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운-紙說] 세상이 힘들수록 먼저 손 내미는 불자가 되라

-폭염에 지친 이웃과 폭우로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을 돌아보는 것이 곧 살아 있는 불법
-입추가 지나도 물러가지 않는 더위처럼, 마음속 탐욕과 분노의 열기도 내려놓아야

편집국

widecvrg@gmail.com | 2026-08-09 19:49:34

 불자 여러분, 가을의 문턱을 알리는 입추(立秋)가 지났지만, 여름의 기세는 좀처럼 물러날 줄을 모르고 있습니다. 전국 곳곳에는 폭염이 이어지고, 동해안에는 태풍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내리며 물난리와 피해를 걱정해야 하는 어려운 시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뜨거운 햇볕 아래 지친 이들도 있고, 갑작스러운 폭우로 삶의 터전을 걱정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불자는 자신의 평안만을 돌아보아서는 안 됩니다. 내가 편안할 때 이웃

△사진=세계불교세심종(개운정사) 개운대사  을 생각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모두가 힘든 때에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이야말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참된 수행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법구경에서 말씀하셨습니다. “모든 살아 있는 것은 폭력을 두려워하고 죽음을 두려워한다. 그러므로 자신을 미루어 남을 해치지 말라.” 이 가르침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내가 더위에 지치듯 이웃도 지쳐 있고, 내가 비를 두려워하듯 누군가도 폭우 앞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나와 남이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자비의 마음이 시작됩니다.

 

 불자 여러분, 입추는 계절이 바뀌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절기입니다. 그러나 절기가 바뀌었다고 해서 당장 더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자연의 변화에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우리의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랜 세월 쌓인 욕심과 미움, 편견과 집착이 하루아침에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수행에는 정진이 필요합니다. 매일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고, 잘못을 고치며, 한 걸음씩 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법구경에서는 또 이렇게 가르칩니다. “부지런히 정진하라. 게으르지 말라.” 정진은 거창한 수행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오늘 한 사람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고, 어려운 이웃을 한 번 더 살피며,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외면하지 않는 것도 훌륭한 정진입니다.

 

불자 여러분, 폭염과 폭우는 우리에게 인간의 힘이 얼마나 작은지를 일깨워 줍니다. 아무리 과학과 문명이 발전해도 자연 앞에서 겸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어려움을 겪는 이웃을 보며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부처님께서는 화엄경에서 모든 존재가 서로 연결된 인연의 그물 속에 있다고 가르치셨습니다. 한 사람의 고통은 결코 그 사람만의 고통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이웃의 아픔을 외면하면 공동체의 마음도 함께 병들게 됩니다.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말보다 행동입니다. 폭염 속 홀로 계신 어르신에게 안부를 묻고, 폭우 피해를 입은 이웃에게 도움의 손길을 보내며, 어려움에 처한 사람에게 작은 정성을 나누는 것. 그것이 바로 살아 있는 불법이며 행동하는 불자의 모습입니다.

 

 불자 여러분, 부처님의 자비는 특별한 사람에게만 베푸는 것이 아닙니다. 나와 가까운 사람에게도, 낯선 사람에게도,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에게도 차별 없이 향해야 합니다.

 

세상이 각박할수록 한 사람의 따뜻한 마음은 더욱 귀합니다. 모두가 자기 자신만을 생각할 때 누군가를 위해 손을 내미는 사람은 세상의 등불이 됩니다.

 

입추를 지나 가을을 향해가는 이 계절에 우리도 마음의 계절을 바꾸어야 하겠습니다. 더위가 물러가기를 기다리는 것만이 아니라, 우리 마음속 탐욕과 분노의 열기부터 식혀야 합니다. 폭우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만이 아니라, 이웃의 눈물을 닦아 줄 따뜻한 손길을 먼저 내밀어야 합니다.

 

이에 모든 불자 여러분께서 이번 8월 둘째 주말, 읽는 불자에서 행동하는 불자로, 생각하는 자비에서 실천하는 자비로 한 걸음 더 나아가시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의 작은 선행이 누군가에게는 큰 희망이 되고, 여러분의 따뜻한 마음 하나가 지친 이웃에게는 한 줄기 시원한 바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자비는 멀리 있지 않습니다. 지금 내 곁에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돌아보는 그 순간, 부처님의 가르침은 우리의 삶 속에서 살아 움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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