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기준 자체 과도"지적 팽배
[하비엔뉴스 = 홍세기 기자]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이하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1공구 조성 공사가 사실상 단독 입찰로 진행될 전망이다. 발주처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제시한 입찰 자격 기준을 충족하는 건설사 컨소시엄이 현대건설 컨소시엄 한 곳뿐이기 때문이다. 해당 사업비만으로도 1조4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LH는 지난달 1차 입찰에서 현대건설 컨소시엄(GS건설, 대보건설, 금호건설, 강산건설, ESI 등 참여)과 대우건설 컨소시엄(남광토건, 극동건설, 태영건설, 중흥토건, 세운건설 등 참여)이 참여했으나,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PQ)에서 실격 처리되면서 현대건설 컨소시엄만 남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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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진행 중인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사진=연합뉴스] |
LH가 PQ 평가 기준금액으로 사업비와 같은 '단지 조성 공사 실적 1조3814억원'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후 LH는 재입찰을 공고했지만, 1차와 동일한 자격 기준을 유지해 경쟁 입찰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업계 일각에서는 기준 자체가 과도하게 높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실제로 과거 대규모 공공공사에서는 경쟁 입찰이 어려울 경우 기준을 낮추거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해 참여 업체를 늘린 사례가 있다.
건설업체 관계자는 "최상위 티어급 건설사도 기준을 맞추지 못한다"며 "지금같은 기준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은 경쟁입찰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가덕도 신공항 부지조성공사는 사업비 10조5000억원임에도 공항 800억원, 항만 900억원, 교량 2400억원 실적만으로도 시공경험 만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구리갈매역세권, 성남금토 등 공공주택지구 조성공사는 금액이 아닌 면적 기준을 적용해 입찰 문호를 넓혔다.
건설업계의 불만이 제기되자 LH는 "1공구는 총사업비가 1조4000억원에 이르는 초대형 공사로, 2030년 말 시작될 반도체 공장 가동을 위한 높은 수준의 시공 역량이 요구된다"며 "현 PQ 기준은 초대형 공사 규모와 특성을 감안할 때 필요하다"고 주장을 굳히지 않고 있다.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은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남사면·이동읍 일대 728만㎡(약 220만 평)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기지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이번 1공구 조성공사는 494만㎡ 부지에 토공, 관로공, 배수지, 옹벽 등을 조성하며, 추후 반도체 제조공장, 발전소, 소부장 협력기업 등이 입주할 예정이다.
현재 LH는 늦어도 10월 초 1공구 시공사를 확정하고, 내년 착공해 2031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체 산단이 완공되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투톱'의 대규모 투자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경쟁 입찰 원칙이 훼손됐다는 비판과 함께, 초대형 국책사업의 안정적 추진을 위한 시공 역량 확보 필요성 사이에서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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