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열풍 속 금융권 돈줄, ETF 생태계로...새로운 과제는?

이동훈 기자 / 2026-06-04 10:22:54
자산관리 핵심된 ETF, 고객 묶는 락인 전략 부상
업계 "규모의 경제" 해명..비용 구조 점검 시급

[HBN뉴스 = 이동훈 기자] AI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증시 호황이 금융권의 돈 흐름을 바꾸고 있다. 증권사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존재감을 키우는 가운데 자금들이 ETF 등으로 향하면서 금융지주들도 자산관리 생태계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따라 실제 비용과 계열사 주문에 따른 암묵적 거래비용을 어떻게 감시할지가 새로운 소비자보호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당기순이익 1조19억원을 기록하며 증권업계 최초로 분기 순이익 1조원을 돌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97% 증가한 1조3750억원으로 집계됐다. 한국투자증권의 모회사인 한국금융지주도 1분기 지배주주 순이익 9149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국내 금융권의 수도라고 불리는 여의도 모습 [사진=픽사베이]

이는 전통 금융지주인 우리금융지주와 NH농협금융을 웃돌았고, 하나금융지주 순이익에도 근접한 수준이다. 과거 은행이 금융권 이익의 중심에 섰던 구조와 달리, 증시 호황을 등에 업은 증권사가 금융산업 내 영향력을 빠르게 키우는 모습이다.

은행권은 이 같은 자본시장 팽창을 단순한 일시적 현상으로 보지 않고 있다. 은행 예금이 급격히 빠져나가는 상황은 아니지만, 부동산 시장으로 향하던 시중 유동성과 자산가들의 투자 수요가 주식과 ETF, 펀드 등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판단이 강하다.

실제 보험연구원의 ‘주식투자 인구의 구조적 증가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가계의 지분증권·투자펀드 순거래액은 2015~2019년 연평균 8조2000억원에서 2020년 이후 연평균 63조6000억원으로 약 8배 확대됐다.

이에 주요 금융지주들은 은행과 증권의 경계를 낮춰 고객 이탈을 막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KB금융은 국민은행과 KB증권을 연계한 하이브리드형 계좌 마케팅을 확대하고 있다. 하나금융도 하나은행과 하나증권을 연계해 은행 계좌 기반 국내외 주식 투자 상품군을 넓히고 있다. 신한금융은 은행·카드·증권·보험을 아우르는 슈퍼앱 전략을 통해 고객이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금융상품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우리금융 역시 증권사 인수 이후 복합점포와 WM 협업 체계 확대에 나섰다.

금융지주들의 대응은 결국 고객을 그룹 내부 생태계에 묶어두는 ‘락인’ 전략으로 요약된다. 은행 고객이 증권 계좌를 별도로 찾아 나서지 않아도 주식과 ETF 등을 하나의 포트폴리오 안에서 관리하는 방식이다. 금융계에서는 자본시장 상품이 금융지주의 핵심 경쟁 무대로 올라섰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문제는 금융상품이 편리해질수록 비용 구조는 더 복잡해진다는 점이다. 은행 계좌에서 주식을 사고, 보험 플랫폼에서 투자형 상품을 접하고, 슈퍼앱 안에서 ETF와 펀드를 매수하는 구조에서는 소비자가 실제로 어떤 비용을 부담하는지 파악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대표적인 쟁점이 ETF의 표면 비용과 실제 비용 간 괴리다. 자산운용사가 제시하는 총보수 외에도 기타비용과 주식 매매·중개수수료가 추가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단체 조사에서는 투자자가 실제 부담하는 ETF 비용이 공시된 총보수보다 평균 60% 이상 높고, 상품 유형에 따라 총보수의 2배를 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펀드 설정 규모가 커질수록 운용 효율이 높아져 규모의 경제가 작용하며, 이에 따라 초기 고정비용 등 기타비용도 점차 낮아지는 구조”라며 비용 구조의 투명성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개별 상품의 수수료 체계뿐만 아니라, 금융지주가 은행·증권·보험 고객을 하나의 자산관리 생태계에 묶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투명하게 관리되는지도 짚어봐야 할 과제다. 특히 금융그룹 내 계열 증권사에 매매 주문의 30~40%를 배정하는 이른바 ‘캡티브 주문’ 관행은 매매 효율성을 떨어뜨려 암묵적 거래비용을 키울 수 있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금융감독원도 급성장한 ETF 시장의 부작용을 주시하고 있다. 금감원은 올해 자산운용사와 유동성공급자 역할을 맡은 증권사 등을 대상으로 ETF 광고와 홍보, 괴리율 관리, 유동성 공급, 리밸런싱에 따른 시장 충격 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반면 계열사 간 협업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은행, 증권, 보험을 결합한 종합 자산관리 서비스는 고객 입장에서는 여러 금융상품을 한곳에서 비교하고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ETF는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분산투자가 가능해 개인투자자뿐 아니라 기관투자가에게도 중요한 자산관리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금융권 돈줄이 ETF와 투자형 상품으로 향하는 흐름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단계에 들어섰다. 은행 자금과 보험 자금까지 자본시장으로 향하면서, 투자자가 실제로 부담하는 숨은 비용을 어떻게 감시할지가 금융소비자보호의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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