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프타 쇼크' 재계 전반 확산...반도체·자동차 공급망 '비상'

김재훈 기자 / 2026-03-27 09:36:36
완성차·플라스틱·타이어 등 수급 걱정
정부 "과도한 우려, 4월 비축유 방출"

[HBN뉴스 = 김재훈 기자]  정부가 석유화학 산업의 기초 원료인 나프타(납사) 수출을 전면 금지하는 ‘초강수’를 두면서, 대한민국 수출을 이끄는 핵심 주력 산업인 반도체와 자동차 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나프타 부족 사태가 단순한 화학 업계의 위기를 넘어, 제조업 전반의 원가 경쟁력 악화와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석유산업의 기초·핵심 원료인 나프타에 대한 수출을 27일 자정부터 전면 금지했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나프타 수급이 불안해지자 내린 특단의 조치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생산된 모든 나프타의 수출이 5개월간 즉시 금지되고, 기존 수출 예정 물량은 모두 국내 수요처로 전환 공급된다.

 사진=연합뉴스
다만 정부는 현장의 수급 불안 우려가 '과도하게 확대 해석'되고 있다며 진화에 나섰다. 정부 관계자는 “대체 경로를 통해 원유를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있으며, 오는 4월 중순 비축유 방출도 계획되어 있어 전체적인 원유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시장의 불안 심리를 악용한 사재기 행위에 대해서도 엄중히 경고했다.

그럼에도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되는 자동차 산업의 속내는 복잡하다. 완성차 업체들은 당장의 생산 라인 가동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자동차 한 대에 들어가는 수만 개의 부품 중 플라스틱, 합성고무, 내외장재, 타이어 등 석유화학 기반 소재의 비중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나프타 가격 상승은 에틸렌, 프로필렌 등 중간 소재 가격 급등으로 이어지고, 이는 최종적으로 플라스틱 부품과 타이어 가격을 끌어올리게 된다.

가장 큰 위기감을 느끼는 곳은 부품 공급망 최하단에 있는 중소 협력업체들이다. 부산의 한 산업용 고무 제조업체 관계자는 “나프타 수급 문제로 합성고무 제조사들이 납품 단가를 이미 20~30%나 올렸다”며 “이대로라면 한 달 안에 공장이 멈출 수도 있는 아주 심각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자동차 외장 플라스틱 부품 업체들 역시 통상 한 달 치 정도의 재고만 보유하고 있어 그 한계치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반도체 산업의 경우, 당장 메모리 반도체 생산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이미 중국, 북미 등 다른 국가로 핵심 소재 공급망을 이원화해 두었고, 일정한 재고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안심할 수 없다. 반도체 칩을 외부 충격으로부터 보호하고 전기적으로 연결하는 후공정(패키징) 단계에는 플라스틱 수지류가 필수적으로 쓰인다. 또한, 반도체 웨이퍼 위에 회로를 그릴 때 사용하는 포토레지스트 등의 정밀 화학 소재 역시 석유화학 제품을 기초 원료로 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영향이 없겠지만, 석유화학발 소재 공급 위기가 장기화할 경우 후공정 소재의 가격 상승과 수급 불안이 전체 반도체 생산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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