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호우, 한국 경제 전반에 충격…인프라 마비·물가 불안 '이중고'

이동훈 기자 / 2025-07-18 09:13:33
기록적 폭우에 산업·물류 마비
식품·농산물 수급 차질 우려
복구 비용 부담 가중, 3차 추경?

[하비엔뉴스 = 이동훈 기자] 이달 중순부터 시작된 기록적 폭우로 인명 피해는 물론 전국적인 인프라 마비 사태가 이어지면서, 한국 경제 전반에도 적지 않은 충격이 예상된다. 이번 집중호우는 단기간에 한 해 강수량의 3분의 1 이상이 쏟아진 ‘극한 기상’으로, 산업 활동과 소비, 물가 등 주요 지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 물류망 마비에 산업 생산 차질 불가피

 침수된 대구 북구서 수색하는 119구조대 모습 [사진=연합뉴스]


1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에 따르면 경부선과 호남선 등 주요 철도 노선이 운행 중지되며 철도 기반의 물류 시스템에 큰 혼란이 발생했다. 전라선, 충북선, 경전선까지 일부 구간에서 운행이 멈추거나 지연되면서 공장과 항만 간 수송에도 지장이 불가피하다. 특히 광주, 나주, 창녕 등 제조업 공장이 밀집된 지역의 침수 피해가 심각해 중소기업들의 단기 생산 중단도 잇따를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생산 차질이 이어질 경우 7월 산업생산 지표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며, “중간재 공급 지연은 하반기 수출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농경지 침수와 유통 마비…식품·생활물가 상승 압력

현재까지 집계된 농경지 침수는 1건으로 집계됐지만, 비공식적으로 보고되지 않은 피해가 전국적으로 다수 발생한 상황이다. 특히 충청·전라권의 논과 밭이 물에 잠기면서 채소류와 곡물 등 주요 품목의 수급 차질이 우려된다.

유통망의 마비도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부 도로 침수와 둔치 주차장·세월교 폐쇄로 인해 내륙 물류가 지연되며, 채소와 축산물 운송 비용 상승이 불가피하다. 농산물 도매가격이 일시적으로 급등할 가능성이 있으며, 여름철 장바구니 물가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

◆ 에너지 수요 급증 예고…전력 수급 부담도 가중

폭우 이후에는 곧바로 폭염이 예보되면서 전력 수요 급증에 따른 수급 불안도 우려된다. 습도까지 높아지는 ‘찜통 더위’가 예고됨에 따라 냉방 수요가 급증할 전망이다. 이는 전력 예비율을 더욱 낮추고, 에너지 가격 인상 또는 긴급 수급대책 발동 가능성까지 높일 수 있다.
정부는 이미 주요 전력 계통에 대한 사전 점검에 나선 상태지만, 침수 피해를 입은 일부 송전 시설과 중소규모 발전소 복구에 시간이 소요되면 일시적 전력 수급난이 현실화될 수 있다.

◆ 지자체·정부 복구비 부담 증가…재정 여력에도 영향

이번 폭우로 인해 전국 3천400여 세대에서 5천 명 이상이 대피했고, 공공시설과 사유시설을 포함한 피해 신고가 770건을 넘어섰다. 도로, 제방, 역사 등 주요 공공 인프라 복구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중대본 비상 3단계를 가동하고 ‘심각’ 단계를 발령하며 총력 대응에 나섰지만, 이미 지자체의 재정 여력은 코로나19와 이전 수해 대응으로 상당 부분 소진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향후 3차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 보험·건설·소비심리 등 연쇄적 영향 확대 가능성


건축물 침수와 차량 피해가 속출하면서 손해보험사들의 손실 확대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자동차와 주택 침수로 인한 보험금 지급이 늘어나면서, 하반기 보험 업계 수익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울러 이번 재해는 소비심리 위축 요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최근 물가 상승세가 다소 둔화됐지만, 기상 이변과 그에 따른 생활 불안정이 이어질 경우 소비자들의 지출 심리는 다시 위축될 수 있다.

기상 전문가들은 “정체전선의 반복 형성과 기후변화로 인한 국지성 폭우는 앞으로도 더 자주, 더 강하게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결국 단기 피해 복구를 넘어, 기후 리스크를 감안한 산업 전략과 인프라 재설계가 한국 경제의 새로운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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