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비엔=홍세기 기자] 11년간 이어진 삼성물산 회사측의 노조 파괴 움직임에도 굴하지 않고 버티며 끝내 교섭대표노조 차지한 금속노조 경기지부 삼성지회가 삼성물산과 첫 단체협약에 합의하고 조인식을 열었다.
15일 금속노조 경기지부 삼성지회에 따르면, 지난 14일 진행된 이번 삼성물산 사측과의 첫 단체협약 교섭에서 ▲총회·대의원대회·지부 확대간부 수련회 등 노동조합 활동 유급 인정 ▲노조법상 부당노동행위, 노동조합 이의 제기에 따라 조사 후 인사위원회 회부 ▲노조파괴 10년 TF 구성·피해자 보상 성격 특별 교섭 등을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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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금속노조, 경기지부, 삼성지회가 삼성물산과 2021년 단체협약에 합의하고 조인식을 열고 있다. [사진=금속노조] |
이날 이찬우 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조인식 인사말을 통해 “삼성그룹은 노사협의회를 이용해 노사관계를 풀면 안 된다. 경영의 정도를 걸어야 한다”라며 “헌법상 권리가 있는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노사관계를 형성하는 경영을 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특히, 이 수석은 11년 동안 노조파괴 피해를 본 조합원 관련 조치를 교섭 이전에 즉시 시행할 것을 사측에 요구했다.
또 조장희 노조 경기지부 삼성지회장은 조인식에서 “노조가 없던 삼성에서 노조를 만들려면 각오와 용기가 필요했다”라며 “이제 삼성그룹 노동자 누구나 노동조합을 선택했을 때 방해나 고통 없이 법이 보장한 노조 활동을 했으면 한다”라고 11년간의 소회를 밝혔다.
이어 조 지회장은 “노조파괴 과정에서 입은 마음의 상처는 복직한 지 5년이 됐지만 낫지 않고 있다”며 “대한민국에서 일하는 누구도 이런 고통을 받으면 안 된다. 오늘 조인식이 삼성 노사관계, 인간관계 등 모든 것이 좋아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날 조인식에 앞서 노조는 에버랜드 정문에서 연 기자회견을 통해 금속노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 지회 투쟁과 노조파괴 범죄 규명을 지원한 분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노조는 “2020년 5월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 노조파괴 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을 지우겠다고 약속했다”며 “2년이 흐른 지금 여전히 무노조 경영의 잔재가 존재하고, 삼성지회를 와해하기 위해 만든 어용노조를 존재하도록 놔뒀다”라고 비판했다.
또 노조는 5월부터 시작하는 2022년 임금·노조파괴 관련 특별 교섭 국면을 활용해 삼성물산 네 개 부문 조직 확대사업을 벌이고, 삼성그룹 노동조합 대표단과 함께 투쟁해 삼성의 모든 노동자를 조직하는 진정한 삼성 조직화를 이루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한편, 지난 2011년 삼성그룹 최초의 민주노조로 출범한 금속노조 삼성지회 설립 직전 삼성그룹은 노조와해 공작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삼성지회는 어용노조에 의해 교섭을 원천 봉쇄당한 바 있다.
특히, 지회를 세운 4명의 조합원은 부당해고와 부당징계, 가족·지인 사찰과 감시, 소송 폭탄 등 최소한의 인권조차 보장받지 못했다.
이후 삼성지회는 2021년 초부터 삼성물산의 리조트, 건설, 패션, 상사 등 네 사업 부문에서 조합원 가입 활동을 벌이며 조합원을 확대했고, 그해 4월 6일 지난 10년 동안 교섭 대표노조였던 어용노조를 제치고 삼성물산의 교섭 대표노조가 됐다.
이어 2021년 6월 금속노조와 삼성물산의 상견례를 시작으로 2021년 삼성물산 네 개 부문 임금과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에 들어갔으며, 9개월 동안 36차례에 걸친 교섭 끝에 단체협약에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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