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우-칼럼] 선관위의 ‘타임머신’ 의혹, 국민의 한 표는 지켜졌는가?!

-선관위, 미래의 투표자 수가 서버에 미리 입력된 사례는 정상인가?
-지난해 대선과 2024년 총선도 … 전산 입력 과정서 심각한 의혹 제기

이정우 기자

spooler_lee@naver.com | 2026-08-09 20:11:01

 선거는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다. 정권도, 국회도, 권력도 선거라는 국민의 한 표 앞에서는 심판받는다. 그래서 선거를 관리하는 기관에는 일반 공직사회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투명성과 책임이 요구된다. 그런데 그 선거를 관리해야 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의 전산 입력 과정에서 심각한 의혹이 제기됐다. 사실이라면 단순한 전산 오류로 넘길 수 없는 사안이다.

 

 국회 선관위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인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9일 기자회견에서 선관위로부터 확보한 ‘시간대별 서버 입력시간’ 자료를 근거로, 실제 투표가 진행되기도 전에 미래의 투표자 수가 서버에 미리 입

 △사진=국회 선관위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인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 

 

력된 사례가 지난 지방선거·대선·총선에서 모두 117곳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47곳, 대선 26곳, 총선 44곳이다.

 

특히 지난 6·3 지방선거 당시 경기 광명시 하안4동 일부 투표구에서는 오후 1시 투표자 수가 오전 11시28분25초에 입력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게 주 의원의 설명이다. 지난해 대선과 2024년 총선에서도 실제 시각보다 한 시간 이상 앞선 투표자 수 입력 사례가 있었다고 한다.

 

더 주목해야 할 대목은 여러 투표구의 최초 입력시간이 초 단위까지 동일한 사례와 투표자 수가 한동안 전혀 증가하지 않는 이른바 ‘셧다운 투표구’, 증가분이 다른 투표구와 똑같은 ‘쌍둥이 투표구’ 등 14곳이 발견됐다는 주장이다.

 

주 의원은 이를 두고 “타임머신 조작”이라고 규정하며 “애초에 계획된 부정이자 불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미리 허위로 입력해 놓고 마지막에 투표가 끝날 때쯤 숫자를 맞추는 방식으로 범죄를 해온 것으로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물론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원칙이 있다. 이 같은 전산 기록이 곧바로 선거 결과 조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범죄가 있었는지는 수사기관과 국정조사를 통해 서버 원본, 접속기록, 수정·삭제 이력, 지시·보고 문건 등을 객관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의혹 자체를 ‘음모론’이라는 한마디로 밀어낼 수도 없다.

 

선관위가 국민에게 답해야 할 것은 간단하다. 왜 미래의 투표자 수가 미리 입력됐는가. 누가 입력했으며, 누가 승인했는가. 이런 방식의 입력이 선관위 내부 규정에 따른 정상적인 업무였는가. 특정 투표구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난 동일한 패턴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선거의 신뢰는 결과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한 표가 기록되고 집계되는 모든 과정이 국민 앞에서 설명될 수 있어야 한다.

 

주 의원이 검찰·경찰 합동수사본부에 최근 지방선거뿐 아니라 대선과 총선까지 수사를 확대하고 강제수사에 나설 것을 촉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최보윤 의원 역시 최근 네 차례 전국선거의 전산기록을 전수 조사해야 한다며 서버 접속 로그와 시간대별 입력·수정 기록, 내부 지시·보고 문건 등을 모두 들여다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제 공은 선관위와 수사기관에 넘어갔다.

 

선관위가 정말 떳떳하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의혹을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기록을 공개하고 검증받는 것이다. 반대로 수사기관은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의혹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끝까지 밝혀야 한다.

 

민주주의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부정선거 의혹 그 자체만이 아니다. 더 위험한 것은 국민이 선거 시스템을 믿지 못하게 되는 일이다.

 

국민의 한 표는 숫자 하나가 아니다. 그것은 대한민국의 주권이다. 그 주권이 서버 속 숫자로 바뀌는 순간부터 선거관리의 모든 과정은 감시와 검증의 대상이 돼야 한다.

 

선관위는 국민에게 묻기 전에 국민의 물음에 답해야 한다. “국민이 행사했던 그 한 표는 정말, 우리가 행사한 그대로 기록됐는가.” 이 질문에 명확히 답하지 못한다면 선거 관리의 권위도, 민주주의의 신뢰도 설 자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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