처와 정밀 감식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 때문에 미스터리가 남아 있다는 뒷말이 무성했다. 영화는 이 미스터리를 음모론과 표현의 자유라는 영역 안에서 그려내고자 한 시도로 보인다. 허진호 감독은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하되 특정한 결론을 단정하기보다 당시의 시대상과 인물들의 시선, 기자들의 추적을 통해 던지는 질문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해 왔다.
그러나 사건의 주범으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문세광의 재판 과정과 최후진술, 그리고 한참의 세월이 지난 후 나온 북한의 입장 변화를 보면 "실제 사건을 다룬 창작물의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하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문세광은 사건 당일 현장에서 체포되어 재판에 넘겨졌고, 같은 해 12월 사형 집행 직전 다음과 같은 최후진술을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나는 바보였습니다. 참으로 박 대통령과 육 여사에 대해서 미안하기 짝이 없습니다. 재일 동포로서 무엇 하나 국가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대통령에게 깊이 사과드립니다. 대통령에게 총을 겨냥해서 잘못했습니다. 나는 일본에서 그들에게 속았습니다. (중략) 박 대통령과 국민에게 미안합니다. (중략) 사형을 당해도 할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아들과 처 사진을 보여주십시오. 처에게는 될 수 있으면 육 여사 묘소를 참배하도록 말씀해 주십시오."
북한은 공식적으로 배후설을 부인해 왔다. 하지만 2002년 5월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방북한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영애 박근혜 한국미래연합 대표에게 문세광 사건에 대해 "하급자들이 관련된 것으로 (나는) 사전에 알지 못했다"라고 말한 것으로 보도돼 사실상 북한의 관련성을 인정한 발언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영화 '암살자(들)'은 여러 논란 속에서도 개봉 닷새 만인 27일까지 관객 수 156만 명을 동원하며 추석 연휴 극장가의 승자가 됐다. 하지만 역사 왜곡을 주장하는 측에서 영화 관계자들에 대한 강력한 법적 대응을 예고함과 동시에 불매운동 및 평점 테러를 이어가고 있다. 이로 인해 압도적인 스크린 점유율에도 예매율과 일일 관람객 수 추이가 빠른 속도로 하락하며 흥행에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27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예매율 1위는 오는 30일 개봉하는 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15만 7643명), 2위는 8월 5일 개봉한 '오디세이'(6만 2268명) 였으며, '암살자(들)'은 3위(5만 1592명)로 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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