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브랜드 고객 정보, 해커 시장에서도 럭셔리”

이동훈 기자 / 2025-06-11 09:04:05
상위 10% 데이터, 마케팅·사기·피싱 등 2차 범죄 가능성
명품 브랜드 가치에 걸맞지 않은 보안, 흔들리는 '신뢰'

[하비엔뉴스 = 이동훈 기자] 디올, 티파니, 까르띠에 등 명품 브랜드가 고객에게 선사하는 ‘럭셔리 경험’ 이면에, 정작 보안은 허술했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명품 브랜드의 고객들은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에 달하는 값비싼 제품을 구매하는 VIP소비자들로, 이들의 개인정보는 값싸게 해커들의 표적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11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디올, 티파니, 까르띠에 등 세계적 명품 브랜드에서 고객 개인정보가 잇따라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디올은 1월 26일 유출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5월 7일에야 인지했고, 5월 13일에야 고객에게 알렸다. 

티파니 역시 4월 8일 사고를 5월 9일 발견한 뒤, 5월 22일에야 신고했다. 까르띠에는 지난 3일 고객 이름, 이메일, 국가 정보 등이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단 신용카드나 은행 정보는 빠졌다고 강조했다.

국내 개인정보보호법은 유출 사실을 인지한 후 72시간 이내에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일부 브랜드는 이를 지키지 못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해킹 피해에 노출된 브랜드들의 공통점은 민감한 고객 정보가 상세하게 수집됐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패션업계 종사자들은 “명품 브랜드 고객의 개인정보는 일반 소비자보다 훨씬 높은 ‘시장가치’를 갖는다”고 설명한다.

명품 브랜드 소비자는 구매력 높은 부유층과 공인, VIP 고객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해커들에게는 이들의 정보는 ‘프리미엄 데이터’로 분류된다.

전문가들은 “명품 브랜드 고객 정보는 일반 소비자 정보보다 다크웹 등지에서 10배 이상 높은 가격에 거래된다”고 말한다. 특히 사회적 영향력이 큰 인물이나 공인의 정보는 그 가치가 더욱 높다.

문제는 명품 브랜드 고객 데이터는 고급 마케팅, 사기, 피싱, 스미싱 등 다양한 범죄에 악용될 위험이 크다는 점이다. 이들 고객은 사회적 지위와 높은 소비력을 갖춘 경우가 많아, 이들의 정보가 범죄에 이용될 경우 피해 규모 또한 상당할 수 있다.

게다가 ‘명품족’이라는 용어는 단순한 소비 트렌드를 넘어, 일부 계층에게는 자존감 회복의 도구로 기능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은 이들이 대출이나 할부를 감수하고서라도 명품을 구매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실제로 이런 계층들을 겨냥한 범죄는 단위가 크고, 피해자들이 신고를 꺼리는 경향도 있어 범죄가 드러나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명품 브랜드들은 프리미엄 이미지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정보보안 전담 인력이나 체계가 부족하고 외부 클라우드 서비스에만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도 있다.

반면, LF, 삼성물산 패션부문, 신세계인터내셔날 등 국내 패션 대기업들은 정보보안책임자와 전담 부서를 두고 다계층 보안 시스템을 운영해 고객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흔히 패션업계는 ‘명품은 포장이 아닌 가치’라고 말한다. 고객에게 프리미엄을 요구한다면, 그에 걸맞는 보호장치도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가 프리미엄 가격을 받으면서 개인정보는 이에 걸맞지 않게 다룬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소비자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며 “보안 투자와 관리 체계 강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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