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신동국 회장 전면 등장? 총수 모녀 대 형제간 경영권 분쟁 불똥튈까

이동훈 기자 / 2025-05-15 08:44:58
신동국 회장, 지속적 지분 매입 사실상 오너일가 제쳐
그룹 측 "전문경영인 체제 과도기"...시장은 '불안감'

[하비엔뉴스 = 이동훈 기자] 최근 한미약품그룹 경영일선에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설지 여부가 제약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다.

 

신동국 회장은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임주현 부회장(이하 모녀) 대 임종훈 전 대표이사-임종윤 사내이사(형제) 구도의 가족간 경영권 분쟁 국면에서 애초 형제 편을 들다 모녀 측의 든든한 조력자로 노선을 바꿔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 인물이다. 최근 신 회장이 한미약품 경영 전반에 깊숙이 관여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제약업계 안팎에서 ‘또 다른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15일 제약계 및 언론 보도에 따르면 신 회장은 주 2회 한미약품 본사를 찾아 임종윤 전 대표가 사용하던 사무실을 집무실처럼 활용하며, 원가, 매출, 인사, 구매 등 경영의 핵심 사안들을 직접 보고받고 있다. 신 회장은 한미약품과 한미사이언스의 등기이사다. 이사회 멤버지만 비상근직인 기타비상무이사를 맡고 있다.  

 


신 회장은 한미약품의 창업주인 고 임성기 회장의 고향 동생이자 통진종합고등학교 후배이다. 지난 2000년 한미약품이 동신제약을 인수할 때 신 회장은 동신제약 지분 60만주를 한미약품에 넘겼다. 한미약품은 고 임 회장이 보유한 지분을 더해 동신제약 지분 21.6%를 확보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를 계기로 임 회장의 큰 신뢰를 얻었다고 전해진다.

2023년 3월 신 회장은 한미약품그룹의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모녀 측과 임종윤·임종훈 사장 형제 측과 경영권 분쟁이 불거졌을 때 형제 측 손을 들어주면서 1차 경영권 분쟁의 승리에 기여했다. 하지만 곧 다시 재개된 2차 경영권 분쟁에서는 입장을 번복하면서, 모녀 측이 최종 승리하도록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한미약품 그룹의 경영권 종식을 공식 선언한 인물도 신 회장이다.

한미약품그룹은 올해 초 모녀와 형제 간의 경영권 분쟁을 마무리하며 김재교 한미사이언스 대표 등 전문경영인을 일선에 내세웠다. 그러나 그룹 안팎에 따르면 불과 두 달 만에, 신 회장이 경영에 개입하는 듯한 행보를 보이면서 내부에서도 묘한 분위기도 감지된다고 한다.

◆ 신동국 회장, 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개인 최대 주주 등극

신 회장은 모녀 측의 편을 들면서 송경숙 회장·임주현 부회장과 의결권공동행사약정 계약을 체결했다. 송 회장과 임 부회장이 보유 중인 주식 중 444만4187주(지분율 6.5%)를 매수하고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기로 합의하는 내용이다. 신 회장과 한미약품그룹 모녀 측 주식매매 계약에는 이사회 구성 및 의결권 공동행사 등의 내용이 담겼다.

2025년 3월 20일 기준 한미약품 오너 측은 임주현 부회장 7.57%, 임종윤 전 대표, 6.80%, 임종훈 사내이사 5.09%, 송영숙 회장 3.38%, 임성기 재단 3.07%, 가현문화재단 3.02% 등 주요 가족과 소속 재단을 합쳐도 28.93%이다.

반면 신 회장은 장남 임종윤 전 대표로부터도 5% 지분을 사들이는 등 꾸준한 지분 매입을 통해 확고한 개인 최대주주(16.43%)로 올라섰다. 더불어 신 회장이 소유한 한양정밀의 지분 6.95%와 우호 세력으로 분류되는 킬링턴의 지분 9.81%를 합산하면, 신 회장 측의 총 지분율은 33.19%에 이른다. 이러한 압도적인 지배력을 바탕으로 신 회장은 사실상 한미사이언스의 지배자라 해도 과언이 아닌 위치를 점하게 되었다.

신 회장은 자회사이자 핵심 계열사인 한미약품 지분도 7.72%, 한양정밀이 1.42%를 갖고 있다. 한미약품그룹 오너일가는 한미사이언스 지분(41.42%)로 한미약품을 지배하고 있다.

신 회장은 “임성기 전 회장 일가 중 그 누구도 한미약품을 해외에 매각할 뜻이 없다”면서 주식 매각 없이 한미약품 오너 일가와의 공동경영체제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하지만 시장 일부에서는 신 회장 입김이 세질수록 봉합된 것처럼 보였던 한미약품 지배구조에 다시금 불안감을 드리우며, 예측 불가능한 2차 경영권 분쟁의 불씨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한미약품그룹, 전문경영인 체제 과도기 진통 “선진 시스템 구축 노력 중”

최근 한미약품그룹 내부에서 일고 있는 변화와 관련해, 그룹 관계자는 “전문경영인 체제가 자리 잡아 가는 과도기”라고 하비엔뉴스에 밝혔다. 이는 그룹 내 경영 시스템 변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임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룹 관계자는 “한미약품그룹은 선진적인 전문경영인 체제 구축을 위해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하며, 현재의 상황이 미래 지향적인 시스템으로 나아가기 위한 성장통임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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